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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y for all, Special for non”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8월0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02일 11시33분

작성자

  • 이정현
  • 전 새누리당 대표, 전 국회의원(3선)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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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회의원 체포 동의 표결 방법이 갑자기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혁신안으로 내면서다. 이재명 대표가 이를 받았고 기명으로의 변경을 조기에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기명이냐 무기명이냐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현행 국회법은 무기명이다. 체포동의 외에도 탄핵안, 해임안, 국회직까지 인사 관련은 무기명으로 한다.

 

지난 70여년간 이 규정대로 해 왔다. 1952년부터다. 가결된 경우도 있었고 부결 된 때도 있었다. 부결되었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결 되었다고 다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지레 이런 소란을 피우는 것일까? 무소불위의 권력자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지도부의 횡포로부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규정이 무기명 투표다.

이것을 갑자기 기명으로 변경하자고 서두르는 의도를 국민이 정녕 모를 것이라고 민주당은 착각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진영논리와 진영의 충성심에 대한 확신이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불체포 국회 동의가 국회의원의 특권이냐 아니냐, 표결시 기명이냐 무기명이냐는 사실 케케묵은 논쟁이다.

 

여야 입장은 매번 달랐다. 사안과 정국상황과 시기에 따라 입장을 바꿔 왔었다. 무기명이 유리하면 무기명을 주장했다가 기명이 유리하면 기명으로의 전환을 주장했었다.

당리당략에 따라 그때그때 달리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지 주장이었을 뿐 변경된 적은 없다. 국민이 두려웠을 것이다. 기명, 무기명 논쟁은 사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는 하등에 상관이 없다. 시끄러운 소수의 정치적 이해득실 문제일 것이다. 침묵하는 중도 다수에게는 단지 소음일 뿐 관심이 없다.

 

진영논리 관점에서 체포동의 기명 전환의 쟁점을 살펴보자.

정치 지형은 크게 둘로, 즉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나뉜다. 각 진영의 중심인 정당을 축으로 지지층들도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이 두 진영에 속하지 않은 유권자층을 중도 또는 무당파라고 부른다. 

 

진영정치의 문제는 진영에 기생해 이익을 얻기 시작하면 진영의 존속을 위한 생태계로 편입하게 된다. 진영에서 자기를 지키고, 관계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만들고, 진영논리를 학습하고 더 나아가 나중에는 진영논리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 된다.

 

수단이 목적이 될 때, 어떤 논리도 법과 도덕의 통제를 벗어나고 마는 황폐한 정치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최근 이런 류의 정치인들을 무수히 목도하고 있다. 이들은 진영의 유지, 발전, 승리를 위한 진영논리를 목적으로 하는 매우 기발한 논리들을 개발하는데, 요즘 난무하는 가짜뉴스 생산 같은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불체포특권을 무기명투표로 하는 게 진영에 유리하면 무기명, 기명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면 기명투표의 논리를 개발한다. 이 논리를 진영구성원이 공유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면 새로운 논리, 이슈, 가짜뉴스를 동원한다. 이를테면, 비디오 판독으로도 페널티킥이 분명해지자, 골대가 너무 넓으니 좁히자고 주장하면서, 응원단들도 진영으로 뭉치게 만드는 진영논리를 위한 논리들을 기발나게 생산한다. 당의 주요 인물에 대한 체포 동의를 갑작스럽게 기명으로 변경하자는 그 어떤 방탄 주장도 진영 논리일 뿐이다

 

다시 본래 논점으로 돌아가자면 불체포는 당사자가 국민과 소속 의원 앞에서 스스로 포기선언을 할 수 있다. 혹은 당지도부가 당론으로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길 수도 있다. 드문 경우지만 말이다. 그래도 헌법대로 표결은 반드시 한다. 정치인들은 그럴 때도 단서는 꼭 단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한 영장청구여야 한다는. 정치권의 단서는 대부분 빠져나가는 큰 그물코다.

 

불체포특권은 개헌 사안이니 논외로 치자.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표결 기명 여부 규정 변경은 다르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남용해 국회법을 고치면 기명으로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민주당은 볼 장 다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흑백 투표, 공개투표, 양심팔이 투표로의 법개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 꼴도,민주당 꼴도, 국회 꼴도, 나라 꼴도 우스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엄청난 중도층의 이탈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느 국민이 그들과 휩쓸려 같이 하고 싶어 하겠는가? 자칫 혁신이 망신이 된다. 묘수가 꼼수로 비쳐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당지도부든 국회의원이든 누구에게도 특권은 없다.

“Opportunity for all, Special for non.”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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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0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02일 11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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