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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반도체산업 정세와 경기 전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8월30일 16시52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30일 14시01분

작성자

  • 김양팽
  •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메타정보

  • 2

본문

 

 <요약>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씩 증가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는 기능별로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구분되는데 지난 10년간 시장 구 조를 살펴보면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비율이 비슷하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도체 수요산업 성장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기기에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가 함께 탑재되기 때문으로 앞으로도 비슷한 비율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의 신산업에서도 중요한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기술 패권 경쟁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역내 생산을 늘리려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기의 불황은 반도체 신제품 개발 주기의 연장, 코로나19 이후의 수요 급감, 세계 경제 불안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개인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기업 투자도 지연되어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AI, 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은 과거보다 빠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1. 들어가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2월 이후 지난 5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 반도체 수출 감소이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도체산업에 관심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지난 코로나19 시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서는 반도체 공급망을 강조하기 시작하였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요국은 역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은 물론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열된 투자 열기와는 달리 최근 반도체 시장은 오히려 위축되고 공급과 잉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챗 GPT로 인해 AI 반도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주가가 상승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를 확인하고 향 후 반도체 시장 경기를 전망하고자 한다 


2. 글로벌 반도체 시장 동향

 

(1)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추이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는 최종재가 아닌 중간재이기 때문에 수요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980년대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반도체 시장도 성장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은 것은 1994년으로, 반도체가 발명된 1950년대 중반부터 40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 전후를 기준으로도 약 15년의 세월이 경과된 후였다.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경기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로 인해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여 2000년에는 2,000억 달러 규모가 되면서 불과 6년 만에 시장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반도체 시장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나, 인터넷 등 기반 기술이 견고하게 성장하면서 2004년 에는 다시 2,000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2008년 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반도체 시장이 위 축되었으나, 스마트폰의 확산에 힘입어 2010년 부터 다시 활기를 찾게 되어 시장규모 2,000억 달러 돌파 후 약 10년 만에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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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2010년대 중반까지 반도체 주요 수요산업이 개인용 소비제품이었는데 이후에는 기업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때문이다. 닷컴 버블 때 태동한 온라인 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성장하였고, 중소규모 기업들은 각각 전산실을 운영하는 비용도 절감하고 안전성 이 보장된 대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을 확대했다. 또한 OTT 서비스1)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용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여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 더 확대되는 데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반도체 수요의 증가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대부분의 산업이 위축되었으나, PC와 모바일 기기 등 반도체 주요 수요산업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였다. 게다가 개인 이동 수단의 필요성이 늘어나며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는 품귀현상이 발생 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2021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었고 1,000억 달러 성장에 걸린 시간은 4년으로 줄어들었다. 

 

(2) 세계 반도체 시장 구조 


1) 반도체 품목별 시장 구조 

 

반도체의 사전적 의미는 전기 전도도가 부도체보다는 높고 금속과 같은 전도체보다는 낮은 고체 물질로 온도나 압력 등의 주위 환경 변화에 그 전도도가 조절되는 물질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반도체라고 부르는 제품은 실리콘을 이용해 만든 집적회로를 지칭하며, 그 종류는 기능별로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나누어진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처리 (제어, 연산, 전환)하는 반도체로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종류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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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이고,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0%로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의 약 세 배로 나타나고 있 다.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품목별 규모는 큰 변화가 없으나,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2.2% 포인트 감소하였고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3.1%포인트 성장했다. 앞서 <그림 1>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시장 규모는 두 배 가까이 성장하였는데 품목별로는 큰 차이가 없이 고루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새로운 수요산업이 발전하더라도 두 종류의 반도체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겠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은 모든 제품에 필요하므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2) 국가별 반도체 수급 현황 

 

반도체는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발명되었고 지금까지 미국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첨단기술이 필요하므로 초기에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전기·전자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만 생산할 수 있었다. 일본 기업은 1980년대 중반 미국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았 던 시기도 있었으나 이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이 진행되면서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6%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시작하였는데 2013년부터 일본을 앞질렀고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 제조만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를 시작하였고 같은 시기에 PC 보급에 맞추어 부품 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가 성장하여 현재 파운드리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팹리스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이다. 따라서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공급 국가는 미국, 한국, 대만 그리고 일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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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도체의 가장 높은 수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자체 시장 규모도 크지만, WTO 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다국적 전기·전자업체가 진출하여 세계로 수출할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최근 전 기·전자제품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환태평양 지역의 반도체 수요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3. 주요국의 반도체산업 정책 


(1) 미·중 패권 경쟁 


1)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미국 정부는 중국의 과학발전에 대해 오래전부터 견제하고 있었다. 중국 국무원은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2015년 5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였는데 이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산업 견제가 본격화되었다. 중국은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반도체 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반면, 국내 생산율은 매우 낮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반도체가 최대 수입품목이 되었고 첨단 무기와 항공우주 개발에도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어 중국 정부로서는 반도체 자급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따라서 ‘중국제조 2025’에서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는 오히려 미국을 자극하였고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게 된 것이다. 빠른 기간에 반도체 제조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은 자체 연구개발과 함께 기존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미국 정부의 견제로 인해 중국 자본이 투입된 인수합병은 대부분 무산되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수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8개국(한국, 미국, 유럽, 중국, 영 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의 독과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 자본의 인수합병을 미국이 반대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한, 이 영향으로 인해 2015년까지 활발하게 진행되던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중국도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반대해서 NVIDIA의 ARM 인수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주요국이 대규모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트럼프 정권에서는 강력하게 중국의 경제성장과 첨단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억누르기 시작했고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수산물 등에 미국과 같은 340억 달러 규모로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은 <그림 4>와 같이 세계 교역 중심이 과거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역분쟁은 기술 패권전쟁으로 확산하였는데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는 AI, 자율주행 자동차, 항공우주 등 신산업에서 필요한 핵심부품이며, 첨단 무기를 비롯한 군수물품 생산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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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미국 정부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 및 첨단기술 생태계 육성에 총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도체법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의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자 하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에 중국에 대해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중국 수출을 제한하였고 네덜란드와 일본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올해 2월과 3월에 반도체법에서 밝힌 보조금 심사 기준과 세부 규정안 등을 발표하였는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우려 국가에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 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월 초 바이든 대통령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첨단산업 발전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 중국의 대응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이렇게 미국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을 철저하게 견제함에 따라 중국도 즉각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 보복관세에는 보복관세로 맞섰으며,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방해에는 똑같은 방법으로 승인을 거부했다. 일견 비슷한 지위에서 주거니 받거니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일 방적으로 미국의 움직임에 끌려가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역량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제품 성능과 제조 기술이 발달했다. 따라서 뒤늦게 반도체 제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중국은 ‘기술력이 없는’ 엄청난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반도체산업과 유사한 생태계를 가진 디스플레이산업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성장시킨 중 국으로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이 철저하게 기술 이전을 비롯하여 장비 도입을 막고 있으며, 심지어는 외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까지 통제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산업 성장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산업 견제에 대해 중국은 같은 수준으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고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 안보 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하였고 당국은 ‘비교적 심각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중국 주요 정보시설 운영자들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중국 상무부가 반도체와 다른 전 자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금속인 갈륨, 게르마늄과 그 화합물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볼 수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대일로 대응이 되지 않으니 다른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대 (對)미 대응은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우리 기업이 미·중 분쟁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을 방해하고 최신 장비 도입을 통제함에 따라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대만 등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에서 기술을 탈취하고 기술자를 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어 우리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7월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칩 4 동맹 참여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등 노골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의 편을 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역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본과 EU 


1) 일본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1년 6월 ‘반도체 전략’을 발표하였고 당시 스가내각은 반도체 전략을 ‘성장전략’에 담아 각의 결정했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은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 차세대 첨단 반도체의 설계·개발 강화, 반도체 기술의 그린이노베이션, 국내 반도체 제조 기반의 재생, 경제 안전보장 관점에서의 국제전략 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대만의 TSMC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021년 일본 소니와 합작사 JASM을 설립, 2022년 부터 소니, 덴소와 함께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하였는데 투자액 86억 달러 중 절반 가까이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지원한다. TSMC의 첫 일본 공장은 22/28나노(nm) 공정을 주로 생산하며, 12/16나노 핀펫 공정도 제공할 예정이다. TSMC가 일본에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경산성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제1공장이 건설 중인데 TSMC가 약 1조 엔을 투입해 2024년 4월 일본 구 마모토현 키쿠요에 12나노 칩을 생산하는 제2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여권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는 3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980년대 반도체 전성기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산 반도체 매출을 현 재의 3배인 15조 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토요타자동차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 일본 기업이 각각 70억 엔씩 출연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700억 엔을 지원받아 ‘라피더스(Rapidus)’가 설립되었다. 라피더스는 미국의 IBM과도 제휴를 맺었으며, 유럽 최고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종합반도체연구소(IMEC)와도 기술 협력을 맺기로 했다. 라피더스는 2nm 첨단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2) EU 

 

유럽에서도 독일,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 반도체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은 뒤 역내 반도체 생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게 되었다. 2020년 12월 EU 회원국은 프로세서 및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핵심기술개발과 공급망 내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공동노력 착수에 동의한다는 ‘EU 프로세서 및 반도체 기술이니셔티브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2021년 3월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담은 ‘2030 Digital Compass’를 제안했는 데 여기에 2030년까지 유럽 내 첨단·지속가능 반도체 생산 및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달성 등 인력·인프라·기업·공공 부문별 정책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2022년 2월 EU 집행위는 ‘유럽 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을 발표하였고 같은 해 11월에 통과되었다. 그리고 2023년 4월 반도체법 3자 협의가 최종 타결되었다. EU는 유럽 국가들이 반도체 제조는 대만과 동남아 지역에, 설계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하고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7%에 불과한 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20%까지 올리는 것을 제일 큰 목표로 설정했다. 

 

유럽 반도체법에 따르면 EU와 민간 기업들이 2027년까지 공공 기금을 설립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역내에 최초로 세워지는(first-of-a-kind)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회원국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따라서 동 법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앞으로 역내에 건설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EU 보조금 정책에 따라 글로벌기업들의 EU 역내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독일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는 50억 유로를 투자해 현지 드레스덴에 팹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며 EU는 10억 유로를 지원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투자금의 40% 자금을 지원받아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제조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의 인텔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공장 건설비의 약 40%를 독일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4. 반도체 경기 불안 요인과 전망 


(1) 반도체 경기 불안 요인 


1) 반도체 경기사이클의 붕괴 

 

반도체 경기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크게 받는 동시에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유의 경기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사이클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반도체 생산 기술의 발전 주기와 수요 기업의 동향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반도체 생산 기술 발전은 반도체를 채용하는 전기·전자 제품의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자 하는 기업은 그 기능이 구현 가능한 반도체 개 발 시기에 맞추어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신제품 출시와 함께 호황을 맞이하고 다음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기 직전에는 이미 출시된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게 되어 불경기로 전환되면서 경기사이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수요 기업의 동향이다. 반도체 수요 기업들은 대부분이 전기·전자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항상 적정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반도체 가격 변동에도 민감하여 반도체 불경기로 가격이 하락하면 재고 확보 차원에서 구매하고 이에 따라 경기가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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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더는 이러한 이유로 경기사이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반도체 생산 기술의 발전 주기가 과거보다 매우 길어졌다. 반도체 성능 개선을 위한 기술 발전 속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과거와 같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반도체산업 생태계가 세분화되면서 수요 기업은 더 이상 반도체 기업의 신제품 생산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 자체 AP2)를 설계하고 파운드리에 직접 생산을 위탁하는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의 기술 발전 주기가 늘어나고 수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지면서 반도체 경기사이클도 붕괴하기 시작하였다. 

수요 기업의 재고 관리 움직임은 반도체 경기가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되는 데 큰 역할을 하 고 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시장이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며, 실제 기업에 필요하지 않은 가수요도 함께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PC, 모바일 등 반도체 주요 수요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기 시작하였고 반도체 수요도 함께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가수요로 인해 발생한 재고는 수요 기업에 부담이 되었고 최근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전년 대비 50% 이상 하락하여도 선뜻 수요가 살아나지 않게 되었다. 

 

 2) 불확실한 세계 경제 전망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PC를 비롯한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전자제품에 탑재되 어있다. 따라서 반도체 경기는 개인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수요가 증가한 기업용 데이터센터 수요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하지만 개인 소비심리도 글로벌 경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도 반도체 경기 불안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그림 4>에서 확인 한 바와 같이 단일 국가로 중국이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요하고 있어 중국의 수요 회복이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중국 경제는 침체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여 반도체산업의 개인 소비와 기업 소비가 모두 위축되어 있으며, 반도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반도체 경기 향후 전망 

 

반도체 경기 예측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 보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요국의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반도체 최대 수요국인 중국 역시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주요 수요산업이 위축되어 있다. PC와 스마트폰은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대폭 줄었으며. 신제품 출 시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이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자제품의 수명이 길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이며, 코로나19 기간에 PC, 모바일 등 소비가 급증한 이후 교체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요 기업들은 동 기간에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비하여 재고를 충분히 축적하여 최근 반도체 단가가 크게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코로나19 직후 주요 수요산업의 감산 소식에 따라 반도체 생산 계획도 조정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수업과 회의 등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부터 시작된 시스템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급격하게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반도체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상 감산 결정은 쉽지 않아 생산을 지속하면서 재고가 쌓이게 되었다. 현재 반도체 경기 상황은 공급은 충분한데 수요가 늘지 않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황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수요 증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이 전환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반도체 경기는 비교적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반도체 시장 전망 은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앞서 1980년 대 이후 지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10% 이상이었는데 향후 시장 성장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의 1,000억 달러 성장에 걸리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 고 있는 것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 다가 AI, 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산업에서는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5. 맺음말

 

반도체를 이용한 새로운 제품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의 제품도 업그레이드하면서 반도체 채용 용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AI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반도체 시장은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 본 최근의 반도체 시장 경기는 밝지 않다. 코로나19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급망이 위협을 받자 반도체 역내 생산 증대를 위해 반도체 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사이클 붕괴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기업과 수요 기업의 수급 예상 불일치는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며 반도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과 기업의 소비 회복인데 최근 불안한 세계 경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반도체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전망은 밝은 편이므로 현재 위기 상황에서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지속하면서 수급 안정화부터 시작해서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는 경기 회복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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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는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2) AP(Application Processor):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저장장 치) 등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로 모아 전자기기의 그래픽 처리 속도, 전력 소 모량 등을 결정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모바일 기기 등에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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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하는 [월간 KIET 산업경제 8월호](2023.8.29.)‘산업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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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30일 16시52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30일 14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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