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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회장 투자는 성공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1월27일 21시0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08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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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회장 투자는 성공할까?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었다. 박현주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금융에서 삼성 같은 회사가 나오려면 리더 그룹이 불가능한 꿈을 꿀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불가능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박현주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이른바 ‘IMF’경제위기)로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뼈아픈 구조조정을 할 때, 미래에셋캐피탈과 자산운용사를 설립하여 오늘날 미래에셋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앞으로 1~2년 내에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의 통찰력과 과학이 조화를 이룬다면, 미래에셋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고, 나아가서는 금융으로 우리 국부를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에도 디플레이션 압력 존재

현재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을 보면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감소에 의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선진국 사정을 살펴보자. 2008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해 정부 지출을 늘렸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거의 영(0) 퍼센트로 인하했고, 전례 없는 양적 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은 풀었다. 

 

그래서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도 증가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 가장 회복세가 빠른 미국 경제만 보더라도, 2015년 3분기 현재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2.5% 정도 밑돌고 있다. 

 

문제는 다시 경기가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미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산업생산도 전년동월비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11월에는 200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일본과 유럽 경제 회복속도는 미국보다 더 더디다.

 

수요 부양책 한계,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 필요

다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마땅히 수요를 부양할 정책이 없다. 지난 위기 때, 경기를 부양하면서 정부가 부실해졌다. 일본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60%에 이르고, 미국과 독일도 100%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정책금리는 거의 영(0) 퍼센트까지 내려놓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엄청난 돈을 풀었으나, 돈이 돌지 않고 있다. 미국의 통화승수가 2008년 9배에서 최근 3배로 떨어진 것이 그 증거다.

 

수요가 증가하지 못한다면 결국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기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산업의 심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의 기업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어떤 경우는 인수합병(M&A)을 통하여 합쳐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기업의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필연

한편 신흥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뼈아픈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는 심각하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2009년 세계 경제는 선진국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9~10%라는 고성장을 하면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고성장을 했고, 이제 과잉투자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중국 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48%까지 올라갔다. 세계 평균이 22%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기업 부채가 2014년에는 GDP의 157%까지 급증했다. 기업 부채가 높다는 우리나라도 102%로 중국보다 낮다.  

 

기업이 투자 확대로 생산 능력을 키워놓았는데, 국내외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기업 이익이 줄고 많은 기업이 점차 부실해지고 있다. 기업 부실은 더 늘어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결국에는 은행도 같이 부실해질 것이다. 

 

쌓인 부실은 한번은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1997년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가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우리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가, 주식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자산 가치가 급락했다. 외국인에게 큰 돈을 벌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팔면서 수 조원 벌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이 조만간 금리와 외환시장 자유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지난 해 6월 하순 이후 중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정부가 여러 가지 증시부양대책을 내놓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중국 정부가 사람은 통제할 수 있지만, 시장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중국의 구조조정시기에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우리에게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줄 것이다. 박현주 회장에게는 2007년 ‘인사이트펀드’로 인한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상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가

우리 경제를 보면 해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3% 안팎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5년 후에는 2%대 중반으로, 10년 후에는 1%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 국채(10년) 수익률이 2.1%까지 떨어져, 미국 보다 더 낮아졌다. 기간의 문제이지 한국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더 낮아질 것을 시사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가운데, 기업도 과거처럼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상품수지와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일부에서는 ‘불황형 흑자’라 표현하는데, 어쨌든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 흑자가 금융계정을 통해 다 해외로 나가고 있다. 주로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통해서이다. 여기서 증권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경상수지 흑자는 대부분 상품수지 흑자 탓이다. 우리 기업들이 땀 흘러 상품을 만들고, 이를 해외에 팔아 벌어들인 돈이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해외 증권투자로 나가고 있는데, 만약 해외 투자에서 손실을 본다면 우리 세대 나아가서는 후손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꼴이 된다. 그래서 해외투자를 하는 연기금이나 금융회사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해외 증권투자로 국부 늘릴 기회

지난 해 9월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금융자산이 1경 4000조원을 넘어섰고, 개인 금융자산도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 돈들이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과 저물가로 가는 가운데, 중국인과 은행이 채권을 사면서 시장금리는 머지 않아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제 환경을 반영하면서 주식시장도 최근 몇 년처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것 같다. 세계 경제가 초과공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M&A등 증권회사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또한 중국 등 신흥국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자산을 싸게 살 기회가 곧 올 전망이다.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로 우리는 해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미래에셋이 세계적 증권회사로 도약하고, 더 나아가서는 해외 투자로 우리 국부를 늘릴 기회이다. 

 

미래에셋이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객은 그 과실을 함께 누리지 못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부디 작금의 국내외 경제 상황을 잘 활용해 회사와 고객자산을 같이 키우고, 나아가서는 우리 국부를 늘려주길 바란다. 여기에는 박현주 회장의 ‘인사이트’(통찰력)와 뛰어난 임직원들의 ‘과학’이 필요하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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