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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예산 편성, 지출구조조정이 먼저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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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06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07일 09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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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가 팬데믹으로 격상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초유의 대규모 재난극복 예산 짜기에 분주하다. 우리나라 역시 100조~240조원 규모의 정부안뿐만 아니라 야당 차원의 안까지 언론을 통해 공표되고 있다.

 

 제기되고 있는 예산안들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재원조달 방법인 것 같다. 이는 다소 모호해지긴 했지만 정부·여당 안의 재원조달 방법은 국채발행이 중심인 듯하고 야당 안은 지출구조조정이어서 두 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두 안은 각기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인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안은, 추가적으로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어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채발행 만큼 정부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경기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나라의 빚이 국채발행만큼 고스란히 증가하게 되어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약화되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현 세대의 세금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성 때문에 정치가들이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두 번째 방법인 예산 중 필요성이나 긴급성이 낮은 부문을 삭감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가채무가 늘어나지 않고 따라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두 가지 단점이 있다. 

하나는 512조 중 20% 예산을 삭감하는 지출구조 조정이 단기간에 가능하냐는 것이다. 지출조정을 위해서는 분야를 정하고 세부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이에 기초해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그런데 예산에 포함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업은 지속적으로 예산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단시간 내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지출구조 조정은 재량지출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2020년 예산 중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50%(보다 정확하게는 49.8%)에 육박해 지출을 조정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보다 타당할까? 필자는 지출구조 조정이 먼저라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네 가지 이다. 

 

 첫째, 국민에 대한 도리 때문이다. 도산위기에 놓인 산업이나 기업에 정부 재원이 투입될 때 먼저 강도 높은 기업의 자구 노력을 요구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투입될 재원이 국민의 세금에서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난으로 긴급하게 막대한 국가 재원이 들어가야 한다면 국민들에게 세금 청구서를 내밀기 전에 먼저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지출구조 조정이 정부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다. 

 

 둘째, 현행 예산에는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낮은 지출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있어 지출 구조를 조정할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지출은 대개 잘못된 정책으로부터 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사라져버린 양질의 민간부문 일자리를 메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랏돈이 사용되었는가를 보라. 잘못된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만 해도 긴급재난지원 예산 중 많은 부분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지출구조를 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오래된 사업일수록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이는 지출구조 조정 명분이 국민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데 이해관계자가 아무리 많다 한들, 이해관계자의 논리가 아무리 미사여구로 꾸며졌다 한들 이들이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겠는가? 

 

 국민 이기는 이해관계 집단은 없다. 1990년대 초 스웨덴 정부는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사회보장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할 수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엄두도 못 냈었을 것이나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로 지출 삭감이라는 공감대가 국민들에게 폭넓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넷째, 지출을 기능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많이 지출되고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GDP대비) 경제, 주택 및 지역개발, 교육, 일반 행정 분야 지출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다. 먼저 이들 분야에 속해있는 사업들부터 원점에서 타당성을 점검해본다면 대대적인 삭감이 가능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출구조 조정은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낮은 분야의 지출을 삭감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분야의 지출을 늘리는 방법이다. 차제에 이에 더해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체제구축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는 지출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같은 세금을 가지고도 보다 많은 정부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예비타당성 검토제도나 심층평가제도 등을 운영하고는 있다. 예비타당성 검토제도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용-편익분석 등을 통해 그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법이고, 심층평가제도는 이미 시행 중인 부처단위 사업에 대해 그 간의 성과를 검증해 지속적인 지원 여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주지하다시피 지출의 비효율성은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 추진되거나, 시행 결과 의도한 만큼의 성과가 없는 사업에 예산이 계속 지원될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목적을 가진 사업이 여러 부처에서 시행될 때도 기준의 이질성, 중복적인 행정력 사용 등으로 지출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예비타당성제도나 심층평가제도로는 범부처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없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범부처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업들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지출검토제도(spending review)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출검토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장기간 지속된다면 국채발행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앞서 주장한 4가지 이유 때문에 필자는 지출구조조정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출구조 조정과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시기보다 지금이 적기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기회로 삼는 것 또한 정부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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