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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의 문화시평 <4> 창조적 ‘문화도시’ 조성에 대한 단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3월2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19일 14시59분

작성자

  • 김찬동
  • 전시기획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초빙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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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00년대 초반부터 창조도시(Creative City) 담론이 한국에 상륙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창조도시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도심의 동공화 등 부정적 문제들을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문화와 창의성을 키워드로 하는 도시성장의 새로운 전략이다. 도시들마다 앞다투어 창조도시를 표방하고, 이론을 제창한 영국의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와 같은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자신들의 지역을 창조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붐을 이루었다. 

 

국제적으로도 2004년부터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장려함으로써 문화다양성의 증진을 꾀하고 있다. 서울,부산,통영,김해,전주 등 지역문화 특성을 살린 7개 분야 11개 도시가 창의도시 네트워크로 지정되어 있다. 

이보다 훨씬 빠른 시기인 1985년 유럽연합에서는 그리스의 아테네를 시작으로 매년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를 지정하여 현재까지 회원 국가의 69개 도시가 지정되었다. 이는 집중적으로 도시의 문화를 정비하고 재생하여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도시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인데, 현재 2033년까지 이미 대상 도시가 지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중일의 경우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2014년부터 각국에서 1개 도시 씩을 선정 교류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제도가 운영 중에 있다. 국내적으로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2020년부터 정부가 지정한 24개 ‘문화도시’에 5년간 최대 200억을 지원하는 야심찬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와는 별도로 전국적으로 무수히 많은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문화 및 창의성과 도시의 상관성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전략에서 보듯 예술문화와 창의성의 가치는 미래의 중요한 경제발전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고 오늘날 예술과 문화가 지역 재생과 정체성 개발, 관광객  유치, 창조계층의 육성, 사회통합, 건강과  웰빙 등 생활 전반의 상수가 되었다. 우리도 실제로 이러한 문화예술 기반의 정책과 제도운영을 통해 문화와 창의성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적 뉴딜정책과 연결시켜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며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었다. 하지만 창조도시를 만드는 고급 인력인 창조계층들의 육성이나 고급 문화콘텐츠의 생산 등 선순환 구조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현재도 여전히 창조도시나 문화도시 정책은 문화적 뉴딜의 유효한 프로그램으로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많은 예산투입과 숱한 정책수행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지역브랜드 구축, 지역사회의 유의미한 문화적 향유 증진,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체감효과는 많이 미흡해 보인다. 도시가 가진 물적,인적,콘텐츠적 차원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괄목할만한 창의적 문화와 경제적 가치 도출도 찾기 어렵다. 유사한 정책들의 혼재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가장 큰 역점 사업인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경우, 물론 정부가 유형을 세분화하고 매우 까다로운 선정 조건과 절차, 그리고 민간의 협치 구조를 강조하며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 유형별 가이드 라인, 선정 조건이나 평가기준 등을 통해 보이지 않게 획일성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문화도시 브랜딩을 제약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업추진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시민,문화예술인,기획자,행정가로 구성된 도시문화 거버넌스의 비전문성, 특정 성향의 단체나 인사들로 된 구성이 가장 커다란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로 인해 사업의 방향이 거시적 관점보다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단편적 이익에 경도되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사업이나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보듯, 문화적 뉴딜이란 명분 아래 일과성의 벽화 제작이나 수준 낮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예술단체 운영이나 예술가들의 생활 보조 수단으로 예산이 변질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뻔한 부작용들을 양산해 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문화도시 사업의 지원은 향후 5년 내로 일몰 폐지될 예정이다. 

  

  이러한 창의적 ‘문화도시’의 향후 정책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그간 정책수행 결과의 정량적 평가를 위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우선 사업의 다양한 사회.문화.경제의 유발효과를 정확히 평가하여 취약점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아울러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기반으로 사업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좀 더 명확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창조도시와 창조경제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업의 분명한 목적과 수준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관념화되어 있는 ‘문화예술’이란 용어를 ‘예술문화’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문화는 삶의 전반을 지칭하는 포괄적 개념이지만 예술은 창의성을 중심 가치로 하는 문화의 핵심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최고의 예술문화’가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책 방향이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뉴딜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되어야 한다. 지역 균형 차원의 기계적 지역 안배를 지양하고 유럽의 ‘문화수도’ 처럼 매년 특화된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한 도시씩 선정, 집중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인 창의적 문화도시의 모델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뚜렷한 한국만의 창조도시 사례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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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3월19일 14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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