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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역 개방과 국제사회의 대응: 한·중 관계에 대한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08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4일 12시50분

작성자

  • 표나리
  •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조교수

메타정보

  • 3

본문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 나19는 중국과 세계 경제와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발 병 초기에는 전국적인 보건위기와 심각한 피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국외 확산 이후에는 오히려 팬데믹을 공산당 지배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 수단으로 역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중국은 지도부에 유리한 여론을 활용해 관련 지침들을 법제화해 무관용 통제식 방역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봉쇄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거세진 2022년 12월, 당국은 돌연 방역 정책의 완화를 발표한다. 이후 갑작스러운 정책의 전환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며, 이러한 상황이 시진핑 주석의 집권 3기 초입에 들어선 중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당초 감염병의 관리 문제를 국가의 리더십 역량과 등치시킨 까닭이다. 또한 혼란의 여파로 국제 사회가 중국에 대한 방역의 담장을 높이며 방역 문제가 대외관계 차원의 사안으로 격상되는 최근의 추이도 주목된다. 


코로나19 관리에 대한 중국의 인식 및 정책 변화 추이 

 

2022년 12월 7일, 중국 국무원은 3년 가까이 지속해온 일명 ‘제로 코로나(淸零)’ 방역 정책의 완화를 발표했다. 「진일보된 코로나 19 방역·통제 최적화에 관한 통지」로 명명된 동 발표에 따라 ▲ PCR 음성증명서 혹은 건강코드 (健康碼)제출, ▲시설 격리, ▲출입문 봉쇄 등 세 가지가 제한 혹은 금지되었다. 뒤이어 2023년 1월 8일, 마지막 방역 규제였던 ▲의무 격리 조치 폐지와 ▲국경 개방을 결정함으로써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면 폐기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을 은폐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우한시에서 이달 들어 총 27건의 바이러스성 폐렴환자가 보고됐고, 이중 7명은 위중한 상태”임을 보도했다 (2019.12.31). 그러나 국가위생건강위원회(國家衛生健康委員會, 이하 위건위)는 현지조사 6일 만에 “사스가 아니다”라는 결론과 함께 이 질환은 치명적 감염병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가 불투명하고 정보도 제한적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0년 1월 15일까지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의 방역정책은 계속해서 느슨하게 유지되다가 공식 확진자가 540명을 상회하고, 최대 명절인 음력설(춘제) 대이동이 시작된 이후에야 우한에 대한 봉쇄조치를 결정했다. 

 

이후 특유의 압도적인 행정력으로 상황을 봉합한 중국은 2020년 9월 8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 한다. 문제는 6일 후에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성공적인 감염병 관리에 대한 공산당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당국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이후 중 국의 방역 정책은 줄곧 ▲확진자의 조기 발견과 ▲격리를 골자로 추진되었다. 베이징-다롄·우루 무치-지린·선전-상하이-베이징 순으로 전면 통제를 거치며 그 규모 또한 지역 봉쇄에서 전국 규모 의 봉쇄로 확대되었다. 재감염과 봉쇄가 반복될 때마다 과도한 방역이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 같은 방침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라는 판단하에, 2022년 12월까지 3년 간 봉쇄·격리·수시 검사를 통해 감염원 자체를 박멸한다는 소위 ‘제로 코로 나’ 정책을 유지해왔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공식화가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2020.10.16.~22.) 이전까지 행사의 안정적인 개최를 위해 강력한 사회 통제가 추진되었다. 명분은 부족한 보건 인프라와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 인구에 대한 우려였다. 당초 제로 코로나 정책이 2023년 3월 ‘양회’ 개최까지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여론의 반발이 거세진 2022년 12월 돌연 통제식 방역을 중단하고 전면 개방으로 전환되었다. 

 

방역 개방의 배경: 여론의 반발과 경제악화 

 

급격한 정책 전환에는 소위 ‘백지 시위’라고 불리는 여론의 반발이 주효했다. 지난 3년간 극도로 강화되었던 당국의 대민 통제로 인해 중국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압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러한 가운데 2022년 11월 24일,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봉쇄 정책으로 인해 제때 대피하지 못한 19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당국이 “사람들이 자기를 구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참사의 원인을 발표하며 대중의 분노가 촉발되었다. 2020년 리원량 (李文亮) 의사의 사망과 당국의 사실 은폐에 분노 했던 여론의 반발이 우루무치 화재로 재점화되는 모양새였다. 중국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도시로 평가되는 상하이에서 시작된 항의시위가 당국이 가 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수도 베이징의 지식인 사회(칭화대학)로 이어졌다. 더욱이 해외 유학생과 화교들까지 백지시위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 되면서 반정부·반시진핑 기조로 흐르는 사회 분위기에 긴장한 중국 정부는 시위를 진압하는 한편 방역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기 시작했다. 

 

여론 악화라는 표면적인 요인과 더불어 경제악화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1995년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 줄곧 7~8% 를 상회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우한을 봉쇄했던 2020년 2.2%, 경제수도 상하이를 봉쇄한 2022 년 3.0%로 하락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의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경제의 고도 성장은 끝났으며 경제성장률 5% 수준의 중도 성장국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더욱 장기적으로는 수출부진과 인구감소 같은 구조적 난제들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무관용 통제식 방역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운 만큼, 당국도 일정 시점에는 새로운 대책을 고민해야 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폐쇄회로 구역 운영, 격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방역과 통제 완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을 시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 국민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는 시도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 누적된 경기 침체와 급격히 확산되는 여론의 반발 등 체제 불안정을 야기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국 방역 개방의 결과와 국제사회의 반응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의 동인이 무엇이든 간 에, 강력한 방역 정책의 근본적인 이유였던 보건 인프라의 부족과 노령화 사회 문제는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제반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에서 방역을 해제한 이후 중국에서는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오야후이 (焦雅輝) 국가위건위 의료정책사 사장(司長, 한국 의 국장급에 해당)은 2022년 12월 8일에서 2023 년 1월 12일까지 약 36일 간 중국 전체 의료 기관이 집계한 병원 내 코로나 감염 관련 사망자가 5 만9938명이라고 밝혔다.1) 서구산 백신 수입을 주저하며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 로 알려진 중국산 백신을 고수하는 정책도 변함 없이 유지되어 피해를 키웠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는 국제 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인적·물적 이동을 제한하는 기존의 강력한 봉쇄 정책은 국제 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방역 개방(리오프닝)은 경제적으로 반가운 결정이지만, 동시에 코로나19 피해와 혼란의 기억이 중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모순적인 상황을 반영하듯 각국의 반응에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우선 중국과 교류가 많아 감 염 확산의 영향을 받기 쉬운 인접 지역들을 포함해 입국 검역을 강화한 국가들이 있다. 가장 먼저 일본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고, 뒤이어 모로코·캐나다·미국·한국 등 도 검역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당초 다소 유연한 입장을 고수했던 유럽2)도 2023년 1월 4일부터는 EU의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3) 

반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인의 입국에 대해 조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태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 대부분 관광 산업 비중이 크고 일대일로 (一帶一路) 협력을 중심으로 중국과 경제적 유대를 이어온 국가들이다. 

 

지난 3년 간 전 세계가 치른 희생을 감안하면, 예견되는 재확산을 우려한 국가들이 방역의 담장을 높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중국인 보이콧으로 인해 중국의 부족한 사회 인프라 및 취약한 관리 능력 등이 부각된다면 이는 당국의 정치적인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온라인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국제사회의 평가는 시간차 없이 중국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중국 지도부로서는 민심 이반을 단속하고 사회 결속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 하다. 코로나19라는 실재하는 위기가 종결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경기 침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경제 여건의 호전은 중국내 여론의 반발을 약화시키고,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여를 통해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중국인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지도부의 집권 정당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방역정책과 국제사회의 대응, 세계 경제 간에는 교호성이 존재하고, 국제사회의 반응은 중국이 의도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한·중 관계에 대한 시사점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 중국은 두 가지를 선택했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사회 혼란의 책임을 국민들 특히 정부를 압박한 백지시위대에게 돌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시위 참가자들이 구금되었고, 중국 인터넷상 에서 방역 완화를 비난하는 SNS 계정들도 폐쇄되었다. 현재는 주로 감염 확산과 사망자 급증 문제를 두고, 당초 봉쇄 해제를 요구했던 시위대를 비난하는 내용들만이 남아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백지시위와 방역 개방을 연결 짓기 위해 ‘개방파’ 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2023년 1월 11일, 중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국가들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한다면서 한국, 일본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을 발표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방역을 강화한 국가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기에 쉬운 일본과 한국을 특정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서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은 제외되었으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보복조치임을 성명으로 밝힌 데 반해 일본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정이 가시적인 검역 갈등 이외에도 중국의 정치적 목적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내려진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방역 정책 자체는 중국 국내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를 둘러싼 문제들은 국제 정치 차원의 고려와도 연계된다. 예컨대 감염병의 발원지 문제가 중국과 국제사회 간의 정치적 대 립으로 확산되거나, 중국 책임론과 글로벌 반중정서가 강화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2020 년 리원량 사태로부터 최근의 백지 시위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인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국가들이 강조하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중국이 미·중 전략 경쟁 하에서 최근 미국에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에 대해 가장 강경한 대응을 선언한 저변에는 상술한 고려가 자리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한 압박이 성공한다면, 대미 경사가 심한 일본과 서방 국가들, 특히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국제사회 전체에 경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검역 갈등과 비자 제한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으나, 감정적 문제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 동북공정과 사드 마찰, 전통문화의 종주권 논란을 거치며 누적된 반감이 한·중 관계의 우호적 발전에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지목되는 현실만 보아도 그렇다.

 

세계는 지난 3년간의 어려움과 희생을 딛고 이 제 막 엔데믹 국면으로 진입하려 한다. 각국의 협력과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강도와 기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방역 완화의 초기에는 여느 국가들도 모두 혼란을 겪었다. 중국이 과거 더욱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를 준비 해온 한국 및 주변 국가들의 경험을 거울삼아, 반목과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해 사회 안정화를 앞당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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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숫자에 재택 치료 중 사망한 사례는 포함되지 않는 만큼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됨. 

2) 2022년 12월, 중국의 방역 완화 발표 이후, 프랑스·덴 마크·노르웨이·네덜란드·포르투갈·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은 대사관 SNS 등을 통해 중국 여행객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발 표했음. 

3) 현재 EU의 27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프랑스·이탈리 아·스페인·네덜란드 등 10개국과 영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한 상태임.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2월호 제11호](2023.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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