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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유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20일 20시0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22분

작성자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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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본문

추경유감

 

 

다음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질문1: 기상예보관(weather forecaster)과 경제학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정답: 예측을 하지만, 자주 틀린다.   

 

질문2: 기상예보관과 경제학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답: 기상예보관은 적어도 현재 날씨는 정확히 판단하는 편이지만,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상황도 잘 모른다. 사실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웃자고 누군가가 지어낸 것이겠지만, 그저 농담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현실적 함의가 제법 뚜렷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점은 ‘경제학자들은 진짜 현재의 경제상황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가?’ 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경제의 현재상황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편이다. 왜 그러한가? 기상예보관이 그저 창밖만 내다보면 현재의 날씨정도는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제상황 역시 그저 현실만 파악하면 될 것인데, 왜 경제학자들은 그리 쉬워보이는 것 조차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현재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통계 및 지표들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생산되기 때문이다. 즉 오늘의 경제상황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위의 이야기는 경제학자들이 느끼는 자조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경제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지만 현재의 경제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전망을 수행하는 여러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시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문제는 수정되어 발표되는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 추이를 살펴보면 4.2%(2014년 4월) → 4.0%(2014년 7월) → 3.9%(2014년 10월) → 3.4%(2015년 1월) → 3.1%(2015년 4월) → 2.8%(2015년 7월)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모든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경쟁적으로 낮아져, 이제는 2%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과 금융연구원(2.8%), 하나금융연구소(2.7%)는 물론, 비록 단서조항을 붙이기는 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2.7%)과 LG연구원(2.6%)의 전망치 역시 2%대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경제전망 기관인 KDI 역시 연초 3.5%를 최근 3.0%로 낮춘 바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전망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KDI 역시 2%대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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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정부의 전망치는 아직도 3%대에 머물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 영향들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당초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적극적인 추경을 통해 3%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쉽지 않아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3% 성장률을 장담한 것은 추경이 추진됨을 전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추경이란 매우 빈번하게 추진되는 것이라, 이제는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짙지만 사실 추경이 빈번히 집행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추경은 사전적으로 ‘예산이 성립한 후에 생긴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라 정의되어 있다. 정의에 따르자면, 추경의 본질은 ‘부득이한 사유’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부득이한 사유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2000년 대 이후 작년(2014년)까지 총 14회가 집행되었으니, 거의 매년 부득이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빈번히 추진되는 것인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성장잠재력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목표치는 긍정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정하다보니, 번번이 목표보다 낮은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달갑지 않을 것이므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즉 단기 부양책이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추경이란 단기 부양책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단기부양책이던 아니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언뜻 그러할 것처럼 보이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단기부양책이 경제에 긍정적이었던 경우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의 긍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 경기지표가 좋아지는 것이다. 당장 정부가 돈을 쓰게 되니 소비,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경제성장이란 결국 소비와 투자의 함수이기 때문에 소비, 투자의 증가는 소득의 증가, 즉 성장률의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정부가 돈을 더 쓴다는 것은 어디서부터인가 그 돈을 마련해 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가 쓰는 돈은 대개 민간, 즉 기업이나 가계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쓰는 돈은 사실 따지고 보면 민간이 써야할 돈인 것이며, 정부가 돈을 더 쓰는 만큼 민간이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민간의 지출여력이 감소하는 것은 결국 소비 및 투자감소를 의미하게 되는데, 이는 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추경이 발생시키는 부정적 효과이다. 결국 추경이 당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더 커야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경기부양책이 매번 성장률을 높이고 호황을 불러일으킨다면 왜 많은 국가들이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겠는가? 

 

단기 부양책이 갖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의 본질적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부양책이란 일종의 피로회복제이다. 피로회복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활력이 생겨 체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시간이 흘러 그 효과가 사라질 때 즈음이면 전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피로회복제 보다 좋은 것은 체력의 본 바탕을 키우는 것이다.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피로회복제를 복용하는 것 보다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노력도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체력을 강화하는 것은 부작용도 없고 지속성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와 같이 근본적 체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현대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체질개선 또는 구조조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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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의 추경은 그 사유가 뚜렷한 편이다. 예상치 못했던 메르스 사태나 장기화되었던 가뭄, 그리고 그리스발, 중국발 경제적 악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된다. 하지만 단기적 부양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실이 비록 호의롭지 않더라도 당초에 계획했던 구조조정 계획은 꿋꿋히 추진됨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나은 해법인 것이다. 언제까지 피로회복제만 복용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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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0일 20시0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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