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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인 수출금액보다 수출의 부가가치를 먼저 생각할 때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0월06일 17시32분

작성자

  • 김병유
  •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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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들어 수출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우리 수출이 어려웠던 시기와는 달리 뭔가 획기적인 반전의 기회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횡보를 거듭하던 세계무역이 급기야 지난해 10% 이상 줄어들었다. 글로벌가치사슬(GVC)의 성숙,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세계무역의 황금기가 종식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어, “나가자 중동, 나가자 중국”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도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세계 경기에 민감한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보유한 우리 수출이 더욱 어려운 모습을 보이며 금년에도 무역 1조 달러 재진입은 물론 수출 5천억 달러 달성조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무역의 저성장 지속과 우리 수출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면 과거와 같은 양적성장 위주의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형적인 확대가 어려운 저성장의 시대를 오히려 우리 수출의 질적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언한다. 그 중에서도 수출의 외화가득액으로 평가되는 부가가치의 제고가 최우선 방향이라고 본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수출금액 전부가 우리 손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출상품을 만들 때 국산중간재도 쓰지만 수입중간재도 필요하다. 이때 수입원부자재가 많이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나라가 얻는 혜택은 별로 없게 된다. 따라서 글로벌 생산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단순히 수출실적만 가지고 수출의 경제성장이나 고용에 대한 기여 등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것이 OECD를 비롯해서 수많은 연구기관과 경제학자들이 부가가치 기준의 무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 수출의 부가가치 수준에 대한 평가는 다소 실망스럽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58.3%로 세계 수출 상위 10대국 중 가장 낮다. 또한 95년과 비교해 보아도 19.4%p가 떨어지며, 경쟁국들에 비해 하락폭이 훨씬 크다. 주력 수출산업에 대한 해외생산 비중이 높고, 원유, 철광, 알루미늄 등 산업용 원재료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부족 국가라서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 수출이 핵심 소재와 부품, 고급 자본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고, 소비재 산업이 취약하며 서비스 산업이 낙후된 구조적인 문제도 수출의 부가가치가 낮은 중요한 원인이다.

  

이제부터라도 수출금액 목표, 세계순위, 세계시장 점유율 등 외형적 성장에 대한 집착을 털어내고 수출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물량기준, 통관기준, 상품기준의 외형적 무역보다는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 서비스, 아이디어, 기술, 자본 등 부가가치가 높은 거래활동을 중심으로 새롭게 무역을 정의할 때이다. 동시에 과거와 같이 투입이 고성장으로 이어지고 다시 투입을 확대하는 구조적 관성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출의 양적성장만으로 국내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으나, 국가간 수직적 분업을 기초로 한 글로벌가치사슬하에서는 수출액 보다는 산업간 연관관계, 가치창출, 산업체질과 관련된 부가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기술, 문화적 감성, 전통과 한국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영된 Korean Made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야 한다. 우리 수출이 생산의 장소적 개념보다는 기획ㆍ개발자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담긴 거래로, 제품의 공급자에서 가치의 제공자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둘째,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세계시장에 열정을 가진 사람, 기업, 도시가 모두 수출의 주역이 되는 무역으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에는 해외시장 정보와 유통망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던 전문무역인, 대기업이 수출의 주축이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해외직판, 직구, SNS, 온라인 콘텐츠 등을 활용하여 세계시장과 일상적으로 연결이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하였다. 따라서, 개인도 일상생활 속의 모든 경제활동에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경간 경계가 희석되고 글로벌 오픈마켓에서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수기업도 이제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게 되었다. 더 이상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구분의 의미가 없고 모든 기업이 수출기업이라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셋째,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표준화된 상품의 생산과 범용 중간재 수출에서 벗어나 가치 중심의 수출 명품화 전략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독일과 일본의 강소기업이 지닌 긴 호흡의 장점 극대화 전략을 배워야 한다. 1530년에 설립된 독일의 프림(PRYM)사는 단추 하나로 세계 럭셔리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으며, 파이프 오르간 업체인 클라이스사는 지난 130여년 동안 ‘내 후손이 활용한 나무를 내가 지금 심는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명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의 혁신 개념을 빠르게 수용해서 응용생산 기술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전략과 조기 목표달성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빠른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기초 역량이 미흡하고, 이것이 한국 경제를 선진국의 문턱에서 수년째 묶어 놓고 있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대기업 중심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 수직계열화, 단계적인 혁신 등 빠른 추격자 전략은 시장파괴가 일상화된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넷째, 글로벌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 대한 활용과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수출의 부가가치는 어떤 상품을 수출하는가 보다 가치사슬에서 어떤 공정이나 영역을 담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해외생산 등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에서 글로벌가치사슬을 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인 디자인·브랜드·마케팅 부문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리쇼어링 사례가 확대되고 기술의 혁신과 소비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해외생산의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외국기업유치, 해외생산기지의 국내이전, 국가원산지 브랜드 도입 등을 통한 부가가치 확대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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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수출산업의 성장 엔진을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소비재산업, 부품소재,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전체 수출중 소비재의 비중은 13.4%로 제조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ICT와 한류를 활용한 고급브랜드 육성을 통해 선진국 고급소비재 시장 진출과 함께 소비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 또한 부품소재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산업용 원자재를 우리와 같이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수출의 부가가치율이 85%를 상회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의 모습을 보이는 서비스 수출의 부가가치율도 79%로 일본, 미국, 중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ICT 융합기술의 확산으로 서비스가 빠르게 교역재화가 되고 있으므로 서비스 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규제개혁과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국제무역연구원이 분석한 최근 우리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세계 무역의 흐름에 맞추어 부가가치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앞으로도 세계경기의 저성장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되고, 동시에 새롭게 부상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수출산업의 재편과 와해ㆍ산업간 경계의 붕괴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무역은 지금 대위기와 대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 전환기인 지금이 수출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 수출이 부가가치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미래를 대비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떠한 대외변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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