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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후반기 대중(對中)정책: 배제(decoupling)와 관리(de-risking)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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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02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02일 13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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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2021 취임 이후 이전 행정부의 관세 위주의 중국 제재 정책을 계승함과 동시에 반도체 및 첨단 기술분야의 공급망 재편, 기술이전과 투자 제한 등 더욱 강화된 배제 정책을 현재까지 추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신중국 정책은 탈중국 내지는 배제(decoupling) 정책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의 잇단 중국 방문으로 인하여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놓고 엇갈린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이어 7월 초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과 케리 기후대사의 중국 방문 예정 등으로 중국 배제의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제한적 배제와 부분적 협력의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대중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미국의 지속되어 온 중국 배제 정책의 기조에는 일체 변화의 조짐이 없어 보인다. 2016년 이후 미국의 중국 정책은 중국견제라는 초당적 (bipartisan)지지에 기반한 것이며 초당적 지지가 약화되고 있는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공화당의 경우 더욱 강경한 대중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과 브링컨, 옐런 등의 방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2017년 이후 미국의 중국 정책과 그 배경이 된 중국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이 추구하는 디리스킹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유럽연합의 디리스킹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용(engagement) 정책의 폐기와 미국의 신중국 정책 

 

2017년 12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은 기존의 개입(engagement)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하였다.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이며 경쟁자로 명시하였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밀어내려는(displace) 수정주의 강국이며 약탈적 경제력과 점증하는 군사력으로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경쟁국으로 미국의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되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중국을 경쟁국으로 부른 적이 없었으며 전략적 협력 관계라는 수사를 유지하여 왔다.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으로 시작하여 1980년대 개혁 개방 정책에 대한 지원, 1999년 PNTR 지위 부여에 이은 중국의 2001년 WTO 가입 등으로 확대, 강화되어 온 개입 정책은 폐기되었다. 

 

중국에 대한 개입 내지 포용정책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LIO, 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 근거한 것으로 LIO는 개입과 포용에 의한 경제 성장과 이에 수반하는 시장 경제의 수립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자유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면서 중국을 시장경제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중국 제재 요구는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하다는 ILO 논리로 무산되었고 1999년 PNTR 지위의 부여도 같은 논리로 정당화된 바 있었다. 2017년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는 수십 년간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부상과 국제 질서의 편입에 대한 지원이 중국을 자유화시킬 것이라는 신념에 근거해 있었으나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중국 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환되었음을 선언한 것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 개입 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하여 왔던 민주당 계열 인사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전략을 담당했던 캠벨은 2018년 “중국은 어떻게 미국의 기대를 무시했는가”(Kurt M. Campbell and Ely Ratner, How Beijing Defied American Expectations, Foreign Affairs 2018)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에서 미국의 대중국 개입 정책의 실패 원인과 현황을 분석하고 트럼프의 정책들 중에서 중국 정책만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변화된 중국 정책이 초당적 지지 기반을 통해 민주당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캠벨은 2021년 국무부의 아시아 정책 총괄 책임으로 임명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욱 공세적이다. 2022년 10월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은 중국을 미국에 대한 최고의 도전(top challenge)으로 국제 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점증적으로(increasingly)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으로 그러한 힘을 갖게 될 유일한 경쟁국가로 규정하였다. 패권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거나 수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과 의지를 갖고 있는 초강대국으로 정의할 때, 미국은 중국이 미국 패권을 대체할 의도는 이미 드러내었으나 아직은 그러한 힘은 갖추지 못한 상태로 진단한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정책은 당연히 중국이 그럴 수 있는 힘을 갖추지 못하도록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제반 경쟁에서 중국을 능가(out-compete)하는 것이다. 

 

더욱 강화된 중국 견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7월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8월 발효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다. 이 법 목적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다. 이 법은 미국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390억 달러)과 첨단 반도체 R&D 지원(11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만 총 527억 달러(약 70조)를 지원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 세액공제(10 년간 약 240억 달러)를 지원한다. 관련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 우려국에서 특정 첨단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용량을 확장·구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두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투자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반드시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면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다. 

 

반도체과학법의 의회 표결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상원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의 찬성으로 초당적 지지(64-33)를 얻었으나 하원에서는 24명의 공화당 의원만 찬성함으로써 2/3 이상의 지지, 즉 초당적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는 점이다(243-187). 주목할 점은 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배제 정책을 공화당이 반대하였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공화당 다수는 보다 확실한 중국 견제를 요구하면서 법안에 반하였다. 공화당 보수파 최대 모임인 공화당연구위원회(Republican Study Committee)는 이 법안에 대하여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우회적으로 중국 기업이나 정부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방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를 촉구하였다. 트럼프 이후 구축된 중국 배제 정책은 확고한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냉전 시대의 봉쇄정책을 대체하는 미국의 대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디리스킹 전략 

 

그렇다면 최근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디리스킹은 어떠한 정책을 의미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리스킹은 2023년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폰데어레이엔(Ursula von der Leyen)이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디리스킹은 유럽연합의 중국 정책으로 정착되었다. 6월 3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uncil)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책을 채택하였다. 핵심 자원과 생산품의 중국 의존을 축소하되 통상과 지구적 이슈에 대한 협력은 지속해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유럽연합은 디커플링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암시적으로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 전략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의 디리스킹 전략은 중국 경제의 규모와 중요성에서 볼 때 봉쇄나 배제는 불가능하고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중국에 휘둘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변화와 의존 축소로 위험을 줄이면서 대화와 협력은 지속하겠다는 중도 전략인 것이다. 

 

반면 미국의 디리스킹은 다른 뉘앙스를 띄고 있다.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5일 G7의 원칙은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며 미국은 중국과 경제를 분리하려는 것도 미·중 무역을 끝내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디리스킹이 갖는 의미를 3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청정에너지기술이나 반도체 같은 핵심 상품에 탄력적 공급망을 확보해 어느 한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특히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최첨단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국내 산업 역량의 원천에 근본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 정책이 중국과 분리, 미중 무역의 단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이외에는 현재의 중국 배제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설명이다. 

 

설리번은 4월 27일 브루킹스 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디리스킹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우선 중국 정책의 배경으로 미국이 직면한 국내외적 도전을 언급하면서 지정학적 안보 경쟁을 국제적 도전으로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입 정책의 실패부터 언급하면서 미국은 대규모 비시장(non-market) 경제가 국제 경제 질서에 통합되어 심각한 도전들을 야기하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중국을 의미하며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들을 지적하는데 미국 산업 경쟁력의 약화, 지속적인 군사적 야망, 책임 분담과 협력의 회피 등이다. 2017년 국가안보전략, 2018년 캠벨의 분석, 2022년 국가안보전략에서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중국 배제 정책의 배경이 된 대중국 인식은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국가 안보에 근간이 되는 기술들의 ‘핵심 분야 고강도’(small yard high fence) 보호, 신중한 맞춤형 표적 기술 수출 통제 등 기존의 정책 유지도 언급하였다. 덧붙여진 것이 있다면 경쟁 관리(managing competition)와 ‘가능한 분야’(where we can)에서 중국과 협력이다. 경쟁 관리는 경쟁을 하더라도 개방된 소통 라인의 유지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의도하는 디리스킹은 배제 정책은 유지하면서 위험은 대화를 통하여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디리스킹이라는 새로운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보기 힘들다. 변화가 있다면 핵심은 오히려 기존의 중국 배제 정책을 특정분야에서는 보다 정교화한 형태로 강화하되 그에 수반할 수 있는 갈등과 위험의 관리를 제도화하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디리스킹은 중국 견제 정책의 효과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 표현이며 세련된 디커플링 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년 8월호 통권 365호] (2023.7.3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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