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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정치리더십 - 외천본민(畏天本民) <44>국토를 제대로 지켜라 (IV) 제1차 파저강 전투⑦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11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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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명령불복종 처리>

 

세종은 전쟁수행 도중에 일어날 문제들에 관해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첫째로 모든 예하 장군의 상벌의 권한을 최윤덕에게 주는 것이 옳은지 의심이 들어 물었다.

 

   “이미 부장이하의 명령 복종, 불복종의 상벌을 최윤덕에게 명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 태종의 대마도정벌시 2품 이상은 도통사로 하여

    상부에 계달한 후에 단죄를 하였다. 이번에 도절제사가 부장이하를 

    마음대로 결정하게 한 것은 좀 안된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旣命潤德 賞罰副將以下用命不用名 然予思之 曩者我太宗東征之時

     二品以上 令都統使啓達 然後斷罪 今也都節制使 壇斷副將以下 

     似乎未安 處之何如 : 세종 15년 3월 16일)”

 

모두가 말했다. 비밀리에 최윤덕에게 말하여 적과 내통하지 않은 한(非臨敵) 2품 이상은 윤덕 마음대로 전단하지 말게 하시되, 겉으로는 다른 부하나 군사들이 알지 못하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세종은 또 소집에 늦은 자들이나 대오에서 떨어지는 병사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하여 물었다. 너무 가혹하게 처벌한다면 처벌 받는 자가 너무 많을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군사가 기일을 어기거나 대오에 낙오한 자는 오직 군법에만 따른다면 

   많아서 열 명이 된다 하더라도 모두 참형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     

   해보니 그렇게 한다면 죄를 짓는 자가 너무 많아져 아름다운 일이 못    

   된다. 그렇다고 죄를 주지 않으면 군령이 서지 않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軍士違期不到者及失伍離次者 一依軍法 則雖多十人皆斬 

   然予思之 如此則 受罪者頗多此非美事 若不罪之 則軍令不嚴 處之如何

   : 세종 15년 3월 16일)” 

 

모든 대신들이 말하기를 기한에 늦은 자 중에서 가장 늦은 자만 벌하시고 마찬가지로 낙오한 자 중에서도 가장 낙오한 자 만을 죄를 주시면 어떠냐고 답했다. 세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옳은 말이다. 


<허조의 연기 건의>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결전의 날만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조판서 허조가 전쟁을 중단하자고 주장했다. 지금이 4월인데 큰 비라도 만나면 강물이 넘칠 것이고 작전수행에 큰 장애가 생길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8월에 공략을 한다 하더라도 초목이 무성하여 적도들이 매복하기 용이하니 기습공격에 매우 취약할 것이라 지적했다. 겨울이 오기를 기다려 기습공격을 감행하면 쉽게 승리를 보장받을 있겠다는 게 허조의 생각이었다. 지난 해 연말 올량합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 이후 몇 달 동안 대책을 의논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 가려는 참에 허조가 판을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세종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저 큰 비는 반드시 육칠월에 오는 것이라. 하늘이 우리나라를 미워하

    면 비가 와서 군사들의 길을 막을 것이나, 하늘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하필 4월에 큰 비가 올 리가 없다. 그러나 하늘의 도는 바로    

   알기 어려워 반드시 그렇다고 하기 어렵기는 하다. 단 성인은 사물을 밝  

   게 통하여 만리 밖을 보시므로 승부는 묘당 위에서 결정하실 것이다. 

    평범한 중인 이하 사람들은 일을 함에 있어서 의혹과 염려에 빠지는데   

   만약 의혹과 염려로 인해 일을 미룬다면 언제 군대를 보내 일을 성사시  

   킬 것이란 말인가. 더욱이 풀이 길게 자라는 계절이므로 말을 먹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데다가 야인들의 노략질이 얼마 전에 있었으므로 쫓아가  

   토벌하고 다시 되빼앗아 오면 황제도 그것을 가지고 잘못이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기다린 후에 군대를 일으켜 상국의 국경을 침범하면 

   그것이야 말로 황제가 반드시 우리 잘못이라 하지 않겠는가.           

    (大抵大雨 必在六七月間 天厭我國 則降雨以塞軍路 天不厭我  則四月何必   

   大雨 然天道難諶 未可必也 但聖人洞照事物 明見萬里 決勝負於廟堂之上  

    矣 中人以下 於作事當有疑慮 若疑慮以猶豫 則何時發兵以成大事乎 況今  

    當草長之時 無有秣馬之弊乎 又野人虜掠未幾 追討取還 則皇帝亦不以爲非  

    矣 若待後日興師 越入上國之境 則皇帝必以我國爲非矣     : 세종 15년 3월 17일)” 

 

[제 1차 파저강 전투의 승전 전과]

 

결전의 시간이 임박했다. 세종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토벌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만약 올량합의 권두 일당이 저들을 구원하러 온다면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급히 도승지 안숭선과 김종서를 불러 몰래 물었다.

 

   “권두 등이 파저강 무리를 돕고자 군대를 거느리고 들어온다면

    즉시 평안도 도절제사에 명을 내려 비밀리에 함길도 도절제사와

    통하여 협공하게 하면 어떨까. 

    (權豆等若欲救婆猪江 治兵以來 則令平安道都節制使 

    密通咸吉道都節制使 挾攻何如 : 세종 15년 4월 5일)”

 

안숭선이 가볍게 대답했다. 권두 등이 파저강을 구원하러 온다면 그 전에 처자들을 대피시켜 놓고 와야 할 텐데 그럴 시간이 과연 있겠으며 또 쳐들어 온다 하더라도 평안도 도절제사가 임금의 영을 기다리기도 전에 쳐부술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 세종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누설하지 말라. (毋漏泄 : 세종 15년 4월 5일)”

 

[최윤덕의 전투 군령 발동]

 

모든 전쟁준비가 끝난 다음 최윤덕은 아래의 군령을 발동하였다.(일부)

 

- 주장이 호각을 한번 불면 모든 장군은 이에 응한다. 쇠북도 마찬가지다.

  대장의 깃발(휘)을 좌로 움직이면 좌로, 우로 움직이면 우로 나아간다.

  북이 울리면 진격하고, 쇠북이 울리면 정지하며, 재차 쇠북이 울리면 퇴각 

  한다. 모두 하나같이 주장의 명령에 따를 것이다.

  (主將角一通 諸將應之 金鼓亦同 麾左而左 麾右而右 鼓之卽進 

   金之卽止 再金卽退 一從主將之令)

 

- 전쟁에 임하여 대장 깃발에 불응한 자, 북소리에 나아가지 않은 자, 

  장수를 구하지 않은 자, 군의 정보를 누설한 자, 요망한 말을 하여 무리를

  의혹하게 한자는 대장에 보고하고 참수한다.   

  (臨戰 麾而不應者 聞鼓不進者 不救將帥者 漏泄軍情者 發妖言惑衆者 

   告大將斬)

 

- 자기 패(약 40-50명의 군대 단위)를 잃고 다른 패를 따라간 자, 

  장(신분증)을 잃은 자, 시끄럽게 떠드는 자는 벌한다. 

  (失其牌而從他牌者 亡章者 喧譁者 罰)

 

- 3인 이상이 대오를 잃은 경우 벌하며, 패두(패의 지휘관)를 구출하지 않  

  은 자는 참수한다.

  (伍中失三人者罰 不救牌頭者斬)

 

- 북을 천천히 치면 천천히 나아가고, 빠르게 치면 빠르게 나아간다.

  법을 따르지 않는 자는 행진 중에는 벌하고 전쟁 중에는 참수한다. 

  (徐鼓則徐行 疾鼓則疾行 不從法者 行進則罰 臨戰則斬)

 

- 적의 마을에 들어가면 늙거나 어린 남자와 모든 여자를 때리거나 

  찔러서는 안 되며 장정이 항복하면 죽이지 마라.

  (入賊里 老幼南婦勿擊刺 雖壯者 降則勿殺)

 

- 적의 마을에 들어가 령이 내리기 전에 재물 보화를 챙긴 자는 참수한다. 

  (入賊里 出令前收拾財寶者斬)

 

- 소와 말과 닭과 개를 죽이지 마라. 

  (勿殺牛馬鷄犬 勿焚家舍)

 

- 대저 공격의 법도는 의로서 불의를 격퇴하는 것이므로 그런 마음을 갖고

  공격을 단행함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도리이다. 만약 늙거나 어린 사람을

  잡아 죽이거나, 중국사람(唐人)을 죽이거나, 전공을 노리고 법을 

  간사하게 범하는 자는 모두 군법에 따라 시행한다.  

  (大抵攻伐之法 以義誅不義 攻其心而萬全 義也 若有侵殺老幼 要殺唐人 

   欲釣軍功而干犯條令者 竝依軍法施行)

 

- 만약 인마가 사망하면 말은 뼈를 모아 땅에 묻고 사람은 싣고 돌아온다.

  (若有死亡人馬 馬則收骨埋置 人則載來)

 

군령을 전달하고 나서 최윤덕 도절제사는 다른 부장들과 서로 인사하고 흩어졌다. 최윤덕은 바로 강을 건너 진영을 차렸다. 밤사이 들노루 네 마리가 제 발로 진영에 들어와 사로잡혔다. 주나라 무왕이 상(은)나라를 칠 때 흰 물고기가 배안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람들은 흰고기가 상나라 를 상징하므로 상나라가 주나라 안으로 들어오는 징조라 했었다. 최윤덕은 들노루가 바로 야인이고 이제 야인이 저절로 잡히는 것을 의미한다고 기뻐했다. 

  

파저강 야인에 대한 공격을 위해 4월 10일 강계에 전 군사를 집결하였다. 그리고는 군사를 일곱 갈래로 나누어 적진으로 깊이 진격한 뒤 4월 19일 동시에 기습타격을 감행하였다. 중군은 절제사 이순몽 휘하의 2515명으로 이만주의 거처로 곧바로 진격하고, 좌군은 절제사 최해산 휘하 2070명으로 거여로 진군하였으며, 우군은 절제사 이각 휘하 1770명과 마천으로 향하였다. 조전절제사 이징석은 3010명을 거느리고 올라로 진격하였고, 김효성은 1888명을 임합라 부모의 거소를 공격하고, 홍사석은 군사 1110명으로 팔리수 등지로 나아갔으며, 최윤덕은 2599명을 지휘하여 임합라의 본거지로 들어갔다. 

 

적진으로 들어가기 전 최윤덕은 전 군사를 모아놓고 군사의 행동요령과 지시사항을 하달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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