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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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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21일 19시3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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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이대로 좋은가?

 


급증하는 국가채무비율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과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해인 1997년 국가채무 규모는 60.3조원으로 GDP대비 11.9%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롤러코스터라도 탄 기분이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1997년 11.9%였지만 2003년 20.4%로 20%대로 올라선 이후 2009년 31.2%로 30%를 넘어섰고 최근 정부발표에 의하면 2016년에는 40%대에 진입하게 된다. 국가재정도 일반 가정살림살이와 마찬가지로 알뜰하게 살아야지 빚을 내서 살다보면 빚이 빚을 부르게 마련이라는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확대지향적 재정정책 추이

지난해의 세월호 침몰사고와 금년들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파동에 이르기 까지 예상치 못했던 국내사건은 물론이고 급격한 인구고령화 추세의 급진전과 저성장 추세의 지속 등 국가채무 증가를 부르는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국가채무를 이 정도 수준에서 방어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늘어가는 사회복지지출에 대한 욕구와 분배중심의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조세경쟁 마저 심화되고 조세저항 역시 거센지라 증세 역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저성장으로 인해 세수는 늘지 않는데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나면 근로 및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세입기반을 약화시켜서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는 이처럼 기하학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이미 확대일변도로 들어선 재정정책의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재정은 이미 중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복지와 환경을 비롯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크게 상승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엔진이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반면교사인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이 1990년 30%대에서 2015년 현재 229.2%대로 불과 25년의 기간에 7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국채 발행으로 적자재정을 메우게 되면 조세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보다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사중손실: deadweight loss)이 없고, 채권시장이 발달하여 금융시장이 심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의 규모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민간투자가 위축되고 이자지출이 늘어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국민경제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Sutherland(1997)는 국가채무비율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Bhattacharya(1999)에 의하면 그 수준이 GDP 대비 30~35%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

 

국가채무와 관련 걱정스러운 점들

국가 채무와 관련 걱정스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경제전망치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세금부족이 예상됨에도 세계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피해가고 세출 낭비에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논리로 매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세입 산출의 기초자료인 경상성장률을 2012년 이후 매년 6∼7%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이번 2016년 예산에서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 3.3%에 물가지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0.9%를 더한 경상성장률을 4.2%로 잡은 것은 그나마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감안하려는 노력으로 생각된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데 내수활성화가 중요한 정부가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하게 되면 국가채무가 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중이 적은 반면 이들 공공기관의 채무가 국가채무로 모두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입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해야 하고 이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려는 유인이 커져왔다. 그러다보니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2007년 이후 매년 40조원 내외로 증가해왔다. 다행히 2012년부터는 주요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 이후 부채감축 노력이 가시화되어 2014년 말 전체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201.6%로 2013년 대비 15.6%p나 하락하는 성과를 보여준 것은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복병으로 남아있는 지방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 집계에 빠져있다.

 

셋째로 걱정스러운 것은 주지하다시피 복지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복지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사회복지 관련 지출은 대부분 의무적 법정지출이며 향후에 고령화의 진전과 저출산에 대한 대책을 고려할 때 사회복지 관련 지출은 예상보다 더 빨리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SOC 투자 비중이 줄고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나 경직적 사회복지 재정지출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국가부채가 증가일로에 있을 경우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매우 어렵게 된다. 한국은행(2002)이 불과 3년 전에 추계한 2030년 국가채무는 GDP 대비 70%라는 추정치를 지키는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주택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감소하고 금융성 채무가 증가할 경우에는 203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더 와 닿는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국가재정 적자도 예상치를 줄곧 상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년의 국가채무비율은 한은의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걱정스러운 최근의 재정정책의 변화는 경기대응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추경예산은 그 규모가 커지기도 했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서 편성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에 의해 추진된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상황이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섯 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문제이다. 국가가 국민복지를 책임지는 정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와의가 상관관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느는 것을 방치할 경우 결국은 기업과 정부부채로 전이된다. 가계부채율이 높으면 소비여력이 떨어져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이렇게 해서 불황이 장기화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추경 등을 통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국제비교라는 정부의 방어논리 

그럼에도 채무를 이대로 둘 수 없는 중요한 점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이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채무비율을 단순 국제비교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태도이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이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병행하여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고 이로 인해 주요 선진국의 국가채무가 급증해 OECD평균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73.5%에서 2015년에는 114.6%로 41.1%p나 증가하였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동안 28.7%에서 38.5%로 9.8%p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절대적 수준에서 OECD국가의 평균 수준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단순한 국제적 비교는 재정건전성에 대해 판단을 잘못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

선진국의 경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비조달을 위하여 국채를 발행하였고, 1970년대 이후는 석유파동, 최근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 정책을 취하였다. 또한 사회복지 정책차원에서도 적극적 정책을 전개해 왔다. 반면 몇몇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부채비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하여도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이 의문시 되고 있기도 하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선진국의 경우 GDP의 90%까지 빚이 있어도 감내할 수 있지만 개도국이나 신흥국들은 사정이 다르다. 국제자본시장이 요동을 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는 것만으로 금융시장과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운 정부의 국가부채관리 실적

우려하는 것처럼 행정부가 국가 부채를 제대로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국가부채관리 실적이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4년이후 국가채무는 정부가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매년 확대되어 왔다.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열 번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비교해 볼 때 매번 정부가 계획상 전망한 수치보다 증가해왔다. 가장 최근 2년간 정부가 발표한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만 비교해보아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작게는 2.8%포인트(2015년)에서 많게는 4.8%포인트(2018년)나 전망 수치보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의 국가부채 통제기능에 대해 신뢰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으로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향후 국가부채관리가 어렵다는 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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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 정부가 국가 부채관리에 있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만하다고 지적하고 싶은 점은  GDP 기준의 변화와 관련한 국가채무 수준에 대한 공표문제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4월 GDP기준을 새로운 기준으로 바꾸면서 2002년 기준으로 명목 GDP가 87.9조원이나 증가하였다. 당연히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기준을 바꾸게 될 경우 신구계열 기준에 의한 지표를 적어도 수년간 공표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04년 당해 연도부터 정부의 모든 지표들을 신 계열로 바꾸어 GDP 대비 부채와 조세부담률 등 중요한 지표들이 축소되어 국민에 발표되도록 하였다. 또한 2014년 3월 새로운 국제기준(UN 2008 SNA)적용으로 명목 GDP가 2010년 구계열 1,265.3조원에서 1,173.3조원으로 92조원이나 증가하였던 점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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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관리정책이 필요

 우리나라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재정건전 제고라는 명제가 후순위로 밀려선 안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과 더불어 별도의 국가채무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선진국에서 조차도 다양한 사회적 욕구들을 재정활동으로 풀어나가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맞추어 세수 증대와 함께 지출 감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비효율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조세저항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세입 증대보다는 불요불급한 세출 축소에 보다 중점을 둔 재정효율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긴급적자통제법(GRH법)안의 실패사례를 교훈삼아 예산강제법(BEA)에서는 지출금액에 제한을 두었고, 영국의 1992년 통제총액, 1997년의 재정안정법, 스웨덴의 1996년 국가예산법, 캐나다의 지출통제법에서도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였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영국 독일 및 아일랜드는 독립적으로 정부의 재정운용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전망하는 재정관리기구를 설립하였다. 특히 영국은 재무부와 별도로 경제 재정 전망을 수행하는 독립적 재정관리기구인 예산책임청(The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을 2010년 5월 한시적 기구로 출범시키고 이어 2011년 4월 법제화를 통해 영구화하고 매회계연도별 최소 2회의 경제 재정전망과 정부재정목표를 평가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경우도 2012년~2021년까지 10년간의 재정효율화를 통한 총 4조 3,100억달러의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중 73%를 세출 부문을 통해 달성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강력한 재정규율제도의 도입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경제는 최근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내며 경기 불확실성 상황에 놓여있다. 압축성장 과정을 거친 우리경제가 향후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 속에서 장기적 경기침체에 들어서게 되면 선진국도 겪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재정은 다양한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여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지출과 국가부채의 삭감목표를 설정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이 보장하는 각종 세입연계 「사전적 재원배분 방식」재정지출은 왕왕 총선․대선 등 정치적 경쟁기간에 불쑥 들어가거나 그 비율이 증액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재정규율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북지원 및 통일비용 부담 증가 등 향후 재정 지출이 늘어날 요인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미 시작된 대형국가 프로젝트라도 별도의 성과 감사를 실시하여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해 재평가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 의료, 탁아 등 복지서비스의 공급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한 후 지방정부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GDP대비 40%대비 국가부채비율을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재정규율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재정법 제86조에 의하면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을 지키기에 앞서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국가채무 확대는 안 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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