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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논쟁의 허(虛)와 실(實)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7월09일 08시07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09일 08시13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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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 “특별히 협의된 것 없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

반대 주장에 이념적 편향성 따른 고의적인 왜곡 있다.

 

  사드(THAAD)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그동안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 체계는 북한의 미사일이 목표물 근처까지 날아와서 하강하는 종말단계에서만 요격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한국군은 유효고도 15~20km 정도인 PAC-3 종말단계 하층방어용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하면서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일찍부터 요격을 시도하는 ‘중첩방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에 유효고도 150km인 종말단계 상층방어용 미사일인 사드나 유효고도 200km인 함상용 요격미사일 SM-3를 도입하여 현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며,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지만, 정작 한국의 국방부는 중국의 반대와 국내의 반대파들을 의식해서든지 “특별히 협의된 것이 없다”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국방부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이채로운 것은 사드도입에 반대하는 국내의 주장들 중에 이념적 편향성에서 비롯된 고의적인 왜곡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제 사드 미사일을 도입하면 미국의 제국주의적·패권적 군사정책에 동참하는 것이다”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에 통합·예속되는 것이다” 등의 주장이 그것이지만,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한국공군이 미국제 전투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미국공군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다.

  또 한 가지 이채로운 것은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Track-1, Track-2, Track-1.5 등을 총동원하여 압박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점인데, 여기에는 주한 중국대사, 중국 국방부장 등 고위공직자는 물론 학자들과 경제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중국의 반대가 한국의 사드 관련 결정에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미온적인 반대로 일관하여 사실상 핵보유를 방조하다시피 해온 중국이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비하여 사드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중국사람들은 처음에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면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미중 간 핵 교전시 중국의 대륙간탄도탄들은 한국영공이 아닌 북극지역을 통과하게 되어 있고, 설령 한국 영공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1,000km 이상의 도고를 날기 때문에 유효고도 150km 의 사드를 이를 요격한다는 것은 “모기채로 독수리를 잡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진실을 알아차린 것인지 요즘에는 슬쩍 논리를 바꾸어 사드에 수반되는 레이더의 사정거리가 2,000km에 달해 중국내부의 군사동향을 탐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군사위성 등 각종 국가수단들(NTMs; National Techical Means)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들의 동향을 합법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은 한반도를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감시 자산들을 운용하면서 한국이 중국을 커버하는 레이더를 가지면 안 된다는 중국인들의 주장은 패권주의적 발상에 가깝다.

 

  중국의 반대를 의식해서든지 최근 한국의 국방부는 아예 중국을 쳐다볼 수 없는 사정거리 600km의 레이더로 북한만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한국정부가 이런 조건을 내걸고 사드의 도입을 추진한다면 중국은 또 어떤 반대논리를 들고 나올까? 요컨대, 사드 도입은 중국의 반대를 불식하고 철저하게 안보수요에 의거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중국 반대가 THAAD 도입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문제는 미사일방어와 킬체인 만으로 북핵 대응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지만, 사드 논쟁에 있어서의 최대의 문제점은 논의의 범위이다. 지금까지의 논쟁이 주로 사드 도입의 필요성 유무와 중국의 반대에 대처하는 문제에 국한되어 왔는데, 사드나 SM-3를 확보한 이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즉, “사드를 도입하면 북핵 위협을 불식시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논의가 안보적 가치를 가질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아무리 사드로 보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KAMD나 킬체인 만으로는 북핵 대비 국가안보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며, 주된 이유는 미사일방어와 킬체인이 가지는 기술적·정치적 한계성에서 기인한다.

 북한이 조만간 핵미사일의 실전배치를 강행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이 PAC-3에만 의존하는 미사일방어에서 탈피하여 사드나 SM-3를 확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방어란 공격자를 징벌하지 않는 것이어서 억제효과가 소극적이며 이론적으로 완벽할 수도 없다. 특히, 협소한 국토공간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경우 소수의 핵미사일이 방어망을 돌파하더라도 미사일방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며, 북한이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체계를 실전배치하는 경우 사드의 높은 명중률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국방부가 미사일방어를 보완하기 위해 제시한 킬체인은 도발자에게 선제적 응징을 가하는 것이기에 적극적 억제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기술적·정치적 한계성을 가진다.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국방부국가 발표한 킬체인(Kill-Chain)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징후가 확실한 경우 이를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으로 설정하여 30분 이내에 탐지-식별-결심-타격의 단계를 거쳐 발사 전에 파괴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기술적·정치적 한계성이 있다. 킬체인이 기술적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확실하게 포착할 수 있는 최첨단 감시정찰(ISR) 자산들과 포착 후 신속한 결심과 명령전달을 위한 완벽한 지휘·통제·통신·컴퓨터(C4) 체계를 작동하고 있어야 하며, 적시의 선제타격을 위해 신속성과 정밀성 그리고 치명성을 갖춘 타격수단(PGM)들을 충분하게 운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 한국군의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에 킬체인이 기술적 타당성을 가지기까지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킬체인이 정치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발사 징후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것에 더하여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첨단 기계정보와 최고급 인간정보(HUMINT)를 통해 발사 징후를 포착한다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에 기초한 선제타격’임을 국제사회에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군통수권자가 순식간에 선제타격을 결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난제(難題) 중의 난제이다. 북한이 발사준비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리가 없고 선제타격 자체가 더 큰 전쟁으로의 확전을 의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 전쟁 도발자로 매도당할 수 있는 조치를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

 

 ’북핵 ‘능동적 억제전략’ - 도발에 대한 필연적 보복 개념 도입

 ‘한국형 3축 체제’-지상, 공중, 해상 및 해저의 정밀타격체계 운용

 

  때문에 필자는 다양한 경우를 통해, 북한에게 핵사용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억제방안으로 ‘능동적 억제전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하드웨어 수단인 ‘한국형 3축 체제’를 주장해왔다.

 <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북한 핵미사일과 적극적 억제,” 2013년 9월 26일 안보전략연구소 세미나 발표문; “핵위협하 국지도발 대비 대응전략 발전방향,” 2013. 3. 22. 한국군사문제연구소·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해병대연구소 공동주최 세미나 발표문: “능동적 억제전략과 해군의 역할,” 2010년 11월 18일 제65주년 해군창설 기념 세미나 발표문; “통일과정에 있어서의 한국군의 역할,” 합참 「합동군사연구」 제24호 (2014); “북핵 억제를 위한 연합대비 태세 강화, 2015년 2월 5일 여의도연구원/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공동주최 국방정책 발전 세미나 발제문 등 참조 >.

 

 ‘능동적 억제전략’은 2010년 필자가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위원회 제2소위 위원장으로 국방부에 제출한 국방개혁 방안 중의 하나로서 ‘도발자에 대한 응징보복의 필연성’을 골자로 하며, 다목적 억제와 비대칭적 대응 그리고 이를 위한 신축적 타깃팅 정책 등을 핵심적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 다목적이라 함은 핵공격은 물론 국지도발과 심리전을 포함한 여타 종류와 규모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전면전의 발생과 확전을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대칭적 대응이라 함은 응징을 가함에 있어 비례성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위협원의 성격과 규모 또는 엄폐여부에 따라 자유롭게 응징수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교전수칙이나 사용무기의 도덕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러한 논의 자체가 억제력을 실추시키는 원인이다.

 

  신축적인 타깃팅 정책도 능동억제 전략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즉, 도발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도발원점의 재래무기, 도발 지휘관 등이 타깃이 될 수 있으며, 동일지역 내에서 상응하는 타깃을 찾기 어려운 경우 또는 상응하는 성격의 목표물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타 지역의 다른 성격의 목표물에 대한 타깃팅도 가능해야 한다.

  백령도에 대한 대규모 도발에 대해서는 원산이나 청진을 응징할 수 있어야 하고, 한국 해군함정에 대한 도발에 대해서는 민간인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승선한 북한 화물선을 응징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정권의 상징물을 파괴하거나 도발 책임자 개인에 대한 참수(斬首)작전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가장 무차별적인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 대북 타깃팅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고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동적 억제전략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적 수단으로서는 ‘한국형 3축 체제’가 필요하다. 한국형 3축 체제란 지상, 공중 그리고 해상 및 해저에 분산 배치된 응징용 비WMD 정밀타격 무기체계(PGM)와 플랫폼 그리고 이들을 운용하는 감시정찰 및 지휘․통제․통신 체제를 의미한다. 정밀타격 무기체계란 주로 지상(land-based), 공중(air-based), 그리고 해상 및 해저(sea-based)에서 발사되는 다양한 성능과 목적의 미사일들을 의미한다. 무기의 숫자와 다양성은 북한이 남쪽을 향해 배치하고 있는 미사일들을 압도해야 하며, 정밀성, 치명성, 신속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능동적 억제전략은 킬체인이 요구하는 만큼의 고첨단 감시정찰 자산이나 타격수단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3축 체제를 위해서는 이동식 발사대, F-35, F-15, 이지스함, 대형 수상함, KSS-III급 잠수함 등 한국군이 현재 운용중이거나 향후 운용할 무기체계들을 플렛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미조약, NATO수준 자동개입 조항삽입

핵우산 등 공약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THAAD나 SM-3 도입 문제를 뛰어 넘어 연합대비 차원에서 북핵위협을 통제·억제하는 방안들을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마땅하다. 우선적으로 동맹조약에 북대서양조약(NATO) 수준의 자동개입 조항을 삽입하고 핵우산을 포함한 확대억제 공약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더하여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무관하게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산업과 미사일의 개발·배치에 부과하고 있는 제약은 모두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아직도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활동에 반대하여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을 통해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활동을 허용하는 협정개정을 머뭇거리고 있다. 한국은 어차피 NPT 회원국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며, 경제, 외교, 안보 등에 있어서의 대외의존성으로 인하여 핵무기를 추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농축과 재처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심적 시설이며, 대중 및 대북 핵 외교력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이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위협을 통해 남북관계를 주도하려 하는 시기에 그리고 중국의 미온적인 자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에게 국가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제약을 가하는 것은 가히 시대착오적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위협을 앞세우고 긴장국면과 대화국면을 번갈아 조성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갑(甲)질’을 지속해 왔다. 한국이 북핵 위협을 적절히 통제·억제하지 못한다면 ‘수퍼갑’ 행세를 시도할 할 것이며, 핵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핵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를 앞세워 엄청난 심리전 효과를 노릴 것이다. 이런 위미에서 북핵은 북한정권에게 있어서는 한국을 압박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게 하는 비대칭 수단이자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까지 방지해주는 보검(寶劍)이며, 한국에게 있어서는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따라서 북핵 위협을 무력화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의 일탈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정권과 한국국민 모두에게 신뢰성이 높은 전략적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즉, 북한정권에게는 일탈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야 하고 한국국민에게는 북한의 ‘핵 그림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줌으로써 북한이 원하는 심리전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사드(THAAD) 도입, 북핵 대비 귀결점 아닌 출발점

북 위협 ‘능동적 억제전략’과 한미동맹 확대 논의를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1차적인 과제는 국민에게 사드 도입이 안보에 긴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이념적 편향성이나 음모론적 시각에서 비롯되는 고의적인 왜곡을 불식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국민이 사드문제만 함몰되어 ‘북핵대비 국가안보’라고 하는 보다 큰 명제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예방해야 하는 2차적인 의무도 있다. 사드도입은 필요하지만 능사는 아니며, 북핵대비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귀결점은 아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귀결점을 찾기 위해 논의의 범위를 능동적 억제전략과 한미동맹으로 확대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요컨대, 사드(THAAD) 도입을 통한 KAMD 보강은 절실한 과제이지만, 그것이 능사가 아닌 이상 정부와 전문가들은 광범위하게 추가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당연히, 국방재원을 KAMD와 킬체인에만 투자해서는 안 되며, 논의의 확대와 더불어 예산의 재분배 문제에 관한 심각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은 지난 2015년3월5일에 실린 글을 재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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