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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냐 분열이냐, 국가 흥망의 교훈 #9D : 한 판 전쟁으로 망한 전진(前秦)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1월25일 16시48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39

본문

 흥망의 역사는 결국 반복하는 것이지만 흥융과 멸망이 이유나 원인이 없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탁월한 조력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진시황제의 이사, 전한 유방의 소하와 장량, 후한 광무제 유수의 등우가 그렇다. 조조에게는 사마의가 있었고 유비에게는 제갈량이 있었으며 손권에게는 육손이 있었다. 그러나 탁월한 조력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통합능력이다. 조력자들 간의 대립을 조정할 뿐 만 아니라 새로이 정복되어 확장된 영역의 구 지배세력을 통합하는 능력이야 말로 국가 흥융의 결정적인 능력이라 할 수가 있다. 창업자의 통합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나라는 분열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중국 고대사에서 국가통치자의 통합능력의 여부에 따라 국가가 흥망하게 된 적나라한 사례를 찾아본다.   ​

 

 

 

 

(24) 난폭한 부생의 고명대신 처단 I (AD356)

 

부건이 죽은 바로 다음 날 부생은 즉위했다. 부생은 곧바로 연호를 수광(壽光)으로 고치라고 명령했다. 여러 신하들이 부황이 죽은 바로 그 해부터 연호를 고치는 것은 예의에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부생은 그 의론을 주도한 우복야 단순을 찾아내 죽였다. 8인의 고명대신 중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이 단순이다.

 

중서령 왕어와 중서감 호문이 불길한 별자리 징조를 부생에게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 최근 패성(꼬리 없는 혜성)이 대각성(북쪽 하늘의 천왕상징 별)쪽으로 들어가고

  형혹성(화성)이 동정(별자리)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앞으로 3년  이내에 큰 변고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서둘러 덕정을 펼치시어 악운을 물리치십시오.“

 

부생은 코웃음 쳤다.

 

“ 나와 황후가 대좌에 오른 것 자체가 악운을 물리치는 일이요.

  태부 모귀, 상서령 양릉 및 좌복야 양안이 정치를 잘못해서 

  그런 별자리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요.“

 

부생은 이들 조정 고명대신을 죽여 버렸다. 모귀는 황후의 외삼촌이었다. 부생은 우복야 조소와 중호군 조회 형제를 특별히 총애했다. 부생은 조소와 조회의 사촌형인 조구에게 상서령 자리를 주었다. 조구가 병이 있다며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걱정으로 병을 얻고 죽었다.조소와 조회 형제는 아첨으로 부생의 총애를 얻은 사람들이다. 우복야 동영도 아첨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생 곁에는 강직한 뇌약아를 제외하면 거의 다 부화뇌동하는 아첨꾼 밖에 없는 셈이었다. 

 

뇌약아는 정치를 어지럽히며 국정을 농단하는 좌복야 조소 무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소와 동영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즉각 뇌약아를 참소했다. 부생은 눈엣가시 같은 뇌약아와 그 일족 36명을 죽였다. 여덟 명의 고명대신 중 다섯 명이 참살 당한 셈이었고 이 외에도 수 백 명의 신하들이 참혹하게 처형되었다. 뇌약아는 강족의 추장이었으므로 그의 일족이 참살 당하자 강족 무리들은 부생에 대한 지지를 거두었다. 

    

 

(25) 난폭한 부생의 고명대신 처단 II (AD357)

 

전진 사공 왕타는 고명대신으로써 강직하고 엄하였다. 우복야 동영과 시중 강국은 아첨으로 총애를 받은 사람들이라서 왕타는 그들을 원수처럼 적대시하였다. 조정에 등청하더라도 한 마디 말도 동영과 섞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걱정이 되어 왕타에게 이렇게 말했다.

 

“ 동영은 주군 부생의 총애를 한 몸으로 받는 사람 아닙니까. 

  공께서는 의당 뜻을 좀 내리셔서 그와 접촉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왕타가 내뱉듯 말했다.

 

“ 동영이란 놈은 개나 돼지 보다 못한 놈인데

  한 나라의 선비가 그와 더불어 말을 섞는단 말이요?

   

마침 하늘 천기에 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자 동영과강국이 부생에게 일러바쳤다.

 

“ 오늘 하늘이 심하게 견책하는 것은 

  귀한 신하 중에 응징 받아야 할 사람이 있음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부생이 이렇게 말했다.

 

“ 귀한 신하란 오직 대사마 부안과 사공 왕타 뿐이지 않소”

 

동영이 말했다.

 

“ 주군의 숙부이신 부안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왕타 한 명만 없애도 하늘은 감응 할 것입니다.“

 

마침내 왕타에게 죽음을 내렸다. 왕타가 죽는 자리에 나타난 동영이 이렇게 꾸짖었다.

 

“ 아직도 나를 개와 돼지에 비교하려느냐?”

왕타는 죽는 순간까지 눈을 부릅뜨고 동영 무리를 꾸짖으며 질타하였다. 왕타의 생질 낙주자사 두욱도 조소에게 미움을 사서 참소당해 죽었다.  

 

 

(26) 난폭한 부생의 고명대신 처단 III (AD357)

 

부생이 태극전에서 연회를 열었다. 상서령 신뢰는 주감이 되어서 연회의 술자리를 감독하고 있었다. 부생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 어찌 사람들에게 술을 제대로 먹이지 않아

  취하지도 않고 앉아만 있는 사람들이 있는거냐! “

 

곁의 시종이 들고 있는 활을 쏘아 그 자리에서 신뢰를 죽였다. 이 광경을 본 신하들은 다투어 술을 들이켜 억지로 취했다. 취한 신하들은 비틀거리며 쓰러지기도 하고 관을 잃어버리거나 옷을 찢기도 했는데 부생은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였다.

 

어느 날 부생은 큰 물고기가 창포 풀을 뜯는 꿈을 꾸었다. 원래 부씨는 창포 포씨 였으므로 큰 물고기가 창포를 뜯는 꿈은 길조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항간에는 이상한 요언이 돌았다.

 

 ‘ 동해 큰 물고기가 용이 되었는데

  남자는 왕(王)이 되고

  여자는 공(公)이 되었다.‘     

 

부생은 이 꿈과 요언은 분명히 어(魚)씨 성을 가진 사람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부생은 태사이자 녹상서사이며 고명대신인 어준과 일곱 아들 및 열 명의 그 손자들을 몰살시켰다.(AD357) 이로써 고명대신 8인은 모두 제거되었다.

 

부생은 술을 마시면 밤낮이 없었고 한 달 내내 나오지를 않기도 했다. 국정을 외면하기를 밥 먹듯 했고 그 사이 간특한 간신들이 상벌을 농단했다. 자신이 애꾸눈이어서 다음과 같은 단어를 쓰다가 죽은 사람이 수를 셀 수 없었다.

 

 “残(나머지)、缺(모자람)、偏(삐뚬)、只(한짝)、少(적음)、无(없슴)、不具(갖추지 못함)”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즐겼고 부생을 칭찬하면 아부한다고 신하를 죽였고 정치가 혼란스럽다고 비판하면 비방한다고 사람을 죽였다. 부왕 때 공훈을 세운 공신들의 가족은 거의 몰살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하루를 보내기를 마치 십년 보내는 것과 같이 어렵고 힘들었다고 했다. 

 

 

(27) 부견이 왕맹을 얻음(AD357)

 

항간에 떠도는 요언에 나오는 동해 큰 물고기는 동해왕 부견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당시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을 한 몸으로 받았던 부견에게는 설찬과 권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과거 요양의 참모였던 사람이었다. 설찬과 권익은 비밀리에 부견에게 유세하였다.

 

“ 지금 주상께서는 포학하시기가 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사직이 위태로우니 전하가 아니시면 누가 전진의 제사를 주관하겠습니까?

  서둘러 계책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찬탈 하것입니다.“

 

부견이 측근인 상서 여파루와 그 문제를 의논했다. 여파루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그저 칼자루 고리(刀環)에 불과합니다.   

  큰일을 감당할 그릇이 아닙니다.

  저의 마을에 왕맹(王猛)이란 자가 있는데

  꾀와 전략을 세우는 것에서는 세상에 겨룰 자가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몸소 부르셔서 자문을 구하십시오.“ 

 

여파루의 말을 듣고 부견은 왕맹(AD325-AD375)을 불렀다. 왕맹을 한 번 보는 순간 마치 옛 친구를 보는 듯 친숙했다. 의견을 나누는 동안 부견은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것과 같았다고 했다. 이 왕맹은 3년 전 동진 정서대장군 환온에게 갔던 그 사람이다. 그러나 환온이 북벌에 실패하고 돌아가면서 왕맹은 환온을 따라가지 않고 고향 산동성 창락현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5호16국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지략가 경세가로 알려진 왕맹을 부견이 얻은 것은 이미 천하의 반을 얻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AD357년5월)  

 

 

(28) 부법-부견의 쿠테타와 부견의 왕위 등극(AD357)

 

천문담당 태사령 강권이 부생에게 불길한 말을 했다.

 

“ 어제 밤 세 개의 달(아마 화성과 목성과 달이었을 것)이 함께 나타났으며

  패성이 태미자리에 들어가 동정에 이르렀고

  음침한 비구름에도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장차 시역의 징조가 보입니다.“ 

 

부생은 이런 따위의 싫은 소리를 가장 증오했다. 그 자리에서 태사령 강권을 박살했다.소문은 금새 밖으로 퍼져 나갔다. 이렇게 계속되다가는 살아남는 자가 없을 것이다. 영어사중승 양평로 및 몇몇 무리들이 급히 부견을 찾아가 부생을 제거할 것을 재촉했다. 부견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부생은 힘도 세고 또 혈기가 왕성한 자라 감히 발동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촌 형제지간인 부법과 부견의 총명함을 부생도 질시하고 있었다. 늦은 밤 부생은 시녀에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 아법(부법, 부견의 친형)은 비록 사촌 형제지만 믿을 수가 없으니

  내일 아침에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시녀는 황급히 사람을 청하왕 부법과 동해왕 부견에게 보내 알렸다. 부법은 양평로와 강왕 및 수백 명의 무사를 이끌고 즉시 낙양궁 운용문으로 쳐들어갔고 부견과 여파루는 무사 삼백을 데리고 뒤를 따랐다. 숙위 장수와 군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왔다. 술에 취해 누워있던 부생은 부법과 부견의 군사들이 다가오자 주변에 누구냐고 물었다. 시종들은 도적들이라고 대답했다. 부생이 그 ‘도적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 왜 황제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

 

부견의 군사들이 모두 웃었다. 부생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누워서는 절을 하지 않으면 목을 벨 것이라고 호통을 쳤다.  

 

부견의 군사들이 술 취한 부생을 묶어 별실에 가두었다가 월왕으로 폐위시킨 후 곧 죽였다.

부견은 형 부법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부법은 사양했다.

 

“ 네가 적자이고

  또한 나보다 훨씬 똑똑하니

  사직은 네가 맡아야 할 것이다.“

 

부견이 양보하며 말했다.

 

“ 형님이 저보다 연장이십니다.

  응당 즉위 하셔야 합니다.“

 

부견의 생모 구(苟)씨가 울면서 여러 신하들에게 요청했다.

 

“ 사직의 일은 중대하고

  어린 아이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선택하지 않으면 훗날 후회할 것이니

  여러 분들이 잘 결정하셔야 합니다.“

 

중신들은 망설이지 않고 부견을 선택했다. 부생은 황제라고 칭했지만 부견은 스스로 대진천왕이라고 격을 낮추었다. 친형 청하왕 부법도 격을 낮추어 동해공이라고 불렀지만 승상 및 도독중외제군사라는 직을 내렸는데 이는 모든 정권 및 군권을 그에게 내려 준 것이다. 연호는 영흥(永興)이라고 정했고 부생에게 붙었던 간신배 중서감 동영과 좌복야 조소 등 20여 명을 즉시 주살했다. 친동생 양평공 부융 또한 형 부견만큼이나 영명하고 무예와 기억력이 뛰었으므로 항상 부견이 곁에 두고 의논을 하며 국사를 처리해 나갔다. 부생 때문에 꺼져 가던 전진의 국운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실 부견이 왕위에 오르기까지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두 살 위 사촌 형인 부생이 부견을 죽이려고 군사를 움직일 때마다 부견의 어머니 구씨의 고모 아들 위왕 이위가 군대 안으로 부견을 끌어들여 보호해 주었었다. 구태후는 그런 도움을 준 고종사촌 이위가 한 없이 고마웠고 부견은 이위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이위는 좌복야가 되었다. 이위는 왕맹의 총명함에 감탄한 나머지 기회 있을 때마다 부견에게 왕맹을 칭찬했다. 부견이 왕맹에게 말했다.

 

“ 이공(이위)이 그대를 아는 것이 마치 포숙아가 관중을 아는 것과도 같소“

 

중서시랑 왕맹은 이위를 형님으로 섬겼다. 쿠테타를 권한 설찬도 중서시랑이 되었고 권익은 급사황문시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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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25일 16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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