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0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6일 13시24분

작성자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메타정보

  • 4

본문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으로 한 때 멀어졌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최근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심리가 잦아들면서 다시 집중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 6월, 27개국이 회원국인 세계 최초 가상 자산 법 ‘미카’(MiCA: Markets in Crypto Assets)에 합의하였고, 그해 9월에는 미국이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자산 팩트 시트(Fact Sheet·요약서)를 발표했다. 디지털전환과 더불어 플랫폼 정부를 내세우는 우리도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디지털자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유럽의회가 마련한 MiCA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최초의 입법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MiCA에는 가상 자산을 지급 또는 투자수단으로서 수용성과 이용자·투자자 보호 필요 수준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디지털자산이 주식과 채권 등 금융 투자상품과 기능이 동일하다고 전제하였다. 여기에서 증권형 토큰은 기업이 주식, 채권 대신 암호화폐 형태로 발행하는 유가증권 을 말한다. 증권형 토큰은 그 용도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과 동일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금감위의 감독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아야만 한다. 

 

즉,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식을 발행한 것처럼 관련법에 따라 증권형 토큰을 발행해야함으로 절차가 까다롭고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특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당국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부산의 디지털 자산거래소 측은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의식,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공개) 및 가상자산을 제외하고 ‘비증권형 디지털 조각 투자 상품'만 취급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산디지털거래소 설립위원장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여전히 STO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 

 

한편, '유틸리티 토큰'이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특정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를 뜻한다.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나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에서 화폐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게임형 디앱 '크립토키티'를 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 플랫폼이 발행한 암호화폐 ‘이더(ETH)’를 활용하여 가상의 펫인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시키며, 매매할 수 있다. 이 때 통화로 사용되는 이더와 같은 토큰을 '유틸리티 토큰'이라 한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유틸리티 토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틸리티 토큰은 유행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거래수수료의 증가로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자산준거 토큰’은 토큰 발행액의 100% 에 해당하는 안전자산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치 안정을 도모하는 암호자산으로 지급수단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작년에 문제가 된, 가치안정 알고리즘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는 MiCA 규제체계상 자산준거 토큰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유틸리티 토큰과 같은 수준의 발행자 규제 및 공시 규제 등을 적용을 받는다.

 

미국 역시도 ‘책임있는 금융 혁신법’(RFIA·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증권으로 보고, ‘보조자산’ 개념을 추가했다. 증권성 여부와 탈(脫​) 중앙화 정도에 따라 상품이나 증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디지털자산 영역으로 포함시켰다. 지난해 10월 초안이 발표된 ‘디지털 상품 거래법’(DCCPA·Digital Commodities Consumer Protection Act)은 기존의 상품 거래법에서 정의하는 넓은 개념의 상품 범주에 디지털 상품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도 상품거래법을 준수하도록 했다. 디지털상품거래소, 중개업자(Broker·), 외환딜러(Dealer) 등의 등록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가 주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거래는 선물계약 규제와 같은 방식으로 기존 CFTC에 의해 관리 통제를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정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관련법안은 미국과 비슷하게 디지털자산을 증권으로 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디지털자산거래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매매업 또는 중개업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기존의 거래소와 무엇이 달라질 지 분간하기 어렵다. 새로이 설립될 디지털자산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화수분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위의 엄격한 감독과 규제보다는 유연한 형태로 설립돼야 한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타당한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ifsPOST>​ 

4
  • 기사입력 2023년02월0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6일 13시2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