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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의 미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4월09일 17시10분

작성자

  • 김한곤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박사),前 한국인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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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의 출산율은 1980년대 중반 무렵 인구대체수준의 합계출산율(2.1)에 도달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1년에는 합계출산율 1.3의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2018년 0.98를 기록하였으며 2022년에는 0.78에 도달하여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1970년대 초 100만 명 안팎으로 태어나던 신생아는 끊임없이 감소하여 2002년 50만 명 이하로 떨어지더니, 2022에는 249,000 명이 태어나 50 여년 사이에 1/4토막이 났다. 그 결과 골목길에서 해가 질 때까지 떠들고 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며 놀이터나 골목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왜 이렇게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까? 여기에는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미혼율의 증가와 초혼연령의 상승이 출산율 및 신생아 감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결혼적령기를 지난 연령층의 98% 이상이 기혼자로서 결혼은 매우 보편적인 사회 현상이었으며,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결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적 통념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확연하게 변해 있다. 2022년에 실시된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 응답자 중에서 49% 만이 향후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19세~34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3.7%만이 출산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평균초혼연령의 경우 해마다 상승하여 2000년 남녀의 평균초혼연령은 각각 29.3세와 26.5세이었으나 2022년에는 33.7세와 31.3세로 상승하였다. 그러므로 해마다 신생아수가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출산율 및 신생아의 감소는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를 초래하여 노인인구부양부담 증가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기를 앞당기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과 출산에 우호적인 환경을 꾸준하게 만들어 가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하겠다.

 

 평균기대수명의 상승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저출산의 영향으로 노인인구비율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한국사회는 노인들로 넘쳐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지하철 이용객의 상당수가 은퇴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크고 작은 공원과 도시 인근의 산들은 은퇴한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교실의 인기 프로그램은 새벽부터 줄을 서야 겨우 수강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 왜 이렇게 변화하게 되었을까? 자영업 종사자와 특별한 직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만 60세를 넘으면 대부분 1차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년 후 새로운 직업을 찾아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어려운 처지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OECD국가들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34%, 2022)은 한국이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상대적 빈곤율(42.7%, 38위/38개국)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현실은 노인들의 상당수가 경제적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노인인구에 비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니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양에 대한 우려가 자꾸만 커져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인구를 14세 이하의 아동인구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로 구분하여 그 변화를 비교해 보면 한국사회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체 인구에서 아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12.2%(약 630만)에서 2050년 8.9%(약 425만)로 감소하는 반면, 노인인구의 비율은 2022년 17.5%(약 900만)에서 2050년 39.8%(약1900만)로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경제활동인구(15세~64세) 비율은 72.1%에서 51.3%로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후속 세대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보다 약 21년 앞서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를 겪으면서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경험한 일본의 모습이 20년 후 한국의 자화상이 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과 빠른 인구고령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모습일 수도 있다. 대도시가 팽창하는 시기에 건설된 대도시 인근 교외의 대단지 공동주택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텅텅 비어 유령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소비에 소극적인 노인들의 소비 형태로 인하여 지역사회의 경제는 쇠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지방소멸을 더욱 앞당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이와 같은 초저출산과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2006년 이후 오늘날까지 기울여 왔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하여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출산율 제고를 위하여 300조 이상의 예산을 지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의 상승은 고사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에는 0.78을 기록한 바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하였던 정책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토대로 정책의 효율성을 철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예산편성권은 물론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도 없는 현재의 위원회 형태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청’과 같은 컨트롤타워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의 신설을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인류와 다른 포유동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장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미리 예견하고 대비해 가는 능력이라 하겠다. 인구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며 시행착오 역시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어난 인구현상일지라도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최소한 경착륙은 피할 수 있다. 진화론자 찰스 다윈의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생물은 똑똑한 것도 아니고 힘센 것도 아닌 적응을 잘하는 생물’이라는 주장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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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4월0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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