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소설 상도에서 배우는 경제의 신철학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3년12월24일 18시17분
  • 최종수정 2013년12월24일 18시17분

메타정보

  • 41

본문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우찬제 교수님으로부터 '소설 '商道'에서 배우는 경제의 신철학(新哲學)'에 대한 말씀을 들어봅니다.
 

작가 최인호씨가 <상도>라는 소설을 처음으로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수많은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 우리나라에는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기업인이 없다는 자조적인 탄식을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역사적으로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상업을 가장 낮은 가치로 인식해왔던 우리 민족은 이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을 '가장 떳떳치 못한 천한일'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 최인호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데올로기도 사라지고 국경도 사라진 21세기, 밀레니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경제의 세기이며 이에 따른 경제의 신철학이 생겨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의 신철학(新哲學)' 이것이 소설 <상도>의 주제이다.
 
2백여 년 전에 실재하였던 의주 상인 ‘임상옥(林尙沃)'.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발견은 우리나라에도 상업에 도(道)를 이룬 성인(聖人)이 있었으며,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에게 사표(師表)로서 삼을만한 위인이었던 것이다. 거상 임상옥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마음에 담아온 '경제의 신철학(新哲學)'은 다음의 10글자이다.
 

財上平如水(재상평여수) 人中直似衡(인중직사형)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재물은 물과 같다. 물은 일시적으로 가두어둘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물을 소유하려고 가두어두면 그 물은 썩고 만다. 재물도 마찬가지이다. 내 손안에 들어 온 재물은 잠시 그 자리에 머무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도 태어나면서부터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없는 법이다. 잠시 명예를 빌려 비단옷을 입는다해도 비단옷을 벗으면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임상옥이 실천하려고 인생을 두고 노력한 자신의 '경제 신철학(新哲學)'이었던 것이다.
 
임상옥은 “財上平如水(재상평여수) 人中直似衡(인중직사형)”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가지를 활용하였다. 그것은 임상옥이 잠시 출가를 하였다가 추월암에서 하산할무렵, 스승이었던 석승스님이 반드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였을때에만 펼쳐보라며 준 세가지의 비결이었다. 즉 ‘죽을 사(死)'자와 ‘솥 정(鼎)'자와 ‘계영배(戒盈杯)’가 그것이다.
 
위기 때마다 임상옥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첫 번째 위기는 연경 상인들의 인삼 불매 운동이었다. 이 때 그는 첫 가르침인 ‘죽을 사(死)'자를 통한 깨달음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즉 자기를 죽이는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 위기는 홍경래의 난 때였는데, 이 때는 혁명 가담에 대한 유혹을 ‘솥 정(鼎)'자의 깨달음을 통해서 떨쳐버린다. 솥의 세다리가 상징하는 세가지 (권력, 재물, 명예)는 인간 욕망의 세가지 문법을 함축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를 다 내것으로 취하려고 하지 않고 그 어떤 것에서 자족할 수 있는 균형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권력과 재물과 명예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의 필요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계영배(戒盈杯)였다. 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 할쯤 채워야만 잔에 든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계영배의 깨달음을 삶에 그리고 자신의 상업에 실천한 것이다. 계영배는 다 채우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욕망을 경계하면서 자족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족할 수 있어야 우리는 행복의 지평을 알게 되는 것이다.
 
거상 임상옥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는 정신을 평생 실천하며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2014년에는 우리 사회에 거상 임상옥이 보여준 ‘경제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기업인들이 많이 늘기를 기대해본다.​
41
  • 기사입력 2013년12월24일 18시1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19일 18시2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