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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산업 진흥 20년, 이제는 모바일 퍼스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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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4월19일 19시36분

작성자

  • 구태언
  •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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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의 핵심 의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 (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말하며 2020년 이후에 꽃피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산업의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기술이 융합되는 단계에 이르러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사물과 인터넷이 연결되고 사물과 하드웨어가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학습하게 된다고 하니 이로 인한 전통적 산업사회의 변화는 다소 두렵기까지 하다.

 

4차 산업혁명의 모습

IC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고부가가치 창출은 과거보다 제조업의 효율을 높이면서 각국의 제조업의 비중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될 것이다. 각 나라마다 전통적 제조업과 ICT의 융합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고, 생산 방식의 혁명을 일으키며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로 주목 받으면서 제조업 부활에 날개를 달아 주는 요소로 부상할 것이다. 산업기기와 생산과정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상호 소통하면서 최적의 효율점을 찾아내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공장이 스스로 생산, 공정통제 및 수리, 작업장 안전 등을 관리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것도 큰 변화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기기와 생산품간 상호 소통체계를 구축해 전체 생산공정을 최적화∙효율화하고 산업 공정의 유연성을 제고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기술 기반의 플랫폼 발전으로 공유 경제(Sharing Economic), 온디맨드 경제(On Demand Economy)가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 및 사업 모델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업에 도전하는 창업이 용이해질 것이다.

 

인터넷 산업 진흥 20년의 초라한 성적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무엇보다 국가체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터넷 산업이 태동한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살펴 보자. 온라인 산업이 태동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의 발달로 인터넷이 북적대기 시작하던 무렵, 명예훼손이랄지 전자상거래 사기, 개인정보 거래 등 소위 인터넷 역기능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정부는 인터넷 산업의 역기능을 통제하겠다며 온라인 규제 도입에 착수한다. 규제 방식은 소위 인터넷 기업들에게 역기능을 방지할 법적인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역기능의 원인은 소위 우리나라의 문화 전반에 남아 있는 불법 풍조이며 그것이 온라인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에 불과함에도 인터넷 기업들이 장을 열었으니 이를 책임지라는 발상이다. 지금도 정부의 역기능 규제방식은 인터넷 기업들에게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범죄를 막을 의무는 국가가 지고 있음에도 민간기업에게 이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오늘, 그로부터 물경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가 그렇게 인터넷 산업 진흥을 외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창업한 인터넷 기업 중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전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옥션, 넥슨, 엔씨소프트는 90년대에 창업해 해당 업종을 선점할 수 있었던 덕에 그 후 불어닥친 규제를 이겨내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생각한다.

최근 모바일 경제의 고도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전통산업에 진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 현상이 심화되자 곳곳에서 전통과 혁신의 법률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산업을 지지하는 전통적 정부부처들은 전통산업의 편에 서서 온라인 산업의 박해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각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한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들이 긴요한 시점인데도 말이다.

미국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를 잘 도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 사업자는 그 이용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단순 전달자(Carrier)라는 입장에 서 있다. 연방의회에서 입법을 워낙 신중하게 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 결과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Wait and See'정책을 취한다. 이는 문제점이 부각될 때까지 섣불리 규제하지 않는 입법 문화로 이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하고 난 후 시애틀로 날아가 29개 기업의 미국, 중국 인터넷 기업 CEO들과 사진을 찍는다. 중국 공산당의 선택은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미국 기업들의 서비스 침공에 맞서 중국 인민들의 산업과 데이터를 지켜내겠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애틀에서 제8차 미-중 인터넷산업포럼에 참석해 찍은 사진.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산업에 대한 메시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핀테크, 헬스케어 테크, 카테크 등 융합산업은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박차고 나가서 글로벌 회사들과 특허전쟁을 벌여야 하는 산업으로 오프라인형 규제를 온라인형 규제로 바꾸어야 하는 전면적 규제 변혁(regulative transformation)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꾸물거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규제 변혁이란 규제의 플랫폼을 온라인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몇가지 마이너한 규제해소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모바일 시대에는 오프라인 시대와 다른 산업정책을 가져가야 한다.

나는 이런 초라한 성적표가 인터넷 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기반한 범국가적 정책을 연구하지 않고 그때그때 정부의 인터넷 산업에 대한 권한 강화를 위한 국내형 규제를 도입해 온  지난 20년의 인과응보라고 믿는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데이터 테크놀로지(DT)로 무장한 글로벌 인터넷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산업분야를 조만간 휩쓸게 될 것이 명백하고 국내에도 이런 현상은 이미 상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규제로 상징되는 앙시앙 레짐은 혁신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역사의 명제 앞에서 굴복해야 할 것인가. 다음 세대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파워엘리트를 키워내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 글로벌 생존경쟁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규제 변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인터넷산업은 전방위 산업을 지배하는 운영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실패는 곧 국가정보의 해외이탈을 초래한다. 이미 국내에서 생산되는 정보의 상당한 비중이 해외 인터넷기업들의 클라우드서버에 저장되는 현상은 오래된 일이다. 정보의 국외이탈은 곧 좀비국가로 전락을 의미하며, 국가의 정보주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인터넷산업의 우열에 따른 정보제국주의 현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정보제국주의 시대에 정보에 대한 주권을 잃게 된 국가는 정보식민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 나라의 인터넷을 해외와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끊길 경우 우리나라는 국가적 블랙아웃 상태에 바로 빠지고 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산업을 우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스마트한 정부가 필요

4차 산업혁명기로 들어서고 있는 현재에 있어 위와 같은 다양한 사회변화가 예측되고 있으므로 법제도와 정책도 이에 맞춰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디지털 정부로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제일 우선시되어야 한다. 전통적 산업을 보호하고 관장하는 형태에 맞춰진 수직적 규제 관점의 현재 정부조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융합신산업들에 맞춘 수평적 규제 관점의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야 한다.

한편, 디지털 정부로 정부조직을 재조직함과 아울러, 정부의 규제정책이 인터넷산업과 정보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사할 ‘정보주권 영향평가’제도의 도입을 건의한다. 이를 위한 국가기구의 신설이나 총리실에 이 기능을 두는 것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개별 정부부처의 시각으로는 극복되기 힘든 정보주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정보주권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그것이 해당 부처의 관점으로는 긍정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할지라도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팔 다리에 도움이 된다고 몸에 독이 될 약을 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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