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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6월02일 19시4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42분

작성자

  • 이종윤
  •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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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일 갈등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

 

 한·일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2년여가 지나고 있지만 아직 양국 정상이 제대로 된 회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관계에 반영되어 이런저런 분야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고 관계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꼬이게 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폄하 발언 등이 도화선이 되었으며, 지금은 종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되어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위안부 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가 바로 잡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하루 빨리 공정하고도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안의 성격이 한·일 양국의 현격한 견해 차이로 인해 쉽게 해결책이 제시되기 어려워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일 간에는 이들 문제 외에도 양국이 인접한 관계로 인해 해결을 요하는, 내지는 보다 개선을 요하는 문제가 적지 않게 있다. 가령 긴밀한 협력을 요하는 문제로서 한·미·일의 협력에 의한 안보 태세의 강화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소속한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및 한일경제협회로서는 한·일 경제 관계가 지금보다 좀 더 협력적 관계를 설정하여 원-원(win-win)해 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최근의 정치적 관계도 얽혀 기대만큼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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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경제 관계는 1965년 한일국교수립 이후 윈-윈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자본, 기술을 빌려 수출 증대와 산업구조고도화를 실현시켜 왔고, 일본은 한국의 그러한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말하자면 한국을 자본재시장으로 활용하여 중진국에서 선진국 경제로 발전해 간 것이다.  그런 식의 발전 과정에서 한·일은 유사한 산업구조를 형성시켰다. 한·일 간에 산업구조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형성 과정에서 적절한 분업구조를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일은 제3국에서 과잉경쟁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잉 경쟁은 말할 필요도 없이 양국 각각의 교역 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한·일이 지금과 같은 비합리적 존립 형태를 극복하고 서로 간에 윈-윈해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양국 산업 간에 수평적 분업을 확대시켜 한국경제의 발전이 일본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고 마찬가지로 일본경제의 발전이 한국경제의 발전을 견인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부품류를 가격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일본조립기업의 기대치에 부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 단위 높은 일본기업의 기술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협력활동은 일본기업에 크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성격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양국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일본정부 내지 기업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양국 관계가 좋은 관계라면 얼마든지 확대·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서 한·일이 다 같이 가공무역입국으로 인해 1차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높다. 이 경우 해외자본의 직접수입이건, 개발수입이건 한·일이 협력하면 보다 안정된, 그리고 보다 저렴한 수입이 가능하며, 가령 개발수입의 경우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어 자원개발 활동을 적극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도 윈-윈한다고 하지만 일본이 기술수준이나 자본축적이 많아 일본의 기여도가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근 일본경제는 아베노믹스의 비교적 순조로운 전개로 기업 활동이 활발하고 이에 따라 노동수요가 증가되어 분야에 따라서는 구직보다 구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특히 청년실업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한·일 정부 간에 우호적 분위기라면 서로 간에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한·일 양 정부의 정치적 갈등으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집단이 제일교포이다. 일본 극우단체의 극성으로 생계활동조차 심각하게 위협받는 제일교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의 이러한 상태도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한·일 간에는 거리적 인접성, 및 경제체제의 유사성 등으로 인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 형태의 이해 조정이 요하는 분야들이 존재하고 있다. 각 분야마다 적지 않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전체로서 양국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각 사안마다 독립적으로 합리적 대응책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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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부도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하여 정치문제와 경제문제는 분리하여 대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서 한·일 관계에 얽혀 있는, 내지는 해결이 요하는 사항들을 분리시켜 그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보다 성숙된 자세라고 생각된다.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분명히 간단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당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충분한 준비에 입각하여 신중하게 대처해 가야 한다. 그러나 그 문제가 꼬인다고 하여 여타의 문제가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여타의 문제도 기술한 바와 같이 많은 관계자의 이해가 얽혀 있거나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므로 각 사안마다 독립성을 가지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일 관계도 쉽게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각 사안마다 다른 사안에 의해 방해 받음이 없이 독립성에 입각하여 그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하는 성숙된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렇게 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시간적 낭비를 줄이고 비합리적 상태를 방치시키지 않게 되므로 국가 이익의 확보에도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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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02일 19시4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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