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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경제 발전을 위해선 규제의 패러다임적 전환이 요구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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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11일 17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11일 17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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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5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서비스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의 결합을 통한 산업의 융합화 역시 긴요한 과제다. 이런 까닭에 정부로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 서비스산업의 현실을 보면, R&D 투자는 부진하고, 진입규제와 행위규제로 인해 좀처럼 경쟁력이 높아질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유통,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물류 등 유망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이러한 규제를 풀고 선진화를 추진하여 경제 재도약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발전전략은 이 같은 문제인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이 이번 정부 들어서 반복되는 일련의 서비스산업 육성대책 시리즈라는 점이다.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및 대책’(2013.7),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2014.8) 등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적이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및 보건복지부에서도 ‘경제자유구역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추진 계획’(2013.5), 고부가가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2013. 7)을 연이어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2016.7)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까? 서비스산업의 잇따른 육성책 발표는 이의 절박함 때문인가, 아니면 그동안의 대책이 별무효과였던 때문인가 우선 성찰해 볼 일이다. 서비스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전과 대책이 제시되었는가 하는 점을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의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제시한 규제개선 및 선진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먼저 사례를 들어, 영업용 화물차의 진입장벽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모바일 쇼핑이나 인터넷 쇼핑, 해외직구 등이 활성화됨에 따라 소형화물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허가제로 묶여있는 화물차의 공급은 태부족이다. 기존 시장에 진입한 업계의 반발이 심해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데도 규제제도가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는 사실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세상, 즉 정부가 예상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비교하면 너무나 쉬운 일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의 잇따른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이기도 하고, 언론의 평가 또한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패러다임적 전환이 요구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책 없는 규제 철폐나 완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전개에 걸맞도록 규제와 제도의 개혁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추진해 나가는 게 급선무이다. 

 

  진정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규제개혁의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규제당국이 진입규제 개혁을 효과적이고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다양한 실천적 대안을 마련하여 제시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시적 규제유예를 통해 일단 어느 시점까지 진입을 허용한 후 이를 지속할 것인지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방안,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특정 기간을 설정하여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 장기간에 걸쳐 진입규제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미리 예고하는 방안, 진입을 허용하는 자격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진입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 강진입규제는 중진입규제로, 중진입규제는 등록이나 신고 등의 약진입규제로 규제의 강도를 단계적으로 하향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망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이 같은 실천적 대안들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규제개혁 추진 스케줄을 제시한다면 피규제자들이나 시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고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된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특정 기간을 설정하여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은 예를 들어 3년 또는 5년마다 주기적으로 1~3년 동안 진입장벽을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하되, 그 성과를 보아 허용 주기 및 기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의 경우에는 시장진입의 허용 주기를 보다 짧게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진입규제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미리 예고하는 방안은 진입규제를 무한정 존속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거를 바탕으로, 소관부처가 장기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시장진입자나 시장참여 희망사업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어떻게 보면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이처럼 규제개혁을 위한 실천적 대안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영업용 화물차의 진입장벽 문제도 이러한 대안들을 활용한 실용적 접근을 통해 낮출 방도를 궁리해 나간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그저 이해당사자들의 기득권싸움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무능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비단 화물자동차 문제뿐이랴. 

 

  4차 산업혁명은 디바이스+데이터+서비스의 결합 형태로 진행될 전망인데, 이러한 시대에는 규제를 포함한 제도의 유연성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로드맵에 의한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 ‘경로 개방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의 영역을 대체하거나 잠식할 수 있는 이른바 ‘창조적 파괴’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의 구축도 긴요한 과제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대안의 마련이, 시장에서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제도와 규제의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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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7월11일 17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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