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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정치인들의 악성 비즈니스 모델, 분열 정치의 바이러스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4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23일 14시43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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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아미(ARMY)’, ‘블링크(BLINK)’, ‘영웅시대’

 순서대로  BTS, 블랙핑크, 임영웅의 ‘팬 카페 이름’들이다.

 

아미와 블링크는 주로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영웅시대는 주로 중년의 아주머니들로 구성되어 있다. BTS, 블랙 핑크, 임영웅의 공연장은 이들의 환호로 가득하다. 이들 간의 연대감은 유니폼을 함께 입고 다닐 정도로 강하다.

 

이런 모임을 우리는 팬덤이라 부른다. 이들은 BTS, 블랙 핑크, 임영웅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열정을 공유한다. 이들은 “선(善)”한 의지로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팬덤은 우리 사회를 한층 밝고 즐겁게 해준다.

 

정치 현장에서도 이런 팬덤이 있다. 인터넷과 SNS 문화의 확산이 이런 팬덤 정치인들의 출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 자기 맘에 쏙 드는 주장이나 비전을 계속해서 띄우면 그 정치인에 동조하는 지지자들 간의 소통과 연대가 인터넷이나 SNS 망을 고리로 형성된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런 팬덤을 즐기고 있다. 그의 파격적인(Unconventional) 정책들과 소통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한다.

 

그가 대통령직을 떠난 후 모은 정치후원금이 1억 달러를 넘었다. 특히 지난 3월 30일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그를 기소한 이후에만 1천500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그의 선거 캠프에 쇄도했다.

 

트럼프에 대한 팬덤 현상은 미국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과 크게 다른 파격적인 그의 정책과 정책 추진 스타일이 뭔가 기존 질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동적 스타일은 지지자들의 트럼프 정적(政敵)들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켜 미국 사회를 분열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BTS, 블랙 핑크, 임영웅은 정서적 공감과 인간적 매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열성 팬덤을 초래했다. 트럼프도 미국인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열성 팬덤을 가능하게 했다. 

 

인기 가수와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팬덤이 미치는 정치 사회적 영향은 다르다. 인기 가수들의 팬덤은 선한 영향력의 전파를 촉진한다. 그러나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팬덤은 결과적으로 정치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 정치에도 이런 팬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과거 “노사모” “박사모” 등이 그런 성격이었다.

 

이들 팬덤의 뿌리는 노무현, 박근혜라는 두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들의 정치 행태가 한국 정치에 뭔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역갈등 타파”를 내세운 노무현에 대한 기대, “신뢰의 정치”를 내세운 박근혜에 대한 기대는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그들이 일치된 언행으로 제시함으로써 형성되었다. 이것 또한 국가의 밝은 미래를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국가 미래의 비전과 무관하게 오직 자기의 사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이런 팬덤을 정치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있다. 최근에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런 나의 느낌이 더욱 뚜렸해졌다.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는 의원일수록 스타 정치인이 되는 문화가 있다.” 

“진영 간 극단적 갈등 속에서 일부 적극적 지지자들은 국회의원에게 갈등의 중재자나 해결사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일보, 2023.4.7.)

 

나는 이런 의미의 한탄(恨歎)을 다른 몇몇 온건파 국회의원들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다. 온건한 주장을 하거나 합리적 정책을 제안하면 언론도 잘 받아주지 않고 열성 후원자들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후원금(2022년) 모금 상황을 살펴보면서, 그중 상위 그룹에 속하는 어느 한 분의 그동안의 어록을 추적해 보았다. 그 주요 내용은 자기 진영에 속하는 정치인들 비호(庇護), 상대 진영이나 그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악성 프레임 덮어씌우기 등이 대부분이었고 국가 운영에 관련된 정책에 관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거칠었다.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그와의 동지(同志)적 연대 의식을 유발하기에 효과적인 말들로 느껴졌다.

 

 또 다른 어떤 분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특정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통해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대리 만족시켜줌으로서 팬덤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그 특정인과의 대립 관계를 지속하면서 팬덤의 적극적 수혜자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특정 성향을 가진 투표권자들이 그들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나 집단에 대해서 갖고 있는 적대적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 이 팬덤 정치인들은 특정 성향의 투표권자들이 미워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악마화함으로서 그들을 만족시킨다. 이 정치인들의 이런 전략적 언행의 성과는 그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이 주축이 된 팬덤 형성으로 나타난다. 

 

이들 팬덤 정치인들은 자기 개인의 탄탄한 정치적 기반과 정치자금의 저수지를 상대방의 악마화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국가 사회의 분열과 대립이라는 폐해(弊害)를 초래하여 사회 평화와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은 어렵다. 대립 관계로 다투고 있는 두 집단이 서로 화해하도록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파괴적인 말은 그저 강한 감성적 단어와 어조로 던지기만 하면 된다. 왜곡된 정보로, 싸움하는 사람들을 더욱 격분하게 부채질하는 것도 쉽다. 그런데 이런 팬덤 정치인들의 언행을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은 기사거리가 못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비용‧편익 분석의 결과는 분명해진다. 막말과 악성 프레임으로 상대방을 악마화해서 사회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정치 비즈니스가 훨씬 높은 수익률을 가져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악마화 시키는 방법의 팬덤 정치는 아주 수익성 높은 정치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이들 팬덤 정치인들은 자기의 정치적 사익 극대화를 위해서 국민 통합이라는 국가이익을 훼손(毁損)하고 있다. 시커먼 연기를 매일 굴뚝으로 뿜어내는 공해(公害) 공장처럼.

 

이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집행해서 권력과 부를 쟁취하려는 것이라면 국민들은 불행해진다. 정치인들이 국민 후생의 증진을 팽개치고 개인 후생의 극대화에만 몰두할 때, 그들이 정치하는 사회와 국가는 쇠퇴한다. 공해를 뿜어내는 공장의 주인은 부자가 되지만 그 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은 나빠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것은 역사적 경험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파싸움으로 망가진 조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런 정치인들의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고 이들로 인해 국력이 약해지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1.3% 수준일 것으로 나는 전망한다. 내수, 수출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거대한 부채의 무게에 눌려 운신의 폭이 작은 상태다. 무거운 몸으로 밀려오는 거대한 해일(海溢)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관을 극복할 지혜를 짜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적대감을 바탕으로 분열을 심화시켜 사익을 추구하는 팬덤 정치인들의 험악한 소음만 크게 들리고 국민 통합과 경제난관 극복을 외치는 아름다운 가곡은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하는 슬픈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공해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이들 악성 팬덤 정치인들을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 진영에 속하는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악성 팬덤 비즈니스 모델이 실패로 끝나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의 극대화를 기본 전략으로 삼는 분열 정치가 그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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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4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4월23일 14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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