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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 원인, 해법은 없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3월0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3일 09시09분

작성자

  • 조철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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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감소

 

그동안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던 국내 전기차 판매가 2023년 1% 이상 감소하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전기차에 대한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큰 폭으로 성장하여 친환경 자동차 부문에서 전기차를 대신하여 하이브리드차가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신규등록 대수 기준으로 전년 대비 3.9%가 늘어 175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되었는데, 배터리 전기차(BEV)는 1.1% 감소하였지만, 하이브리드차(HEV)는 17.4%나 감소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하더라도 판매가 42.5%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8%에서 9.3%로 낮아졌고, 하이브리드차는 16.3%에서 22.3%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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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느린 전기차의 성장세

 

세계 시장은 전기차가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보여 국내와 다소 다른 양상이지만, 배터리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나 일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통계를 집계할 때, 배터리 전기차(BEV)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하는데, EV Volumes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1,418만대로 전년 대비 35%나 증가했다. 그러나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나누어서 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증가율은 48%에 달하지만, 배터리 전기차는 30%에 머물렀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3%에서 2023년 70.4%로 오히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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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가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2023년 자동차 판매를 동력원별로 제시하고 있는데, 주요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12.3%나 늘었는데, 이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51.0%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였고, 일반 하이브리드차도 33.3%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였으나, 배터리 전기차는 28%로 일반 하이브리드차에 비해서도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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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의 부상과 전기차의 성장 한계 대두

 

2023년 세계 배터리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고,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나 하이브리드차보다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이브리드차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하이브리드차의 강자인 도요타가 급부상하고 있다. 도요타는 모든 지역에서 판매가 증가하여 이번 회계연도(2024년 3월) 영업이익이 4.9조 엔에 달할 전망(2023년 3월 회기 4.5조 엔)이다. 도요타는 2023년 1,123만 대를 판매하여 세계 1위로 2위인 VW와 200만 대 이상 차이를 보였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2022년 260만 대에서 2023년 350만 대로 큰 폭 상승했으며, 2025년 500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요타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다는 비판이 존재했는데, 2030년 350만 대의 비교적 낮은 전기차 판매 목표 설정하였지만, 2023년 10.4만 대 판매로 아주 미미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얼마나 빠르게 순수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되느냐인데, 작년 하이브리드차가 부상하면서 현재로서는 도요타가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평가이다(Toyota is now in a sweet spot). 전기차에 주력했던 GM과 같은 기업도 최근 도요타와 비슷하게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도요타는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판매되고 있어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다양한 경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Akio Toyoda 회장은 배터리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게 되면, 차량 선택은 규제나 정치적 힘이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가 결정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70%는 하이브리드차, 수소 동력차, 기존 내연기관차 등이 될 것이라 밝히고 있다(Toyota raises profit forecast as hybrid sales soar, FT,2024.02.06.).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0%에 크게 미달하지만, 2022년 이미 10%를 넘어섰고, 2023년 15%를 상회하고 있다. 물론 배터리 전기차만 고려하면,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요국을 중심으로 이미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20%를 넘고, 배터리 전기차만 하더라도 20%에 가까운 비중을 보이는 국가도 많고, 이들 국가의 판매 증가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시장 자체가 일반 소비자로 넘어가고 있고, 정부의 보조금도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어 판매의 빠른 확대가 힘들고, 오히려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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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과 사용의 불편 문제 지속 제기

 

미국 자동차 관련 사이트인 Edmunds에 따르면, 2023년 11월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평균 가격은 4.25만 달러로 6.05만 달러의 배터리 전기차뿐만 아니라 4.75만 달러의 내연기관차에 비해서도 싸고, 많은 하이브리드차가 3만 달러 정도에서 시작하여 접근이 쉽다는 설명이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신프리우스는 리터 당 주행거리가 24km로 경제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포드 CEO Jim Farley는 주류 소비자와 초기에 전기차를 사려 몰려든 고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일반 소비자는 배터리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포드는 F-150 Lightning BEV 픽업트럭의 생산계획을 축소하고, F-150 하이브리드자동차의 생산량을 20% 확대할 계획이다, 2024년 하이브리드차를 4배 늘려 1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는 향후 Maverick Compact 픽업트럭을 포함해서 더 많은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도요타, 혼다, 현대 및 기아 등이 90%를 점하고 있고, 이어 포드가 점유하고 있지만, GM이나 VW도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차에 투자할 계획이다.

배터리 전기차는 높은 가격뿐만 아니라 여전히 사용의 불편함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많이 늘긴 했지만, 거리를 늘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고 이는 가격 상승 및 충전 시간 확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혹한기에 미국에서 전기차가 저온에서 빠른 방전과 충전의 어려움으로 운행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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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환경 친화성에 대한 의문과 내연기관의 존립

 

향후 내연기관을 포함하는 하이브리드차의 생존 여부는 차량 가격, 정책 및 에너지 구조의 문제이다. 주요 선진국을 제외하면, 많은 나라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아니고,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100% 탄소배출 제로 신차 판매를 계획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그 내용에 차이가 존재한다. 많은 나라들이 2035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허용하고 심지어 일반 하이브리드차도 허용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EU나 영국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PHEV도 판매를 허용하지 않지만, 미국은 PHEV를 허용한다. EU도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금지가 아니라 ZEV(Zero Emission Vehicle) 100% 판매 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탄소중립연료(e-fuel) 등이 상용화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가능하다. 현재 일본은 2035년까지 100% 전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중에 PHEV뿐만 아니라 HEV도 포함되어 있고, 2030년 자동차 판매 목표가 기존 내연기관 30~50%에 HEV 30~40%로 여전히 대부분이 내연기관을 포함하는 차량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2035년 완전 전동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 중 50%는 하이브리드차이다.

 

탄소배출에 있어 생애주기 평가 개념이 도입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BEV에 비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량의 원재료 생산에 있어 BEV는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전력 생산 방식에 따라 연료 소모 단계에서도 BEV의 우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이 좋지 않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등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 BEV의 환경적 우위가 높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연구한 자료만 하더라도 2035년 가서도 BEV가 PHEV에 비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HEV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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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가 HEV를 선호하는 이유로 높은 EV 가격을 들고 있는데, 향후 시장에서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가격 하락이 필수적이다. 전기차 가격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지, 재료비 등으로 쉽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등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전기차 가격은 가솔린차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 생산 전기차는 이미 가솔린차에 비해 가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EU 등은 대규모 국가 보조금이 투입된 결과라고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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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능성에 대비 필요

 

순수 내연기관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하겠지만, 탄소중립연료(e-fuel) 등이 실용화되면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내연기관이 장기적으로도 생존할 수도 있다. 탄소중립연료가 없더라도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연료전기차로 완전 전환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을 얼마나 강력하게 추진하느냐에 달렸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의 전망에 따르면, 탄소중립연료(e-fuel)를 30%만 사용하더라도 2050년 세계 승용차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일반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의 점유율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과 정부도 전기차 일변도의 자동차산업 전략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연료전기차의 판매 확대로 기존 내연기관 관련 부품 등의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어떤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내연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 및 부품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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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0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3일 09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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