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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연속 금리동결에도 한은 29일 낮출듯…경기부양 '발등의 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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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5월08일 09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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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경기상황 따라 금리 충분히 낮출 것…빅컷 여부는 데이터 봐야"

한·미 금리차 확대로 환율 상승·자금 유출 위험은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월, 3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 완화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9일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 내리고 올릴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연준은 영향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년 동안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고 다시 역성장의 수렁에 빠진 만큼, 한은이 인하를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다만 한은만 금리를 계속 내릴 경우,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은 더 커진다.


◇ 연준 "관세 영향 명확해지길 기다려…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연준은 6∼7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올해 1월 29일 인하 행렬이 멈췄고, 3월 19일과 이날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이 줄기차게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데도 연준이 올해 들어 5개월 가까이 금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고용 불안) 가능성을 동시에 걱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정책 금리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한은, 29일 성장률 전망치 크게 낮추고 금리도 내릴 듯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2.7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p로 유지됐다.

지난달 1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500원대를 넘보는 원/달러 환율과 다시 들썩이는 가계대출 등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2.75%로 묶었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2월에 낮춘 예상치(1.5%)에도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이달 큰 폭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과거 말씀드린 것보다 (5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더구나 지난달 24일 발표된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치자 시장은 충격 속에 이달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 연내 3회이상 인하 기대…한은 총재, 빅컷 가능성엔 "데이터 봐야"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올해 한은의 금리 인하 횟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고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집행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리라도 일단 더 낮춰야 소비와 투자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2월과 5월, 상반기 두 차례 인하로 올해 통화 완화 기조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 하반기 인하까지 포함해 '연내 3회 이상'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 총재는 밀라노에서 금리 인하 폭과 횟수와 관련한 질문에 "(연내 인하 횟수를 늘려 금리를 더 낮출 필요가 있는지) 5월 경제 전망 때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0.5%p 인하) 여부도 경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경기·성장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금리 인하의 명분은 충분하지만,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이 걱정거리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한 한 금통위원은 회의에서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 후반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했다"며 "외환 수급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상당 폭의 거주자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율 상승과 함께 KP(한국계 외화채권) 스프레드 등 대외 외화자금조달 지표가 상승한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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