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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 가을바람에 날리는 순수함​​, Oil on Canvas, 45.5cm X 53cm, 2019년 작

 

 

은혜

은혜의 패션숍에는 손님들의 기분 전환을 위해 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은혜도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 가을 신상품을 걸기 위한 은혜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랄라~. 기온이 어제 보다 5도 떨어진다고 했지. 이제 가을 손님이 많을 테니 예쁘게 꾸며야지. 어디 보자 이 노란색 코트는 여기에 걸고...” 손님들이 기뻐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저녁도 건너뛴 채 은혜의 패션숍은 가을 냄새가 짙어지고 있었다.

혼자 운영하는 점포라서 할 일이 참 많았다. 은혜는 어제 새벽시장에서 사온 신상품들을 옮기다가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커피를 한잔 타 와서 TV앞에 앉았다. “어머. 이적이네. 이적의 노래는 참 생각 할 꺼리를 많이 줘. 아니 그런데 저 내용은...” 뮤직비디오를 보던 그녀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TV를 볼 수도 패션숍에 있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은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점포 문을 닫고 나왔다. 길에 나온 은혜는 걸었다. 목적도 없이 걸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길을 배회하고 무한정 걷게 한다.

......

 

 

5살배기 은혜는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붉은 벽돌을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풀을 뜯어 김치를 담근다. 어린 은혜는 한두 살 많은 언니들이 만들어 주는 가짜 음식을 먹는 담당이다.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달리 아침부터 동네는 시끄러웠고 고함소리도 자주 들렸다. “~! 이놈들아 우리보고 어딜 가라고 이러는거야!” 아저씨들은 씩씩대며 이리 몰려가고 저리 몰려갔었다.

은혜야~!” 은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은혜 주려고 때때옷 샀다. 이거 입고 호랑이, 사자, 원숭이 있는 공원에 우리 놀러가자은혜는 신이 났다. 엄마와 집에 가는 내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노래를 부르며 공원에 놀러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은혜는 어린이대공원에 왔다. 호랑이의 늠름한 모습, 코끼리의 커다란 코, 멋진 갈기가 있는 사자도 좋았지만 은혜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사람과 닮은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은혜가 던져 주는 과자를 재주를 부리듯이 이쪽 철망에서 저쪽 나무를 오가며 받아먹었다. 다른 원숭이들도 은혜에게 다가오고 은혜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조금씩 쪼개서 원숭이들에게 던져 주었다. 달콤한 과자 맛을 본 원숭이들이 은혜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왔다 갔다 하며 은혜에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들은 노래에 나오는 빨간 엉덩이였다. 그 빨간 엉덩이를 실룩실룩하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봐도 은혜는 웃음이 나와서 까르르 웃었다. 은혜는 원숭이가 긴팔을 이용하여 이 나무에서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것이 너무 신기해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가득 차있던 과자 봉지의 과자가 없어지자 은혜는 엄마에게 과자를 더 달라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 ... , 엄마... , , 엉 엉, 엄마~!” 엄마는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고 조금 지나자 눈물에 상이 흐려져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은혜는 원숭이 우리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서 있었다. “~! ~!” 한참 동안 엄마를 부르며 울었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은혜는 자기의 목소리가 작아서, 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자기 소리를 엄마가 못 듣는다고 생각하여 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 엉 엉! 엄마! ~!” 절규하는 은혜의 울음소리에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를 찾아 공원을 헤매 다니던 은혜를 어떤 언니가 다가와 미아보호소에 데려다 주었다.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 은혜처럼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이 엉망이 된 아이들이 있었다. “파란색 상의에 흰색 바지를 입은 4살 가량의 여자 어린이를 찾는 부모님은 정문 앞 미아보호소로 오시길 바랍니다.” 아이를 찾아가라는 방송이 나가고 조금 지나면 넋이 나간 표정의 어른들이 와서 아이들을 데려갔다. “흰색 원피스를 입은 5살 가량의 상계동에서 온 여자 어린이를 찾는...” 어린이대공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은혜를 찾아가라는 방송은 수십 번 넘게 어린이대공원에 울려 퍼졌지만 은혜 엄마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은혜는 경찰서로 넘겨지고 자기가 살던 동네가 상계동, 이름은 은혜, 엄마와 둘이 살았고 엄마 이름은 은혜엄마, 친구는 동수, 유미, 집 뒤쪽에 큰 산이 있고 동네에는 누런 개들이 많으며 고양이들도 많았다고 자기가 아는 모든 정보를 주었다. 그리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경찰 아저씨에게 울며불며 매달렸다.

경찰아저씨와 은혜는 상계동으로 갔다. 상계동으로 다가갈수록 흰 먼지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987년 봄 은혜가 살던 상계동의 무허가 판자촌은 모두 허물어지고 있었다. 은혜의 동네도, 집도, 엄마도 없었다.

 

18살이 될 때까지 은혜는 아동양육시설인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24살까지 자립관으로 옮겨 살았다. 성인이 되어 남자친구도 사귀어 봤으나 저 남자가 나를 버리면 어떻하나?’가 늘 머릿속에 있어 남자를 사귀면 사귈수록 의심과 불안, 외로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더 커져서 사귈 수가 없었다.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겠다고 각오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일을 하여 지금의 패션숍을 열수 있었다.

......

 

 

일에만 몰두하고 싶었고 일만 하고 있으면 잡념이 없었는데 조금 전에 본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뮤직비디오는 은혜의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어떤 것들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어린이대공원에 와있었다. 공원의 불은 모두 꺼져있고 들어갈 수 없는 공원의 정문 앞에 서서 은혜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은 미움, 원망, 배신감으로 점철되어있지만 그 안에 그리움도 있었다. 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고 작게 소리를 냈다. 1987년 봄 이후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천수만 번 불렀을 그 말은 은혜는 32년간 불러보지 못했다. 가냘프게 나온 엄마라는 말은 들을 대상도 없는 허공에 외쳐본 말이라 그 공허한 무게감은 은혜를 더욱 짓눌렀다.

 

은혜는 마치 망부석이 된 것처럼 한참을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가을이 되어 바람은 점점 차가워졌다. 이미 마음이 식을 대로 식은 은혜지만 가을의 찬바람은 은혜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다리가 떨리고 손끝이 아렸다. 아까부터 흐르던 눈물은 이제 볼 살을 따끔거리게 하고 있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은혜는 주저앉아 기절하였다.

 

언 듯 엠블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났던 기억이 있는 은혜가 눈을 떠보니 차 안이었다. 엠블런스가 은혜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려던 것이었다. 여자 구급대원과 남자 구급대원이 보였다. “... 제가 쓰러졌었나요? 저 괜찮으니 내려주세요. 집에 갈 수 있어요.” 정신을 되찾은 은혜는 괜찮으니 집에 가겠노라고 했다. 여자 구급대원은 병원에 가서 조치를 받고 안정을 찾은 다음에 가셔야해요. 그대로 편하게 누워 계세요.” 여자 구급대원이 미소로 안정을 시켜줬다. 은혜는 여자구급대원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누워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남자 구급대원과 눈이 마주쳤을 때 깜짝 놀랐다. 얼굴에 커다란 화상 흉터가 있었다. 은혜는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은혜의 반응에 남자도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였다. 남자는 은혜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은혜는 느꼈다. “죄송해요.” 은혜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남자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남자는 은혜가 왜 소리를 질렀는지 다 안다는 듯이 답변하였다.

그렇게 은혜는 자기 삶의 가치관을 바꿀 남자를 만나게 됐다. 자기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을 알아가며...

 

다음 편에 계속-

 

본 작품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느낌 감동을 단편소설로 엮은 것입니다. 사회적 울림을 준 이적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내상과 외상 1 은혜

내상과 외상 2 용식

내상과 외상 3 은혜와 용식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Kai Jun, 하얀 목련, Oil on Canvas, 45.5cm X 53cm, 2019년 작

 

 

부르릉, 부르릉, 부르르릉’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메탈 징이 박힌 라이더 가죽자켓과 헬멧, 라이더부츠, 목에 두른 스카프, 외모만 보면 누가 봐도 할리데이비슨 타는 사람이다. 병철은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효성스즈끼 GS125를 타고 있다. 병철의 외모는 겉멋 든 나이 먹은 양아치 같았다.

 

병철은 음성읍 중앙사거리에 나타났다. 잠긴 건물 현관을 열고 들어가 몇 신데 아직도 자!’ 병철은 잠자는 이씨에게 면박을 주며 관리실로 들어간다. 이씨는 병철 보다 몇 살 더 먹은 형인데도 병철이 관리소장이다 보니 막말을 하는 병철에게 제대로 말대꾸도 못하는 처지이다.

복도에는 출근하는 점포 주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난다. 하이힐 소리가 나자 병철은 복도로 나가 3층 미용학원 신원장을 불러 세워 놓고 말을 건다. 신원장은 병철의 느끼한 눈길을 피하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병철은 신원장을 가로막고 원장님, 무슨 말씀이 있어야줘?” 그러면서 신원장의 손목을 잡으려한다. 신원장은 병철의 손목을 뿌리치며 소장님 왜 이러세요. 자꾸 이러시면 소리 지르겠어요!” 신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학원으로 들어갔고 병철은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뭐 그리 깐깐하게 그러시나. 하하하라고 학원으로 들어간 신원장이 들을 정도로 목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간다.

 

병철은 건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떠들고 간섭하며 세입자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듯이 행동을 하고 다닌다.

아니 김사장님 이게 뭡니까? 얼빠진 개가 오줌을 싸고 갔나... 거참.” 바쁘게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슈퍼마켓 김사장을 불러 세워 놓고 안 해도 될 지적을 하고 있다. “소장님, 이건 어제 학생들이 음료수를 먹다 흘려서 생긴 얼룩이예요. 이따 닦으려고 했어요김사장은 공손하게 대꾸를 한다.

 

그렇다. 병철은 음성빌딩의 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빌딩은 병철의 먼 친척 소유의 건물로 촌수를 따지기도 힘들 정도로 멀지만 직계(直系)나 가까운 방계(傍系)는 모두 서울로 올라가서 그나마 친척은 병철 밖에 없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병철은 10여년 동안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날도 점심 먹고 난후 지하의 스잔카페로 어슬렁어슬렁 대며 병철이 들어갔다. 문이 열리면 달랑대는 풍경 소리가 난다. “어서오세...”카페 주인 수진은 풍경 소리에 반사적으로 손님인줄 알고 인사를 건네다가 병철임을 알고 말을 끊었다. “나는 손님이 아닌가봐. 인사를 하다 마네병철은 수진에게 다가가 커피를 한잔 달라고 한다. 수진이 커피를 가져오자 옆에 앉으라고 보챈다. “여기가 80년대 다방인줄 아세요.” 수진이 한마디 하고 뿌리치자 병철은 수진의 팔을 잡아챈다. “장사 잘하고 싶으면 여기 좀 앉아.”억지로 앉게 한 후 병철은 수진에게 수작을 부리며 허리를 낚아챘다. 수진이 발버둥을 치며 빠져나오면서 병철의 따귀를 한 대 쳤다. 그렇다고 세게 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여자의 몸짓이었다. 병철은 어색했는지 일어나며 재수없게...”라고하며 밖으로 나온다. 수진은 장사도 안 되는데 수시로 들이닥쳐 귀찮게 하는 병철 때문에 화가 나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저 개 같은 놈들릴 랑 말랑하게 욕을 해보지만 이 토끼왕에게 대들 기에는 수진은 너무나 작은 생쥐 같은 꼴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친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무렵 신원장은 1층 슈퍼마켓 앞 파라솔에서 사발면과 찐 계란으로 끼니를 때운다. 슈퍼마켓 김사장 부인이 다가와 이거라도 같이 들어요. 우리집에서 담근 김치예요. 그런데 뭐 그리 악착같이 돈을 모을까 밥은 제대로 먹어야지.”신원장은 다른 말은 없이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사발면을 먹는다. 신원장이 처음 음성빌딩에 왔을 때 김사장 부인은 하얀 목련꽃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솜털이 살짝 난 하얀 피부 때문이다. 요즘 들어 야위어가는 신원장을 안쓰러운 눈으로 김사장 부인은 바라보았다. 잘 먹었습니다 ​ 신원장도 자신을 지키고 서있는 김사장 부인의 눈이 부담스러워 얼른 먹고 자리를 일어섰다

 

음성빌딩에는 병철 빼고 모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 병철은 2층의 당구장으로 가서 짜장면을 시키고 혼자 연습볼을 친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 구력에다 음성빌딩에 당구장이 들어 온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당구를 쳐서 실력이 음성에서는 알아주는 수준이다.

외지인들만 오면 당구수를 속이고 사기 당구를 쳐서 그동안 몇 번의 싸움이 있었다.

 

혼자 연습볼을 치다 지겨워지면 당구 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 훈수를 두는 통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뭐라 말은 안하지만 짜증스러운 눈초리로 병철의 뒤통수를 쳐다보는 당구장 최사장이 속 타는 밤을 보낸다.

 

저녁 10시가 되자 신원장이 학원 문을 닫고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퇴근하는 신원장에게 원장님 오늘은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예요?” 병철이 다그치자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요. 소장님과 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요! 그리고 저 결혼 할 사람 있어요.” 신원장이 병철에게 소리를 질렀다. 병철은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라는 태도로 신원장을 노려봤다. 걸음을 옮기려는 신원장을 가로 막고 장사하기 싫은가보지.” 병철의 말에 신원장은 기가 막혔다. 신원장은 정말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뭐라고 따지고 싶었는데 그냥 뛰쳐나왔다.

 

병철은 월세와 관리비를 이용하여 음성빌딩의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건물주가 서울에서 큰 사업을 하다 보니 음성빌딩은 관심사가 아니었고 병철이 하는 말에 거의 동의하고 있었다. 병철은 세입자들의 쥐고 흔드는 방법으로 누구는 월세를 조금 깎아주고 누구는 관리비를 깎아주며 말을 안 들으면 오히려 월세나 관리비를 더 올렸다. 어떤 날에는 일부러 전기를 차단하여 장사를 못하게 심술을 부린 날도 있었다. 지방의 작은 읍에 있는 상점들은 큰 돈 버는 일이 아니어서 관리비나 월세가 부담스러운 문제 중에 하나였다. 그런 이유로 병철의 횡포에도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람이 더 세차게 불었다. 태풍이 온다는 문자가 수시로 왔었다.

신원장은 서러움에 집에 가는 내내 눈물이 났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내가 빨리 그만둬야지. 흑~흑

 

병철도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3층에 미용학원하겠다고 찾아온 신원장을 보며 첫눈에 반했다. 신원장에 말하지 않아도 관리비와 월세를 깎아주며 신원장에게 잘 해 주었다. 병철이 태어나서 남에게 자발적으로 잘해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얼마 전 신원장이 학원을 그만하고 돌아오는 계약일에는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말을 하여 자기의 마음을 고백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자 오늘 다시 물은 것이었는데 결혼할 상대가 있다니, 병철은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신원장의 모습에 더 화가 났다. 병철은 집으로 가서 깡 소주를 들이켰다.

 

그날 새벽 늦가을 태풍이 찾아왔다. 음성은 내륙 중에서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지역이므로 보통은 과수원의 낙과 피해 정도만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아파트 지붕에 있던 패널이 뜯겨져 날아가고 간판들이 만국기 펄럭이는 듯이 하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음성빌딩도 이번에는 피해가 컸다. 1층 슈퍼마켓 간판이 떨어지며 쇼윈도를 들이받아 산산조각 나고 불어 닥치는 강력한 바람에 진열장에 있어야 할 상품들이 맥없이 날아다녔다. 지하 스잔카페도 빗물이 역류하여 잠기고 2층 당구장, 3층 미용학원도 유리창이 깨져서 박살이 났다.

 

병철은 다음날 아침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음성 빌딩에 와 보니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세입자들은 난장판이 된 점포를 수습하느라고 분주했고 수진은 지하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병철은 수습을 도와달라는 세입자들의 목소리보다 어제 저녁 신원장의 저 결혼 할 사람있어요!’라는 말이 귓가에 더 울리고 있었다. 병철은 만사가 귀찮았다. 관리인 이씨를 시켜 대충 도와주게 하였다.

세입자들은 먹고사는 문제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습하느라고 분주했는데 지하카페 수진만 물에 잠겨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며 병철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병철은 들은체도 안하고 있다가 바가지라도 가져와서 퍼 나르라고 얘기하고 방관하였다. 2층 당구장 최사장이 보다 못해 친구네집의 농사 지을 때 쓰는 농업용수 펌프를 가져다가 물을 빼주었다. 그렇게 물은 뺐지만 안에 있는 모든 도구와 식자재는 못쓰게 되었고 음성빌딩 앞은 내다버린 폐기물로 쓰레기 산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을 세입자들이 처리하였다.

세입자들은 태풍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고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 지경이었다. 특히 세입자들이 화가 난 것은 병철이 관리소장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포격 받은 전쟁터 같은 모습의 음성빌딩은 건물도 세입자들의 마음도 처참했다.

 

~!”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3층 신원장이 혼자 깨진 유리창을 치우다가 손을 베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원장은 처참한 학원과 손까지 다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1층 슈퍼마켓 김사장 부인이 놀라서 뛰어오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신원장은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오후가 되었을 때 말쑥하게 생긴 남자와 신원장, 김사장 부인과 함께 왔다. 병철은 누군지는 몰랐지만 괜히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수컷 짐승처럼 긴장감이 들었다. 그는 신원장의 결혼 상대자였다.

 

남자의 부측을 받고 올라가는 신원장이 자기 보라고 하는 것 같고 김사장 부인이 쳐다보는 눈빛이 조롱하는 것 같았다. 병철은 부아가 치밀어 귀까지 빨개지며 자기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남자는 신원장을 대신하여 미용학원을 청소하며 이제 학원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게.” 신원장은 동생 등록금 마무리 되면 학원 그만 할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이제 이번학기면 끝이야. 지금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신원장은 어릴 때 부모님을 모두 잃고 여동생과 둘이 살았는데 여동생의 부모 노릇까지 하며 살아왔다. 동생 뒷바라지하며 자기도 조금씩 돈을 모아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끝났어. 등록금은 분할 납부로 했는데 다음 달에 나머지 내면 끝이고 조금 모은 돈과 여기 보증금 빼서 결혼 준비하면 돼.” 신원장은 계약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남자에게 말하였다.

 

그 시간 병철은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몹시 못마땅했다. 씩씩대며 어떻게 해서든 결혼을 방해하고 싶었다. 머릿속은 온통 신원장과 남자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관리실이 괜히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니 평소에는 하드껍대기만 떨어져도 지랄지랄 하던 놈이 건물이 이지경이 되었는데 뭐하는 거야!” 건물 앞에 나와 있던 세입자들은 수수방관하는 병철이 원망스러워 크게 소리쳤다. 병철은 관리실에 있다가 자기 들으라는 말 같아 뛰쳐나왔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놈이라니? 내가 놈으로 보여~!”병철은 고함을 쳤다. “우린 지금 다 망하게 생겼다고. 넌 뭐하는 놈이야!”김사장이 소리쳤고 병철과 멱살을 잡고 싸웠다. 음성빌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병철은 건물을 수습할 생각보다 월세를 올리고 관리비를 올려서 자기가 음성빌딩의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음날 병철은 관리비와 보증금 및 월세를 올리겠다는 공지를 붙였다. 세입자들은 기가 차서 할 말이 없었다. 서로 욕을 하며 시간이 지났다. 점점 앙숙이 되다가 원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음성빌딩은 세입자들이 알아서 태풍피해를 처리하는 바람에 어디는 합판으로 대충 막고 어디는 페인트칠로 대충 가려서 예전의 번듯한 건물의 느낌이 사라지고 있었다.

병철이 건물관리를 안 하자 세입자들도 관리비도 내지 않았다. 관리인 이씨의 월급도 줄 수가 없게 되자 이씨도 나가버렸다. 건물 앞은 아직도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볼썽사나웠다.

 

음성빌딩은 깔끔한 건물이라 사람들이 찾아왔었는데 이제 그런 이미지는 없다. 장사는 안 되고 나가고 싶지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준다며 병철이 버티고 있었다. 부동산에 점포를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세입자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병철과 세입자들은 몇 번을 말싸움하고 때론 몸싸움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병철은 관리비를 안 낸다고 전기를 끊기도 했고 수도를 끊기도 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횡포를 부리며 세입자들을 괴롭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당구장에는 세입자들끼리의 모임이 있었다.

신원장이 그동안 참았던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동생 키우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이제 고생 끝내고 결혼하려 했는데... 결혼 날짜도 잡혀있는데, 저 돈 못 받으면 모두 끝이예요. 흑~흑세입자들은 자신들도 장사가 안 되어 속상했지만 신원장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가슴깊이 측은 한 마음이 들었다. 슈퍼마켓 김사장이 보증금 반환 소송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소송을 해도 결혼 날짜 전에 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네요. 어떻게 하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신원장의 말이 가여웠다.

 

최사장이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흥분하며 말했다. “건물주가 음성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동안 전화해도 안 되긴 했지만...” 건물주는 큰 회사 회장이어서 비서실로만 연결이 되는데 그동안 병철이 '전화 오는 건 세입자들이 생떼를 쓰는 것이니 자기를 거치지 않는 것은 연결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이다.

김사장도 거들며 말했다. “여기 읍내 사람들 몇 명 됩니까? 찾아보면 분명 아는 사람 있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 뭐라도 해야 줘. 찾아봅시다! 같이 서울 올라가서 말해 봅시다.” 흥분한 세입자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했고 큰 회사 회장으로 있는 건물주와 잘 아는 사람을 결국 찾았다. 세입자들은 건물주를 설득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세입자 대표로 최사장과 건물주의 학교 동창 되는 사람이 서울로 올라가 그동안 있었던 고충을 얘기하였다. 건물주는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 다른 현실에 깜짝 놀란다. 그 자리에서 답변할 수는 없지만 자기가 직접 가보고 세입자들의 얘기가 맞는다면 그렇게 처리해 주겠노라고 답하였다.

 

세입자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건물주는 음성빌딩을 찾았다. 건물주는 병철에게 말하지 않고 왔다. 건물을 방치하고 못되게 굴었다는 세입자들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구석마다 거미줄이 가득하고 꺼진 복도 형광등과 냄새나는 화장실, 떨어져 나간 외벽 타일을 임시로 때운 흔적들이 마치 흉가 같은 느낌도 들었다.

 

건물주는너 뭐하는 놈이야! 건물을 관리하라고 했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당장 그만둬!” 건물주는 병철을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며 내쫓았다. 망나니 같은 토끼왕은 쫓겨났다.

 

임대료도 적정선에서 합의를 하였고 결혼을 앞둔 신원장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렇게 음성빌딩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하얀 목련이 필 때 신원장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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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Kai Jun, 백합의 꽃말, Oil on Canvas, 45.5cm X 53cm, 2019년 작

 

 


멧돼지가 달려오고 있었다. “, , 으아악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 텃밭에는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등이 수시로 들이닥쳐 밭인지 뭔지 분간이 안 될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 용수는 특히 작물의 뿌리까지 파헤쳐 놓는 고라니와 멧돼지를 싫어했는데 오늘은 어미멧돼지가 새끼 7~8마리까지 데리고 왔다. 인기척이 있으면 보통은 피해 가는데 낮에 더덕주를 한 사발 마신 탓에 텃밭 옆 풀밭에서 잠자고 있던 용수를 멧돼지들이 보지 못했나 보다. 잠을 자던 용수는 이상 한 소리에 눈을 뜨자 새끼돼지가 한 마리 있었다. “이놈의 돼지새끼용수는 작대기를 집어 들고 그동안의 분풀이로 새끼 돼지를 한 대 때렸다. 용수는 잠결인데다 아직까지 주변에 어미돼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소리를 지르는 새끼돼지 소리에 어미멧돼지가 용수를 향해 달려온 것이다. 용수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쳤지만 어미멧돼지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고 용수를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나동그라진 용수를 더 해코지하지 않고 돌아간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용수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 엎어진 채로 그냥 있었다. 주변이 조용해진 한참 뒤 용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욕을, 욕을 해주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태양광패널로 모은 전기로 LED전구 하나 겨우 켜서 밤을 보내는 산골. 오늘따라 서럽고 외로움이 깊어지는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켜 오줌을 누러 갔다. 해발 700고지의 산속은 그저 고요했다. 소쩍새 소리만 소쩍소쩍 들렸는데 오줌보다 눈물이 더 먼저 나왔다.

......

 

여보. 정말 가야겠어요?” 용수의 처 정숙은 반은 포기한 듯한 어조로 짐을 싸는 용수에게 재차 되물었다. “내가 몇 번을 설명했어. 애 대학 졸업할 때 까지만 가장이고 그 다음부터는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용수는 당연한 말을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투덜댔다. “이미 땅도 샀고, 짐도 일부 가져다 놓은 것을 알면서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용수는 이미 다 정해진 것이고 자신은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정숙은 원망의 마음이 들었지만 측은한 마음도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용수의 짐 싸는 것을 도와주었다. 용수는 그렇게 떠나왔다.

 

정숙은 용수를 직장 생활할 때 만났다. 용수는 매우 성실했고 잘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은 사내였다. 정숙과 용수는 비밀리에 사내 연애를 시작했는데 몇 달 뒤 대성이가 팀장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둘은 너무나 행복했다. 정숙은 대학시절 대학 홍보사절로 학교 홍보물의 커버 사진을 장식할 정도로 미모가 출중했다. 그런 정숙을 대성이는 입사하자마자 좋아하게 되었고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는 만들어졌다. 대성은 MIT공대 박사 출신으로 생체모방로봇을 개발한 팀원 중 한명이다. 실력이 출중한 대성은 거기에다 한술 더 떠 잘생기기까지 했다. 자신감 넘치는 대성은 공공연하게 정숙에게 꽃바구니를 보내고 회식자리 건배사를 이렇게 떠들곤 했다. “우리 연구소는 활기찬 것은 좋은데 때론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집중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우수한 연구 성과를 위해 좀 더 정숙한 분위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정숙한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연구소라고 외쳐 주십시오.”이게 뭔 개똥 밟는 소리인가 싶지만 무슨 말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대성의 느끼한 눈길이 정숙을 향하는 것을 용수는 외면하려 애를 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땀이 비올 듯이 더운 여름 점심시간 회사 앞 먹자골목에서 대성이와 정숙이 함께 나오는 것을 용수가 목격하였다. 그날은 로봇의 무게중심에 따른 걸음걸이 패턴 프로그래밍을 용수가 주도하여 조정하는 날이었는데 용수는 애꿎은 최연구원을 나무라며 짜증을 내었다. “아니 연구소 생활이 몇 년인데 기본 로직도 몰라! 이렇게 해서 걸어가겠어. 에이 한심해서...” 용수는 늘 미소 진 얼굴의 소유자인데 이런 말투의 용수를 처음 보는 최연구원은 자기가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매우 당황하며 다시 잘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뭔가 무겁게 누르는 분위기에 연구소는 가라앉았고 평소에 들리지도 않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퇴근 무렵 결과 보고회의 자리에서도 용수는 평소와는 다르게 큰소리를 치며 보고서로 책상을 땅땅 내리치기도 했다. 용수는 정숙을 쳐다보지도 않고 휑하니 퇴근하였다. 정숙은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용수가 처리해야하는 로봇의 걸음걸이 문제는 그날도 그 다음날도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투자회사의 간부들이 방문한다는 통보가 왔다. 문제 해결이 안 되었는데 이틀 뒤에 시연회를 해야 할 판이었다. 대성 팀장은 문제 해결까지 퇴근 못한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용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일에 집중하려했지만 계속 떠오르는 정숙과 대성의 웃는 모습이 그를 방해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능력발휘를 못하는 용수에게 대성이 잔소리를 하자 용수는 대성에게 대들며 미국 물 먹은 박사면 다야.”라며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연구소를 나와 버렸다. 황당한 상황에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시연회는 대성과 정숙이 마무리하였다. 용수는 그날 이후로 연구소를 가지 않았다. 정숙도 용수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났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이 있나?’ 며칠이 지나도 전화도 받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용수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정숙은 오늘은 그의 집으로 찾아가야겠다고 맘먹고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용수의 집에 도착한 정숙은 문 앞 계단에 앉아 용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8, 9시가 되니 아이들 줄 과자나 과일이 들은 비닐봉지를 흔들고 오는 아저씨들이 지나가고 10시쯤 되니 학원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의 조잘대는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골목에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멀리 차 소리만 들릴 때쯤 비틀거리는 용수가 나타났다.

 

용수씨 우리 얘기 좀 해.”정숙의 말에 용수는 아무 대구도 하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냥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용수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정숙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정숙이 큰 소리로 말해도 용수는 아무 말도 없이 현관문을 닫으려 했다. 닫히려는 문을 얼른 붙잡은 정숙은 따라 들어가며 재차 물었다. 용수는 아무 말도 없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하기 싫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정숙은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얼마 전부터 미소가 사라진 그의 얼굴이, 수심이 가득 찬 그의 얼굴이 안쓰러워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붙여 보려했다. 거실의 불을 켜니 쇼파 앞에 놓인 시들은 꽃다발과 카드, 반지 함이 보였다. 정숙은 여자의 직감으로 자기에게 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수씨 이게 뭐야. 나 주려는 거였어.” 용수는 아무 말도 없었고 말을 기다리다 못해 정숙은 카드를 열어보았다. ‘사랑하는 정숙에게. 우리 사귄지 500일이 되었네. 백합과 이 반지가 나의 마음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내 사랑의 진심을 받아주길 바래.’라고 쓰여 있었다. 정숙은 연애 초기 놀이동산에 함께 놀러갔다가 피어있는 백합을 보며 용수씨 백합의 꽃말이 뭔지 알아? 순결, 변함없는 사랑이야. 나는 백합의 변함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아주 좋아.”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고맙기도 했으나 순간 화도 났다.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해놓고 지금 정숙을 모른척하는 이 태도는 뭔가? 정숙은 뭔가 따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수씨!” “용수씨, 일어나서 눈뜨고 얘기 좀 해. 이 꽃과 카드는 뭐고 나에게 지금 하는 태도는 뭐야. 뭐가 이렇게 앞뒤가 안 맞아정숙이 감정 섞인 목소리로 따져 물으니 그제야 용수도 일어나 앉았다. 바로 뭐라고 얘기 할 것 같았는데 용수는 한숨만 길게 쉬고 가만히 있다. 입을 떼려고 하다가 다시 한숨을 길게 쉬고는 집에 가라는 말을 한다.

정숙은 답답하고 서운하며 화가 나는 묘한 감정들이 한데 섞이며 울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문젠데. ? ?” 정숙이 다져 묻자 그제야 용수는 힘들게 한마디 했다. “나 며칠 전 500일 되는 날. 이거 주려고 그리고 고백하려고 너 찾았는데... 아침부터 너하고 팀장하고 없더라. 전화도 안 받고. 점심시간에 꽃집에 꽃다발 주문하고 나오는데 너와 팀장이 먹자 골목에서 웃으면서 나오는 거 봤다. 둘이 너무 좋아보여서... 언제 부터 사귄 거야? 최근에 팀장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더라.” 정숙은 기가 막혔지만 순진한 용수가 하는 말이 싫지가 않았다. “용수씨 바보야. 직장 상사하고 밥 먹으면 사귀는 거야.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그리고 나는 팀장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아무 관심도 없어.”

 

사실 로봇의 균형과 보행에 관한 운동 역학을 제어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고도 난이도가 높은 일이어서 이것을 잘 처리하면 매우 큰 성과로 인정을 받는다. 정숙은 그 일을 용수가 주도하게 하려고 얼마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팀장에게 용수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날도 팀장이 특수합금을 만드는 업체 회의에 함께 간 것뿐이었다. 당시 정숙은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팀장도 없고 나도 없는 시간에 성과가 나온다면 용수씨가 주목을 분명히 받을 거야이런 상상을 하며 정숙은 팀장을 따라 나섰던 것이었는데 그동안 팀장이 여러 번 공개적으로 정숙에게 대시한 적이 있어서 용수는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둘은 밤새 얘기하여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함께 연구소로 출근을 하였다. 함께 올라가기가 어색하여 정숙이 먼저 들어가고 용수는 편의점에 잠시 들렸다가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용수를 보고 팀장이 불러 세웠다. 팀장도 정숙과 용수가 어떤 관계라는 것을 막연하게 나마 알고 있던 터라 용수를 내쫓을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그동안 정숙이 용수의 얘기를 할 때마다 용수가 더 보기 싫어졌었다. 팀장은 이미 연구소장에게 용수의 연구 실적이 미흡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무단결근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전보처리를 해놓은 상태였다. “용수씨. 저 따라오세요. 소장님을 뵈어야겠어요.” 용수는 잔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고 따라 들어갔다. 소장은 용수에게 최근의 행실로는 파면에 해당하지만 그동안 한솥밥 먹던 사람이니 강릉에 있는 부설 연구소로 전보 발령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알겠다는 얘기를 하고 자리로 돌아온 용수는 사직서를 써서 소장에게 전하고 연구소를 나왔다. 용수는 정숙에게 전화하여 강릉으로 전보 발령을 냈다는 얘기에 사직서를 냈다고 말하고 지금은 너무 혼란스러우니 며칠만 혼자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정숙도 그러라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첨단 연구를 하는 서울과는 다르게 강릉연구소는 결과테스트만하는 곳이어서 용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어서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용수는 마땅한 연구소를 찾지 못했다. 로봇공학을 하는 연구소가 몇 개 없는 것도 이유였겠지만 사회성 부족한 용수의 태도도 문제였다. 그런 저런 이유로 결국 용수는 인간형이거나 동물형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재난 구조형 로보틱스 연구소가 아닌 산업로봇을 제조하는 회사로 들어갔다. 직장을 얻고 나서 정숙과 결혼도 하였다.

 

정숙과 결혼하여 행복하기는 했으나 늘 잘 못된 길을 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숙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 날 축하객으로 온 예전 연구소 직원들을 볼 때 분명 기뻐해야할 날인데도 불구하고 헛헛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며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은 용수는 주말만 되면 산으로 갔다. 산봉우리에 올라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면 왠지 가슴속에 무언가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어느 가을 낙엽이 예쁘게 물들 던 날. 아들과 함께 산에 올랐는데 아들이 물었다. “아빠. 아빠도 엄마처럼 휴머노이드 연구했다며?”용수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 아들은 아빠는 왜 지금 그런 일을 안 하고 옛날식 산업로봇을 만드느냐?를 묻고 싶었던 것 같다. 아들은 또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 같아 용수는 약수터에 가자고하며 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피곤했는지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고 용수는 눈이 초롱초롱했다. 오는 내내 용수는 자기의 인생 전반에 걸쳐 생각했다. 아들을 들여보내고 용수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동네 치킨 집에 가서 맥주를 들이켰다.

 

저녁 먹을 시간쯤 되자 정숙에게 전화가 왔다. 용수는 취한 목소리로 나중에 들어간다. 밥 안 먹는다. 라고하며 전화를 끊었다. 걱정이 된 정숙이 아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치킨 집으로 쫓아왔다. “당신 뭐 걱정꺼리라도 있어? 당신은 항상 속내를 안 보이더라. 내가 다 이해해 줄 테니 말해봐. 우리는 부부잖아.” 정숙이 다정하게 말하는데도 용수는 맥주만 들이킬 뿐 말을 안했다. 용수가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정숙보다 못하다는 생각과 자신이 꿈꾸던 공학자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더 가슴깊이 남아있던 상처는 대성의 대시에 아무 표현도 하지 않았던 정숙의 태도로 인해 자신이 연구소에서 쫓겨났다는 생각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정숙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밖에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비밀연애로 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용수 자신이었고 그런 불분명한 태도가 이런 결과가 생겼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용수는 나 좀 내버려둬. 나도 내 인생 살고 싶다고.”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정숙은 말없이 한참을 기다리다 술에 완전히 취한 용수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산행으로 용수의 발에서는 발 냄새가 진동하였다. 정숙은 젖은 양말을 벗기고 용수의 발과 손, 얼굴을 젖은 수건으로 대충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재웠다. 원래도 말이 없던 용수가 점점 말수가 더 줄어들고 최근에는 별것도 아닌 얘기에도 파르르 민감하게 반응하던 용수를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용수에게는 의미 없는 시간이 몇 년이 지나는 사이 정숙은 연구소 생활도 할 만큼 했고 아들의 입시도 다가와서 퇴사를 했다. 용수는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기는 했지만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는 해에 다시 또 명예퇴직을 당하게 되었다. 명퇴를 할 때엔 용수도 그 동안 맘속에 있던 얘기를 했다. 정숙도 대강은 짐작하던 바이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용수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었다. 용수는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아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가장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오줌을 누고 들어오며 용수는 눈물을 훔쳤다. 소쩍새는 밤새 울고 700고지의 밤은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싸늘했다. 옷을 벗어 다친 곳이 어떤지 살펴보려했는데 LED전구의 밝기가 약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손으로 더듬더듬 만져보니 다행이 찢어진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용수는 정숙이 보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숙이 잘못한 것은 별로 없었다. 용수 자신이 못난 것인데 그동안 정숙을 원망하며 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숙은 그동안 자기 연구 열심히 했고 아들 대학 잘 보냈으며 자기에게도 잔소리하지 않고 늘 기다려주고 지켜주고 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오해해서 원망하고 혼자 책임을 다 짊어진 가장인 척을 했었지만 실제 가장은 정숙이었고 가족을 지탱하게 하는 힘도 정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처구니없게도 함께 있을 때는 모르다가 멧돼지한테 혼쭐이 나고서야 깨우치게 되었다. 용수는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나만 생각하고 살았어. 이런 모자란 놈이라고 외쳤다.

 

생각이 변하니 정숙에게 미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말마다 괴롭다고 혼자 산에 싸돌아다녀서 정숙은 늘 혼자였다. 공학자이면서도 아들의 수학은 고사하고 산수도 한번 봐주지 않았고, 아들이나 정숙이 말을 걸어오면 귀찮타거나 외면하기 일쑤였다.

돌이켜보니 0점의 아빠이고 0점의 남편이었다. 한 거라곤 월급 갖다 준 것 외에 하나도 없었다. 정숙이 퇴사한다고 할 때도 진지하게 대답하지 않고 알아서해 라고만 했고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진학 상담도 정숙에게 모두 맡겼던 것들이 후회스럽고 가슴 아팠다.

 

며칠 뒤 용수는 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서 집에는 정숙 혼자 살고 있었다. 연락을 하지 않고 와서인지 집에 정숙은 없었고 용수가 쓰던 물건들만이 가지런하게 자리를 잡고 용수를 반겨주었다. 변한 것은 연애할 때 같이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집안 여기저기에 액자가 되어 붙어있었다. 사진을 보니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해서 같이 찍은 사진이 결혼사진과 신혼여행 사진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의 졸업 사진에도 정숙과 친척들만 있었다. 처음 연애 할 때 같이 갔던 놀이동산에서 찍은 곱디고운 정숙의 모습을 보니 한평생 맘고생 시킨 자신이 미웠고 코끝이 찡했다. 늘 보던 집안 물건이었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해 보였다. 베란다 창가에 앉아 지는 해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차에 정숙이 들어왔다. “. 여보!” 정숙은 놀랍고 반갑다는 표정으로 용수를 바라보았다.

 

용수는 백합 한 다발을 정숙에게 내밀며 내가 너무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어. 당신이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게 한 것을 알게 되었어. 정말 미안해. 당신이 나를 용서해준다면 앞으로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할게.” 정숙은 대답 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만 계속 끄떡였다. 용수가 백합의 꽃말을 잊지 않았다는 것으로 모든 대답과 약속이 된다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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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단편소설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과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Kai Jun, 열대의 휴양지에서 느끼는 휴식, Oil on Canvas, 60.6cm X 72.7cm, 2019년 작

 

 

택시에서 준성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야할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다. 기사아저씨에게 빨리 가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라 티켓팅이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가까스로 티케팅을 하고 짐을 붙인 후 허둥지둥 탑승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게이트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려하니 며칠 전 아내가 부탁한 향수가 생각났다. 향수를 사기 위해서는 다시 면세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탑승 시간이 분 남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빨리 뛰어갔다 오면 될 수도 있겠다.’ 준성은 아내의 서운해 하는 얼굴을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면세점에서 향수를 사서 돌아오는데 공항이 떠나가도록 탑승을 빨리하라는 재촉 방송이 들려오고 있었다.

허둥지둥 탑승을 마친 준성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긴 한숨을 쉬며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편안한 마음을 얻었다. 비행기는 이륙을 하고 준성은 그동안의 피로로 잠이 쏟아졌다.

 

얼마를 잤는지 비행기 내부는 소등 되어있었고 창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창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준성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바이어와 논의할 모든 자료가 들어있는 노트북을 탑승구 앞 의자에 놓고 온 것이 지금 생각났다. ‘이런 멍청이, 미친 놈, 머저리...’

 

비행기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동료들에게 자료 전송 부탁 전화를 했다. 이미 서울은 새벽2시를 넘긴 시간이라 전화를 받는 사람은 부하직원 미스 김뿐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자료는 부분밖에 없다고 하였다. 미스 김은 작년 여름 회사에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같이 했다. 회사 초년생이어서 서툰 것이 많았다. 특히 준성이네 회사의 의료 장비를 다루는 것이 서툴러 실수가 많았지만 준성이 잘 마무리하여 좋은 성과를 냈었다. 그때 좋은 성과를 낸 사이라서 새벽 시간에도 전화를 받아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준성은 그것이라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호텔에 도착한 준성은 기대감을 가지고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준성은 다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가 보내준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작성한 사업안 초기 문서로 회사가 주력으로 내세울 제품이 변경되기 전의 사업계획서여서 시장 분석한 통계 자료 외에는 쓸 것이 없었다.

자기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은 심정을 참아가며 내일 회사에 도착하면 최과장에게 자료를 보내달라고 부탁의 답장을 하고 기억나는 데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였다. 저녁 식사도 거르면서 정리를 하였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완성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서울의 출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계가 밤 12시를 가리키자 최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겨우 통화가 되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출근하면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다. 문제는 최과장이 준성과 승진 라이벌 관계여서 그가 어떻게 회사에 말할지 자료를 정확히 보내줄지가 걱정되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2시간 정도가 지난 후 이메일이 도착하였는데 객실 컴퓨터의 애플리케이션 사양이 낮아 열리지가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로비로 가서 사양이 높은 컴퓨터를 쓸 수 있냐고 문의를 하였지만 호텔내의 모든 컴퓨터는 동일하기에 서비스를 해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지금 런던은 새벽이고 어디에 가도 이 파일을 열수는 없다는 사실에 준성은 눈앞이 캄캄했다.

미팅은 아침 일찍 시작되기에 하는 수 없이 최과장에게 다시 전화하여 낮은 버전으로 변환하여 보내달라는 부탁 전화를 했다. 최과장은 회의를 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의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부장님께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준성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 김과장. 런던 잘 도착했지. 거기는 몇신가?” 부장은 형식적인 인사말을 했다. 준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초지정을 말하고 파일을 변환해서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부장은 최과장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최과장에게 다시 부탁의 말을 하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로 부장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회사에 돌아갔을 때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 걱정되었다.

 

30분정도가 지나서 변환 된 파일이 도착했다. 파일을 열어보니 그동안 만든 자료가 모두 있었다. 로비로 가서 출력 서비스를 부탁하였다.

 

한숨도 못 잤지만 더 이상 실수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미팅 장소에 일찍 갔다. 20분전에 도착 했는데도 바이어는 나와 있었다. 당당하고 의젓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요즘은 보기 드문 카이저수염으로 단장한 전통적인 영국 신사로 보였다. 외모에서부터 기가 죽었다. 준성은 출력물로 설명을 시작하였다. 동영상으로 제작된 제품의 세부 설명을 보여 줄 수 없어서 답답했다. 또한 자기가 우겨서 큰 비용을 들여 제작한 동영상을 보여줄 수가 없다는 것이 회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잘 설득해 보기위해 준성은 애를 썼다.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바이어는 큰 감흥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 되면 계약을 하자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바이어는 그저 듣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준성은 다시 식은땀이 나며 순간 비웃는 최과장과 동료 그리고 몇 년간 진급을 못한 준성을 달래 주던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이어는 점점 표정이 굳어지더니 듣기가 지겹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준성은 하는 수 없이 노트북을 잃어버린 얘기를 하고 동영상을 보아야 세부기능을 알 수가 있는데 출력물이어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말을 하고 다시 약속을 잡아주면 안되겠냐고 사정하였다. 그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비서를 불러 스케줄을 물어보았다. 비서는 준성의 다급하고 당황한 얼굴을 여러 번 쳐다보더니 내일 오후 4시에 30분간 시간이 있다고 했다. 준성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바이어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준성이 허리를 굽히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와서 노트북 대여를 부탁하니 노트북 대여는 안 되고 대여해주는 회사는 안내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주소를 받아들고 위치를 확인하니 걸어서 10여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준성은 안내 데스크의 아가씨에게 가는 길을 다시 한 번 설명 받고 호텔을 나섰다. 처음 오는 런던이라 걸어서 가니 그 길이 그길 같고 헷갈렸다. 몇 번을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회사에 도착하였고 노트북을 빌릴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파일을 옮긴 준성은 내일은 정말 잘 설명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파일을 여러 번 확인하였다. 오늘 할 일들이 마무리 되니 쏟아지는 피로감에 준성은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과 장소에 대한 확인을 하였다. 비서는 어제와는 다르게 명랑하고 정감 있는 어투로 대답해 주었다. 단 바이어의 영국 행사 스케줄을 오늘까지 마치고 회사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일 출국을 하니 오늘 오후에는 설명을 잘 해야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비서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끼며 준성은 설명을 잘 하겠노라고 말을 하였다.

 

오후가 되어 약속 장소로 가서 준성은 노트북을 켜고 동영상의 세부 설명을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동영상을 통해 설명을 하는데도 바이어는 큰 감흥이 없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준성이네 회사의 의료 기기는 진단 효과가 좋은 편인데 신제품이어서 증명하기가 어려웠다. 준성은 바이어의 감흥이 없는 얼굴을 보며 이번 일에서 성과를 못 내면 승진을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있었다.

 

준성과 바이어가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는 사이에 비서가 말문을 열었다. “작년에 다른 회사에 다닐 때 김과장님 회사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준성은 어제 오늘 다급한 상태에서 미팅을 하여 비서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낯익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과장님 회사의 컴퓨터 단층촬영장치를 통해 저는 암을 조기 발견 할 수 있었고 수술 후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비서의 말이 끝나자 준성은 작년의 일이 선명하게 생각났다. 미스 김이 장비를 잘 못 조작하여 오류가 발생하였고 장비 테스트 시범을 보여야 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준성은 그때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희망자에 한해 컴퓨터 단층촬영을 해주고 회사 내 연구 닥터를 통해 진단도 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였다. 그 중 한명에게서 암으로 보이는 조직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장비의 고성능을 모두 실감하여 좋은 성과를 냈었다. 그때 그 사람이 지금 옆에 있는 비서라는 것이다.

비서의 말에 바이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비서는 암이 있었다는 말을 하기가 싫어서, 자신이 일 잘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성능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작년의 고마움을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제야 얘기한다고 했다. 대화는 급물살을 타고 바이어와 준성은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 다시 도착 할 때까지 준성은 깊은 잠에 빠졌다. 나른한 열대 휴양지에서 느끼는 휴식의 시간을 즐기는 꿈을 꾸며...

 

 

 

Kai Jun(전완식)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 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단편소설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 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 

 

작품 소개

이중섭 선생님을 그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마치 '한국의 고호' 같다. 전쟁, 아들의 죽음, 가족과의 별거, 조현병 등등 불행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가 <'은지화'라는 독특한 그림을 그렸고 당시에 보기 힘든 야수적이며 특별한 거친 표현들이 신선했고> 하는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 많지만 그의 위대함은 개인에게는 최악의 상황인 가운데에서도 가족과 한국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내게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그는 일본 유학을 했으며 미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한 선생님께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 에너지를 오롯이 한국적이며 향토적인 소재로 가득 채웠다. 나는 이런 그의 정신세계가 훌륭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자신의 정신을 온전하게 예술로 변환할 수 있어야한다.

그는 한국 정서를 온전하게 미술로 변환한 위대한 작가이다.

그가 있어서 감사하다. 

 


화가: Kai Jun/ 제목 : 한국의 위대한 화가 시리즈 NO.1- 이중섭/ 유화/ 72.7cm X 60.6cm/2018

 

제작 방식

방식은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치하는 테네브리즘적인 표현으로 제작되었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유화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질감 효과를 내는 임파스토 기법을 주된 방식으로 활용하였다. 

 

미술 용어의 이해

테네브리즘 : 서양 17세기 화파. 카라바조 작품의 영향을 받아 격렬한 명암대비로 극적인 연출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화가로는 만프레디, 칼라치오로, 혼트호르스트, 피테르 판 랄, 조르주 드 라 투르, 호세 데 리베라 등이 있고, 벨라스케스와 귀드 레니도 일시적으로 그 영향하에 있었으며 렘브란트 역시 이 영향 하에 있었다. 

 

키아로스쿠로 : ‘명암이라는 뜻. 빛에 의해 사물이 밝은 면에서 어두운 면까지 점진성을 가지며 변하는 변화를 통하여 삼차원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말한다. 고대에도 사용되었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많은 활용이 있었으며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용이 되었다.

 

임파스토 : ‘반죽된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붓이나 팔레트 나이프, 또는 손가락을 사용해 색을 칠하거나, 직접 튜브에서 물감을 짜 바르는 방식으로, 붓자국 등을 그대로 남겨 표면과 질감에 다양한 변화를 주려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다. 렘브란트, 루벤스, 넬러의 작품 중에서 중요 부위는 이 기법을 활용하여 강조성을 주었다. 

 


 


그림의 자료로 활용된 이중섭 선생님 사진과 작품의 부분​ 확대

 

Kai Jun(전완식)

르네상스시대부터 신고전주의 시대까지 활동했던 유럽 궁정화가들의 기법을 연구하였으며 그들이 만들어 냈던 화려한 기법을 활용한 독특한 인물화의 표현법을 개발하였다.

 

이에 대한 평가는 20094월 미국 최대 미술 산업 그룹 Redwood Media Group의 글로벌 매거(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에 선정되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이미지 변환에 대한 표현을 510년 만에 재현한 화가이다.

 

201512월에는 광복 70주년 국가 행사의 대표작가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전시를 했었다. 2018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최대규모의 인물화전을 열었으며 ‘KOREA Renaissance Art’를 선언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교수이며,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을 역임하였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산업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본 작품은 2018424일부터 42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2018대구아트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전시된다. 

작품 소개 

이순신 장군이라는 설정으로 그린 작품이다. 12척의 배로 국가를 지켜야 했던 장군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각한 상황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그의 정신력의 원천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하며 작업했다. 

 

“勿令妄動(물령망동) 靜重如山(정중여산)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거이 침착하라!”

옥포 해전을 개시하면서 했던 말은 장군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군은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비춰보는 시간을 가졌던 같다. 장군의 업적과 위대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통찰력과 침착함은 그가 난중일기와 서간첩, 임진장초를 적으며 망중한의 여유를 가진 덕분이 아닌가 한다.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 이순신의 정신을 생각해봤다.

 

화가: Kai Jun/ 제목 : 이순신 장군/ 유화/ 116.8cm X 91cm/ 2017년 

 

제작 방식

방식은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치하는 ‘테네브리즘’적인 표현으로 제작되었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유화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질감 효과를 내는 임파스토 기법을 주된 방식으로 활용하였다.

 

미술 용어의 이해

테네브리즘 : 서양 17세기 화파. 카라바조 작품의 영향을 받아 격렬한 명암대비로 극적인 연출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화가로는 만프레디, 칼라치오로, 혼트호르스트, 피테르 판 랄, 조르주 드 라 투르, 호세 데 리베라 등이 있고, 벨라스케스와 귀드 레니도 일시적으로 그 영향하에 있었으며 렘브란트 역시 이 영향 하에 있었다.

 

 화가 : 카라바조/ 제목 : 그리스도의 매장/ 유화/ 300 x 203cm/ 1602~1604년

 

키아로스쿠로 : ‘명암’이라는 뜻. 빛에 의해 사물이 밝은 면에서 어두운 면까지 점진성을 가지며 변하는 변화를 통하여 삼차원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말한다. 고대에도 사용되었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많은 활용이 있었으며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용이 되었다. 

 

임파스토 : ‘반죽된’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붓이나 팔레트 나이프, 또는 손가락을 사용해 색을 칠하거나, 직접 튜브에서 물감을 짜 바르는 방식으로, 붓자국 등을 그대로 남겨 표면과 질감에 다양한 변화를 주려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다. 렘브란트, 루벤스, 넬러의 작품 중에서 중요 부위는 이 기법을 활용하여 강조성을 주었다.

 

 

이순신 장군 작품의 임파스토 표현 1. 투구의 금동 장식 부분 / 2. 투구 귀덮개의 털 부분

 

Kai Jun(전완식)

르네상스시대부터 신고전주의 시대까지 활동했던 유럽 궁정화가들의 기법을 연구하였으며 그들이 만들어 냈던 화려한 기법을 활용한 독특한 인물화의 표현법을 개발하였다.

이에 대한 평가는 2009년4월 미국 최대 미술 산업 그룹 Redwood Media Group의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에 선정되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이미지 변환에 대한 표현을 510년 만에 재현한 화가이다.

 

2015년12월에는 광복 70주년 국가 행사의 대표작가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전시를 했었다. 현재 한성대학교 교수이며, 前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을 역임하였다.

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산업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칼럼리스트 Kai Jun(전완식) 소개

30여 년간 인물화를 중심으로 회화 작업에 열중하였다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둔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또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그림 안에 투영하려 노력하였다인물화를 넘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룬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주요 미술경력은 국내외 개인전 27회 단체전 80여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위치에 따른 형상 변화 신비를 510년 만에 재현 -대한민국 7번째 대통령 인물화 작가(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소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청와대 소장) -Redwood Media Group 글로벌 매거진(뉴욕 발행) ‘아트비즈니스뉴스표지 작가 및 뉴트랜드 작가 15인 선정 -미국 행정/정책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 자료로 작품 선정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기획위원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광복70주년 국가 행사 대표작가(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및 서울도서관 전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전시행사 대표작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학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산업대학원 졸업하였다.

현재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설치미디어아트분과 부위원장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