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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의 기둥과 모험자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17일 18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04분

작성자

  • 홍은주
  •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메타정보

  • 23

본문

헤라클레스의 기둥과 모험자본

 

 옛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절에 지중해 유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바다의 끝에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있어 그 기둥을 벗어나면 끝없는 어둠과 지옥의 입구로 추락한다고 믿었다. 배가 장거리 이동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시대에 헤라클레스의 기둥은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를 제한하는 관념적 공포이자 미지의 영역이었으며 사람들이 절대로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 해양의 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그 미지의 공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죽음에 맞선 용기를 내어 지중해의 끝까지 항해했고 헤라클레스의 기둥 저 편을 엿보았다. 그 끝은 지옥으로 향해 입을 벌린 거대한 낭떠러지가 아니라 또다른 세상,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연결된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바다였다! 관념의 절벽과 미지의 공포가 사라지자 오랫동안 인류를 묶어온 과거의 족쇄가 풀리고 오대양 육대주가 바닷길로 연결되는 대항해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인류를 지중해의 작은 세계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의 넓은 바다로, 그리고 대서양에 인접한 인도와 아메리카와 아시아로 인도한 사람들은 유럽 정부의 무적함대가 아니라 경제적 동인에 목말라하던 개인들이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 먼저 개척하고 선점하고 교역을 해야 더 많은 경제적 이윤을 남길 수 있고 가문의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치열한 경쟁우위의 정신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미지의 세상과 조우하게 만든 힘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창조적 벤처기업과 ICT산업을 한국경제의 미래 신수종산업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그런데 기업들이 잘 움직이지 않고 벤처산업 추진이 생각보다 부진하자 최근에는 아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예산을 사용하여 ICT 관련 투자를 하거나 시험도시, 시범단지를 만들겠다고 서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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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다. 지금은 경제개발 초기인 1960년대, 1970년대처럼 기업들의 R&D 능력이나 기술능력이 부족하고 투자할 자본이 없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대기업들은 웬만한 부처보다 연구능력이 뛰어나고 충분한 연구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술표준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관망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세계의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정중동 속에서 관망하는 시기일 수도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추격을 통해서 성장해온 DNA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개척하는 것 보다는 다른 외국기업들이 먼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을 믿지 못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벤처와 창조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명백한 예산낭비이며 착각이다. 지옥의 입구라고 생각되었던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넘어 대서양을 발견하고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 생명의 신천지에 도달하는 것은 정부나 공기업의 어정쩡한 태도나 각오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성을 미래 동력으로 삼은 방향은 옳다고 본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타를 통한 초연결의 시대에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시켜 한계에 달한 기존의 제조업을 대체해 나가도록 한다는 큰 방향성도 전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사업보다는 백번 진일보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될 점은 기업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 스스로가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run)'의 모험적 영역에 직접 뛰어들고 개척하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험기피성향을 가진 유한한 권력주체인 정부나 공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주체가 될 수도 없고 시도한다고 해서 성공할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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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민간기업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에게 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혜택을 주고 교통정리를 해주고 창조적 방식으로 금융을 연결해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단 하나의 기업이라도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넘어 대서양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성공신화를 만들어 주는 편이 예산을 낭비하여 정부가 직접 ICT에 참여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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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3월17일 18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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