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본문
지난달 한·미간 2+2 통상 협의가 첫발을 내디뎌
지난달에 한·미간 2+2 통상 협의가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에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리고 미국 측은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대표가 서로 마주 앉았다. 이를 통해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폭탄을 해결하고 안보와 환율 등에서 새로운 협력방안 의 도출에 들어갔다. 특히 앞으로 알래스카 LNG 개발과 조선분야 협력이 양국의 핵심 협력분야로 떠오를 전망이다. 첫 대면 이후에 곧바로 구체적인 의제가 도출되었지만, 타결을 낙관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트럼프의 협상술, 즉 ‘거래의 기술’이 워낙 예측이 힘들고 정도를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상 기조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 탐색전을 마친 후 양국의 반응
초반 탐색전을 마친 후에 양국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한국과의 회담이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전개하였다. 한국 측 최상묵 부총리도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불확실성을 줄이고 협의에 있어서 질서 있는 협상으로 가는 물꼬를 텄다”고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고 분위기에서 양국 간에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측이 서둔다는 느낌이고 한국은 공개적으로 차기 정부에서 매듭짓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은 주요 주제로 선박분야 협력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선박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워싱턴의 현지 반응이다. 또한 우리는 4대 협상안(관세 및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협력, 투자촉진, 환율정책 협의)을 거론하는 반면 미국은 이런 표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사항이다.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데드라인이 7월인 소위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조심스럽지만, 큰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정책적인 협상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에 집중하는 것이 트럼프의 거래 기술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거짓 정보가 나돌기도 하고 스스로 말했던 것을 뒤집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 미디어를 잘 활용하여 상대방을 혼돈에 몰아넣는다는 점도 잘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똑 같은 전략을 쓸 수 없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창조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창조적이라는 말은 제로섬(Zero-Sum) 형태의 치킨게임이 아니라 윈윈(Win-Win) 방식의 구도전환을 말한다. 노조와 경영층이 각각 10%와 5%라는 임금 인상률을 두고 부딪치고 있다면 그 숫자에 집착하여 밀고 당기기를 하기보다는 일단 5%를 올리고 추가적인 경영성과를 노조에 유리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윈윈구도를 만들 수 있다. 4개 협상분야에 대해 각각 10여 개의 세부적인 카드를 만든다면 디테일에서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 다만, 이것들은 합의할 때는 하나하나 별도로 하지 말고(분야별 협상은 따로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모아야 한다. 이 방식으로 패키지를 타결하면 약자라도 주고받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안보 협력을 무역과 상호 연관시키는 협상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즉, 투자를 이행한 분야에 대한 관세 우대혜택이 우선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70%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원자재와 시설재라는 점을 확실하게 부각해 협상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전략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통한 한국의 수출증대 방안이 자연스럽게 모색되어야 하고 미국도 이런 구도를 더 이상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글로벌 공급망으로 한국과 미국이 얽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품 및 시설재 무역은 공동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최근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맞아 뜬금없이 관세로 미국 소비자가 받는 영향은 전혀 없다는 논평을 내놓아 이미 많이 오른 소비재 가격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베센트 장관은 “한국이 대선전에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려 한다”는 말을 내놓아 한국 측을 어이 없게 만들었다. 트럼트 협상 전술상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미국이 관세문제로 전세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국 주가가 추락하고 고용사정도 좋지 않아 미국 경제가 침체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분석 하에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올해 1/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도 3년 만에 –0.3%라는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미국의 태도 완화에도 중국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물러서지 않고 비교적 강경 기조인 캐나다도 동시에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면 트럼프의 ‘협상과 선전의 정치’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미 거짓말이 되어 버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신속한 마무리, 그리고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문제 등은 트럼프의 품위(?)에 큰 타격을 가한 상태다. 분명한 것은 관세전쟁은 일차적으로 자국 소비자와의 싸움이다. 수입자가 관세를 내고, 이는 소비자에게 대부분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미국 소비자가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이번 협상에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1번으로 테이블에 올라와 있지만,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로 보여진다. LNG 수출을 통해 무역수지도 개선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자금을 끌어들여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리스크도 줄여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면 실행안을 잘 짜야 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못지않게 분쟁에 대한 해결 방안과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대안을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입장에서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LNG를 보다 유리하게 수입할 수 있다면 에너지 안보는 물론 통상문제 해결 측면에서 결코 나쁜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출발도 종착점도 서로 윈윈이어야
글로벌 비즈니스는 결코 한쪽만 유리해서는 계속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니 출발도 종착점도 윈윈이어야 한다. 더욱이 기업은 신뢰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이에 따라 한 나라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무역구조는 성립할 수 없다. 전 세계는 무역의 확대를 통해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만이 경쟁력을 높이는 최고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이 모든 협상에 뼈대가 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5월02일 08시56분
- 최종수정 2025년05월02일 08시55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