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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전통문화바라보기> 궁중정악과 수라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0월0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30일 13시21분

작성자

  • 김용호
  • 전통문화 칼럼니스트,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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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제례악과 12첩 반상 

종묘 정전(正殿)의 조선조 태조부터 순종 48위 신주와 영녕전 15실 태조의 5대조 목조(穆祖)부터 장조(莊祖) 추존된 왕과 왕비를 중심으로 32위의 신주를 각각 모시고 제 지내는 의식을 종묘대제라 칭하며 제례에 사용하는 음악을 종묘제례악이라 부른다. 종묘대제와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제56호, 제1호로 각각 지정되어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한민족의 문화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한 제례 의식과 함께 군주의 존엄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한 전통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선왕의 12첩 반상인 수라상. 군주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만든 정성 어린 수라상은 사후 군주를 위한 제례와 버금가는 보국애민 충정의 혼을 품고 있다. 긴 호흡으로 시작하는 종묘제례악과 음악을 품고 바라본 12첩 반상의 진실은 굳건한 조선을 강구했던 "존엄과 수호"이다. 

1-1 종묘제례악 음악 

1-2 12첩 반상 사진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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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민락과 탕평채 

백성과 함께 즐기자는 뜻의 여민락(與民樂). 조선 시대 성군인 세종대왕이 만든 곡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오로지 음악에 담아 알린 곡이다. 여민락과 함께 느껴보고자 하는 음식인 탕평채는 영조 때 여러 당파가 잘 협력하고자 논의했던 탕평책 논의 현장에서 나온 음식으로 그 현장에서 품어낸 마음이 담긴 참으로 고귀한 진미의 음식이라 하겠다. 백성을 위로하고 걱정하며 태평성대를 만들고자 했던 성군의 마음인 전통음악 ‘여민락’. 그것은 우리 전통음식 탕평채와 상통하는 그 의미가 있으니 두 영험한 교합의 진실은 "화합과 이해"이다.

2-1 여민락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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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탕평채 사진 출처/브릿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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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회상과 신선로 

영산회상이란 궁중 혹은 민간에서 연주되었던 조곡(組曲)과도 같은 형식의 음악으로 선인을 바라고 추앙하는 마음을 담은 전통음악이다. 불교의 내용이 내포된 곡이기도 한 영산회상은 궁중음식인 신선로(神仙爐)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신선로는 원래 화통이 붙은 냄비를 칭하는 명칭이다. 일찍이 음식 이름을 ‘열구자탕(悅口子湯)’이라 불렀는데 담는 그릇이 더 인지되어 지금은 신선로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열구자탕(悅口子湯)’은 ‘입에 맞는 맛있는 탕’이라는 뜻이다. 신선로에 연관된 일화를 잠시 살펴보자. “하루는 퇴계 이황이 산에 들어가《주역》을 읽는데 한 노승이 옆에 있다가 틀린 데를 가르쳐 주었다. 이황은 그가 바로 허암임을 알아보고는 세상으로 나오기를 간청하였으나 마다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허암은 선인(仙人)의 생활을 했는데 신선의 풍토에 따라 화로 하나에 여러 채소를 한데 넣고 익혀 먹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가 선계로 간 후로 사람들이 그 화로 음식을 신선로(神仙爐)라고 부르게 되었고 신선의 깊은 마음을 담았다.” 이렇듯 궁중음악과 음식에 깊은 수양의 마음과 번뇌의 삶을 담았으니 영산회상과 신선로에는 "해탈과 득도"의 진실이 담겨있다. 

3-1 영산회상 중 상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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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신선로 사진 출처/음식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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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제천과 용봉탕 

수제천이란 궁중에서 연주되던 관악합주곡으로 '생명이 하늘과 가지런히',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란 뜻이 있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자와 더불어 듣는 이가 함께 영원한 생명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깊은 애정이 담긴 곡이다. 또한, 굳건한 건강과 영원한 생명력을 위해 취했던 선대 임금들의 소중한 양식 중 하나였던 ‘용봉탕’. 용봉탕은 출세 전설과 좀처럼 죽지 않는 잉어의 생명력으로 건강을 염원하는 세시풍속과 상통된다. 이렇듯 수제천과 용봉탕은 그 의미와 뜻이 서로 같은 면이 많다. 군주와 백성의 안녕을 간절히 바라던 선조들의 순결한 마음은 천혜의 궁중음악과 음식 속 "영원과 불멸"이란 진실에 있다.

4-1 수제천 음악

4-2 용봉탕 사진 출처/조선향토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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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취타와 제호탕 

‘대취타’는 임금이 성문 밖이나 능(陵)으로 행차할 때, 혹은 군대의 행진 · 개선 음악으로 쓰였으며 궁중정재인 선유락(船遊樂) · 항장무(項莊舞) · 검기무(劍技舞)와 같은 무용의 반주 음악으로도 사용되던 음악이다. 역대 선왕은 특히 여름에 백성의 생활을 걱정하며 ‘대취타’와 함께 많은 외향을 하였는데 무더운 날씨에 쉬운 발걸음이 아니었다. 그러한 계절엔 민가에서는 칡뿌리, 오미자, 인삼, 맥문동 등을 달여 마셨던 음료가 유행했다. 마치 현대 갈증 해소 음료와 같았고 성능과 효과도 있었다. 선대왕도 민간의 약제를 받아 오매육(烏梅肉),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을 첨가하여 곱게 가루 내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제호탕(醍醐湯)이란 음료를 애용했다. 아마도 외향의 길에 함께 대취타 음악과 금상첨화가 되지 않았을까? 임금의 외부 행차에 취했던 궁중음악 대취타와 제호탕. 그 둘의 합에는 "애민과 보국"이란 진실의 마음이 담겨있다.

5-1 대취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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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호탕 사진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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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환입(尾還入)과 골동반 

도드리란 ‘되도는 것’ 즉 돌아든다는 말이나 반복의 뜻을 지닌 명사이기도 하며 궁중정악 중 미환입이란 곡의 아명이기도 하다. 곡을 듣고 있노라면 돌림 노래처럼 후렴구 곡을 다시 듣게 되는데 서양음악에서 사용하는 되돌이의 느낌이 아닌 신묘한 새로움이 있는 음악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궁중음식인 골동반(骨董飯)은 여러 나물과 고기를 얹은 비빔밥을 말하며 민간에서는 비빔이라 불렀다. 과거 매년 궁중에서는 섣달 그믐날 비빔밥으로 묵은해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새해엔 첫 음식으로 떡국을 먹으며 새로운 해의 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자연의 질서는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 그것은 세상의 순리이자 과거 존재했던 우리의 오래된 미래. 선조들은 그러한 미학을 궁중음악과 음식에 담으며 "아쉬운 회한과 새로운 희망"이란 진실로 말하고 있다.

6-1 천년만세 중 계면가락도드리 음악
http://archive.gugak.go.kr/portal/detail/searchVideoDetail?clipid=36641&system_id=AV&recording_type_code=V

 

6-2 비빔밥 사진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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