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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 맞는 마크롱 정부의 개혁과제 (3)교육제도 개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5월28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18년05월29일 17시24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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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공약가운데 하나인 고등교육 진학제도 개선을 구체화하였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14일 바칼로레아(대학입학시험제도)의 개혁안이 발표되었고, 이어 3월 8일에는 진학진로지도 및 학업성공에 관한 제도를 개정하는 법규도 제정되었다.

 

중등교육과정에서부터 계열별로 구분하여 대입자격시험 응시

 

우선 현행의 프랑스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에서 대학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는 경우, 리세(Lysée, 고등학교에 해당)의 최종 학년 때인 17세 또는 18세에,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중등교육 수료증인 동시에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입학자격도 있는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해야 한다. 이 자격시험은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엘리트 사회로 진입하기위한 관문으로 평가되어 왔지만, 오늘날은 대중화되었다. 지난해 73만 명이 응시하였고, 소요비용은 150억 유로에 달하였다. 프랑스 문교부에 의하면 바칼로레아 시험해당 연령인구에 대한 바칼로레아 취득률은 1960년대에 60%에 불과하였고, 1990년대만 해도 75%수준으로 좁은 문이었지만、2017년 분야별 전체로 87.9%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프랑스의 고등교육기관은 바칼로레아 보유자에게 선발시험 없이 입학기회를 제공하는 대학과 학위 취득 후 1년에서 2년의 준비학급을 거쳐 개별시험을 실시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그랑제콜(Grand École)이 있다. 바칼로레아는 리세에서 과정마다 여러 계열로 나누어 져있다. 리세는 1학년에 공통교육과정을 거쳐 제2학년에는 일반교육과정과 기술교육과정으로 나뉜다. 일반교육과정의 학생들은 보통 바칼로레아 취득을 목표로 하고, 기술교육과정의 학생들은 기술 바칼로레아 취득을 목표로 한다. 각각의 과정은 더욱 여러 코스가 있으며, 일반교육과정의 경우 과학(S), 문학(L), 경제·사회(ES)로 나누어져 있으며, 바칼로레아도 같은 계열로 구분하여 응시하게 된다.

 

<그림> 프랑스 바칼로레아시험해당연령인구에 대한 바칼로레아 취득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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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Le baccalauréat 2017 - Session de juin,”2017.7, Ministère de l’ducation nationale website<http://www.education.gouv.fr/cid56455/le-baccalaureat-2017 -session-de-juin.html>

 

높은 합격률, 무작위 추첨에 의한 학생선발 등 고등(대학)교육의 질 저하

 

현행 프랑스 고등교육과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바칼로레아 취득자의 수가 증가하고, 대학은 개별적인 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칼로레아 시험이 학생선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진학희망자가 정원을 크게 웃도는 대학·학부가 급증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2009년부터 진학 희망대학·학부에 우선순위를 매겨 24개 대학·학부까지 전용사이트에 사전 등록을 하고 정원을 초과할 경우 무작위 추첨에 의해 진로가 배분되는 입학자격취득 후 진학등록제도(APB: Admission Post Bac)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APB제도는 기준이 불투명하여 우선순위, 소속 학군(현재 거주지 또는 바칼로레아를 취득한 학군), 정원수에 따라 이동하게 되며, 리세의 성적이나 바칼로레아 성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하고 학습의욕을 저하 시킨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둘째, 현행 바칼로레아 제도아래에서는 리세의 계열별 교육과정이 대학입학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리세의 과정마다 계열별 구분이 있고 각 계열이 인정하는 교육내용과 수준은 다르지만, 대학입학자격에서는 계열구분 없이 모든 계열이 동일하게 취급된다. 수용범위가 있으면 검색한 학위의 계열과 다른 학부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대학 중퇴와 낙제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또한 일반 바칼로레아 중 그랑제콜에 진학하기 쉬운 과학계열(S)이 엘리트 과정으로 인식되고, 또한 대학입학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희망학부와 관계없이 과학계열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도, 계열별의 현행 바칼로레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셋째, 국제비교를 통한 프랑스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지고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제도가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프랑스 고등교육의 질이 저하되면서  국제비교에서도 프랑스의 순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학위를 마치고도 실업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약자들이 적지 않다. 바칼로레아 취득자는 대학입학 후 보통 3년 후 대학졸업 자격이 주어진다. 실제로 대학졸업자는 입학인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많은 낙오자가 생기게 된다. 학위는 더 이상 엘리트사회로의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 아니며, 노동시장 진입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다. 실업률은 대학 중퇴가 대졸자의 3배, 노동자 전체의 2배에 달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교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등교육과정에서부터 학력제고와 평가방법의 개혁이 급선무가 되었다. 마크롱 정부가 교육제도의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이다.

 

진학지도 강화로 학습의욕 증진 및 계열별 제도 폐지 등 교육제도 개혁

 

고등교육진학제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진학등록제도 및 학위제도의 개혁을 골자로 하는 제도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바칼로레아 개혁은 2008년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시도했지만 반대운동으로 좌절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청소년 실업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고등교육진학제도 전반에 걸쳐 개혁을 위한 점검을 결정했다. 2월 초 부랑케(Jean-Michel Blanquer) 교육부장관은 1960년대 이후 가장 야심찬 개혁안을 발표했다. 먼저 2017년 11월 17일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기위한 법안으로 ‘학생의 진로지도 및 학업 성공에 관한 2018년 3월 8일 법률 제2018-166호’(Loi n° 2018-166 du 8 mars 2018 relative à l'orientation et à la réussite des étudiants)가 제출되었다. 또한 2018년 2월 14일 부랑케 교육부 장관은 2018년 1월 24일에 발표된 마티오(Pierre Mathiot) 前릴(Lille)대학교 정치연구소(IEP) 소장이 작성한 새로운 바칼로레아제도를 검토하는 보고서(Un nouveau baccalauréat pour construire le lycée des possibles)를 채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 새로운 바칼로레아를 시작하기 위해 단계적 제도개혁을 담은 바칼로레아개혁안(Baccalauréat 2021)을 발표하였다.

 

첫째, 3월 8일 법률 제2018-166호에 따른 APB제도의 폐지와 Parcoursup제도의 도입이다. APB제도를 폐지하고 대신에 파꾸르스업(Parcoursup)이라고 불리는 새 제도를 2018년도(학교 연도개시는 9월)에 도입한다. Parcoursup는 우선순위 없이 10개까지 대학·학부를 선택하고 자기소개서와 함께 등록하는 제도이다. 입학희망자가 많은 대학은 출신학군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학은 필요로 하는 적성·능력을 명시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보충수업 등 수준개선을 위한 조치를 받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또한 리세 최종 학년에는 진로지도가 강화되고 각 학생의 진로에 대한 리세의 의견이 학생이 등록한 대학에 송부된다. 이를 통하여서 APB제도의 불공평이 개선되고 무조건 학생을 받아들임에 따른 정원 초과나 중퇴·유급을 억제하는 동시에 리세의 성적이 반영될 수 있어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Parcoursup 등록 사이트는 2018년 1월부터 공개되고 있다.

 

둘째, 바칼로레아 개혁을 위한 제도개정이다. 개혁안은 다음의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①리세의 과정편성을 없애고 학위의 과학(S), 문학(L), 경제·사회(ES)와 같은 계열을 폐지한다. 리세는 공통과목 외에 제1학년에 전공에서 3과목 선택하고, 최종 학년에 2과목을 선택하여 배운다. ②시험과목의 재검토를 실시해, 현재 계열에 따라 10개 과목 내지 15개 과목의 ​​최종 시험과목을 줄여서 모든 수험생에게 4개 과목으로 통일한다. 4개 과목의 내역은 전공 2개 과목, 철학 및 구술시험(Grand Oral)이다. ③구술시험은 학생들이 10분간의 프레젠테이션 후, 시험관이 질문한다. 개혁의 핵심은 필기시험비중을 낮추고 구술시험과 리세의 성적을 더 중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또한 저소득 계층의 학생은 공공장소에서의 발표와 토론 환경에 적응하도록 혜택을 주고, 차별로 인한 불리점이 없도록 한다. 이와 같은 개혁을 통해서 고등교육진학학생들은 ①기존의 계열과 다른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학습과 진로 선택이 늘어날 수 있게 되며, ②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학습내용이 연계되어 대학중퇴와 낙제가 줄어들게 되고, ③시험과목이 축소되고 필기과목의 비중이 감소하여 리세에서 바칼로레아 시험 및 그 전후의 기간도 시험공부 이외의 교육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 바칼로레아는 프랑스대혁명 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황제로 재위한 제1제정 때인 1808년 시작돼 200년이 훨씬 넘는 오래된 대입자격시험으로 드골 대통령에 의해서 현대화되었다. 이 시험은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관식 서술형 문제로 유명하며, 20점 만점에서 10점을 넘기면 통과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칼로레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혁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신입생 선발은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정원을 넘길 경우 대학들이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여 왔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시험과목을 줄이고, 계열구분을 없애며, 리세의 성적과 생활기록을 입시에 반영한다. 학생선발권을 대학이 행사한다. 교육의 혁신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하는 한편, 사회구성원들의 연대책임을 강화하여 프랑스 사회개혁을 이루어 가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요소로 인식한다. 이와 같은 마크롱 정부의 교육제도 개혁에 대해 교원조합이나 학생회에서는 개혁으로 대입경쟁이 과열될 수 있고, 저소득 계층에게는 불리하여 불평등이 조장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의 노동법 저지에서 실패한 '불복종 프랑스'(LFI: La France Insoumise) 등은 젊은이를 대상으로 반대투쟁 독려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많은 대학이 수업에 지장이 생기며, 행정이 마비된 상태가 이어 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Institut français d'opinion publique)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랑케 문교부장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만족도가 5월 중 전월보다 2% 상승한 58%에 이르고 있다. 과반이상이 교육개혁에 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개혁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학졸업 후 취업 활동에서 설명능력이 합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평가다. 주입식으로 열심히(bachoter)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현행제도를 개혁하여 교육부장관의 말대로 ①시험과목 수를 줄이고, ②학생들의 전공분야 선택 시기를 앞당겨, ③교육수준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제도가 정착하게 될지 궁금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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