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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07일 21시2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1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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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자

 

 우리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나는 결코 용이 되었다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막막하던 유년시절을 딛고 일어나 어느 정도의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다. 

 

아버지께서 6.25전쟁에서 전사하시고 무학의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난 나는 철들 무렵 이미 가혹한 현실에 눈뜨기 시작했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이었으리라, 조숙하게도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라는 경귀를 벽에다 써붙이고 쓰러지지 않으려 애를 쓴 기억이 지금도 때로 선연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이런 추억은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니리라. 우리 세대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막막하던 빈곤의 추억과 빈곤을 벗어난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막막하던 시절, 그래도 끝내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한 가닥 믿음 때문이었다. 이 믿음은 수많은 빈곤가정의 부모와 자식에게 신앙처럼 간직되었다. 그리고 빈곤한 이들의 믿음은 배반되지 않아서 수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빈곤한 집안의 자식들이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그리하여 하루 밤사이에 계층 상승이 이루어졌다.

 

개발연대 한국사회는 비록 권위주의 체제였지만, 이처럼 계층상승의 통로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빈곤층의 사회통합도 가능하였다. 이 시절 계층상승의 가장 유력한 통로는 교육이었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지금 대한민국사회에서 계층간 이동통로가 닫혀지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계층간 소득격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상위 10%의 소득과 하위 10%의 소득을 비교하면 1990년 8.5배였으나 2014년에는 11.9배로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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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격차의 확대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시간이 지나도 고소득층은 고소득층으로, 저소득층은 저소득층으로 남아있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빈곤층이 빈곤을 탈피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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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고착화와 함께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빈곤의 대물림이다. 내 세대의 빈곤도 아픔이지만, 이 빈곤한 삶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계층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우리 국민들은 이념갈등보다, 지역갈등보다 계층갈등을 우려한다.

 

빈곤의 대물림 고리는 교육격차이다. 특히 사교육의 차이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격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2014년 3/4분기에 소득 상위 10% 계층의 사교육비는 하위 10% 계층의 16.6배에 달한다. 이러한 교육격차가 계층간 대학진학률, 특히 일류대학 진학률에 격차를 낳고, 졸업후 직업의 차이를 가져와 부모세대의 빈부격차를 그대로 물려받게 한다. 로스쿨과 메디컬 스쿨도 교육을 통한 빈곤의 대물림과 선망받는 직업의 세습에 일조를 한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고액의 교육비를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부유층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진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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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 자료(2015. 1. 7)에서 인용.

 

빈곤의 대물림을 방치하면 우리사회는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빈곤계층 자녀의 교육격차를 해소해주는 것은 빈곤계층에게 계층 상승의 통로를 열어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삼성그룹은 2011년부터 저소득층의 중학생을 위한 드림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전국의 저소득 가정 중학생 1만 3851명에게 대학생 강사를 선발하여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일종의 과외공부를 제공하였다. 과외가 필요 없는 교육제도가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사교육이 학교성적과 대학입학, 그리고 학교 졸업 후 직업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빈곤가정의 자녀들에게만 그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육격차를 통해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게 하려면 삼성의 드림클래스 모델이 우리사회에 더 확산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드림클래스는 모든 빈곤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통합과 지속가능발전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더 참여하여 아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학생들과 다른 학령 학생들에게도 학습지원을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기초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좋은 학습습관을 길들여야 하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효과적인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드림클래스는 여기까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 이 시대는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빈곤 가정에서 태어나더라도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하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 사회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린 시절,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 절망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그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장대를 우리사회가 제공하여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되고 성취감을 누릴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가장 생산적인 장대는 빈곤계층의 자녀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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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07일 21시2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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