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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관련 소재 등 3개 품목 對韓 수출규제 발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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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01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01일 11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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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법원 징용배상 첫 판결 8개월여 만에 보복 나서
일본 주창 '자유·공정·무차별 무역' 위배 논란일 듯
외환법상 우대제도 '백색국가' 대상서 한국 제외 추진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그러나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로 엮은 이 같은 대응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주창했던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원칙'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태가 진전하지 않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오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환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시행령(정령)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집적회로 등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계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일본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중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이 작년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지 않고,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본격적인 대응을 피해왔고, 일본 측은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처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주자고 지난달 제안했으나 일본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대책이 못 된다는 이유로 거부 입장을 고수하며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 가동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회담이 불발된 뒤 이틀 만에 일본 정부의 대항 조치가 발표됐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이번 대항 조치로 일본 수출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한일 양국 관계가 한층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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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일본 강제징용 기업 자산매각 본격심리…심문절차 개시

일본제철에 '합작사 압류주식 매각 신청사건' 심문서 발령

 

 법원이 일본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압류 자산을 매각할지 결정하기 위한 심문절차에 들어갔다.

1일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리인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달 18일 매각 명령 신청 사건의 채무자인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에 '서면을 받은 지 6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하라'는 심문서를 발령했다.

대리인단은 이 심문서를 일본어로 번역해 포항지원에 제출했으나 아직 일본제철에 발송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 측에서 제기한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의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합작한 회사인 PNR의 주식 19만4천794주가 압류됐다.

압류된 주식의 가치는 액면가 5천원을 기준으로 약 9억7천300여만원이다.

이후에도 일본제철이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지난 5월 1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해당 주식의 매각 명령을 신청했다.

대리인단은 "민사집행법상 채무자가 외국에 있거나 있는 곳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심문할 필요가 없다"며 "외국에 있는 채무자인 일본제철에 대해서는 심문절차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문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법원이 심문을 결정함에 따라 의견 진술을 기다리는 기간이 추가돼, 매각 명령 결정이 이뤄져 현금화가 되기까지 7∼8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이 기간 가해 기업들과 여전히 포괄적 협의를 할 의사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가해 기업이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협의에 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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