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랏빚 급증 속 줄줄 새는 예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14일 20시0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30분

작성자

메타정보

  • 29

본문

나랏빚 급증속 줄줄 새는 예산


 

 국가재정 급속히 악화

 일본이 1992년 자산거품 붕괴를 계기로 길고 긴 불황의 터널로 빠져들던 1996년 12월 일본정부 자문기구인 재정제도심의회가 경고메시지를 냈다. “일본이 가까운 장래에 파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으며, 그 폭탄의 크기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20%를 넘어 선진국중 최고 수준이 돼 버렸다. 1990년 47%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비율이 이처럼 급격히 상승한 것은 장기 저성장에 따른 세수부족과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지출, 반복된 정책실기, 복지지출 확대 등이 원인이다.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5%는 자국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소화되고 있어 아직 폭탄이 터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 어느 임계치에 이르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중앙관서의 장이 관리․운용하는 회계 또는 기금이 부담하는 금전채무)는 503.0조원(GDP 대비 33.9%)으로 전년 대비 39.0조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정부를 포함한 국가채무는 530.5조원으로 GDP 대비 35.7%에 이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7년 11.9%에서 3배 정도로 높아진 상태이다. 

 재정수지를 보면 통합재정수지(관리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산업재해보상및예방기금, 고용보험기금)의 흑자(38.0조원)로 인해 8.5조원(GDP대비 0.6%) 흑자를 시현했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5.7조원 줄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제외하고 산정한 관리재정수지는 29.5조원(GDP대비 -2.0%) 적자로 적자폭이 전년 대비 8.4조원 늘었다. 

201541420316e6zcn6s246.png
  근거 없는 낙관은 곤란

 이러한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수지 악화에 대해 정부는 재정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한 점에 주로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OECD평균(110%)에 비하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낙관적으로 보아선 안된다. 국제 기준과 괴리되거나 실질적으로 국가채무이면서 빠진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가보상률(생산원가 대비 매출액 비중)이 50% 미만인 공기업 부채가 국가채무 산정에서 제외되었다. 2012년 현재 공기업 부채는 토지주택공사(LH) 142조원(부채비율 465%), 한전(82조원ㆍ190%), 도로공사(25조원ㆍ99%), 철도공사(15조원ㆍ177%), 수자원공사(14조원ㆍ130%) 등이다. 2012년말 현재 28개 공기업 부채는 353조원에 달한다. 공기업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 대부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부채도 포함시켜 국가채무의 위험성을 파악하는게 바람직하다. 공기업 부채는 국가의 우발채무로 볼 수 있다. 

 국가채무에 공기업(금융부문 제외)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2012년말 기준 821.1조원으로 GDP대비 64.5%에 달한다. 여기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재정 건정성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4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523.8조원, 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19.8조원이다. 

 

 재정건전성 뒤로 미루면 안돼

 박근혜 정부는 일찍이 2017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반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바 있지만 물건너갔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마지막 해를 균형재정 목표 달성의 해로 정했다. 풀기 어려운 숙제를 푸는 목표 해를 임기 마지막 해로 정하고 그 때 가서 못지키면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저성장이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2~3%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세수차질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세수차질 규모는 2013년 8.5조원에서 2014년 10.9조원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2014년의 3.3%보다 더 낮은 3.1%로 전망하고 있으니 세수차질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세수차질이 발생하면 이를 증세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한다. 적자국채 발행규모를 보면 2011년 16.5조원에서 2012년 13.8조원, 2013년 24조원, 2014년 27.8조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2030년 이후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세수부족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이 때문에 국가재정은 급속히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산지출 누수·중복 막아야 

 이 시점에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억제하는 길은 경제를 활성화해 세수를 늘리고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증세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신성장동력산업을 발굴·육성하며,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국가의 지상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예산이 낭비되어 줄줄 새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저출산ㆍ고령화 기본계획이 시작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가 쏟아 부은 이 분야 예산은 모두 123조원에 달한다. 특히 저출산 분야에 절반 이상(약 67조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201541420255h7cep7u357.png
 

 2013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은 세계 1위다. 하지만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 저조, 기술무역수지 적자 등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 무상급식, 무상모육 등 보편적 복지 시행에도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가을철 정기 국회 예산 심사 때만 되면 국회의원들의 자신의 지역구 SOC 예산 등과 관련해 이른바 ‘쪽지 예산’이 난무하는 구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가재정이야 어떻든 “내 표만 챙기자”는 식이다.  

 누수·중복 예산만 막아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제출한 올해 예산안 가운데 다수의 중복 예산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인ㆍ장애인 돌봄 사업의 경우 노인돌봄종합 및 노인돌봄기본서비스, 가사간병방문도우미, 장애인활동지원(이상 보건복지부), 취약농가인력지원(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사업이 있다.  

 

 국민개세주의 학립 필요

 정치적으로 인기를 못얻는 증세도 법인세 인상을 포함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적자국채 발행은 현세대에는 부담을 덜 주지만 결국 장래 세대에 부담을 떠 넘기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구호에 맞게 소득이 있으면 그 다과를 불문하고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국민개세주의’ 확립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강조했던 지하경제 양성화도 흐지부지되는 일 없이 지속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등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연금 개혁도 두말할 나위 없이 필요하다.  

 한국은 나랏빚 말고 거대한 가계 부채도 시한폭탄으로 안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빚으로 짓눌려 있다. 잇딴 경고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나라빗 더미에 올라앉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한다.   

29
  • 기사입력 2015년04월14일 20시0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3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