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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제츠 방한, 그 의미와 남긴 과제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8월2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26일 11시30분

작성자

  • 정영록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경제발전론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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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외교담당)이 지난 8월 21일 한국을 방문, 22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회담하는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학계는 물론, 언론계, 정계에서 왜 하필 이시기에, 그것도 부산에서 회동이 이뤄졌을까, 의제는 어떤 것이었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측 공식 발표와 중국측 공식발표를 기본으로 하고, 양제츠 본인의 최근 행보와 정황적인 상황을 감안, 나름대로의 의미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왜 부산이었을까?…‘문재인·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및 정치적인 근거지’ 고려?

 

  대체로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인 과제는 1992년 8월 24일 수교이후 거의 변화하지 않았었다. 수교가 가장 절실했던 것은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의 심화였다. 1978년 막 시작된 개혁‧개방정책이 1989년 천안문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혀 뒤뚱거릴 때, 아시아에서 그래도 국가적인 규모를 가진 나라로서 한창 선진국 진입을 향해 매진하던 한국은 막 시작한 중국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서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한반도 평화체제유지를 통한 동북아시아의 정세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차원에서, 수교가 이루어지고 아주 최근까지 양국은 상당한 정도의 호감을 표시하면서, 정례적인 정상급 인사의 상호방문을 실시하는 등 양국관계는 전략적동반자관계로까지 격상되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지나친 미국 경사(傾斜)외교에 따른 중국인의 혐한현상 발생, 박근혜 정부하의 사드배치 문제, 그리고 지난해부터 격화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로 인한 편 가르기,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엄습 등으로 양국관계는 마냥 밀월관계만이 아닌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하고도, 복잡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하필 왜 부산이었을까? 외교는 대외 관계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국내정치적인 행위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와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경우 청와대 방문을 통한 메시지 전달 등 의전이 문제시 될 수 있다. 그것도 코로나 재기승의 분위기하에서는 특히 그럴 것이다. 결국은 빠른 방문을 추진하되 실무적 접촉으로 한정하고 싶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지난 8월 10일 Alex Azar 미국 위생부 장관이 대만을 전격 방문,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반응을 떠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도 뭔가 빠른 수를 둬야 할 필요성이 있게 되었다. 또한 부산방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및 정치적인 근거지라는 측면에서 제주 등을 제치고 고려되었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측 요청이었는지, 중국 측 요청 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일반적으로 중국 고위 인사가 해외를 방문하는 경우, 몇 개의 국가를 묶게 되는데, 이번에는 중국은 싱가포르와 엮었다. 결국 행선지상 싱가포르에서 부산으로 오는 게 전용기노선의 순로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양제츠 방한, 아시아주의 강화로 대미(對美) 성동격서(聲東擊西)전략 ?

 

  두 번째가 의제 문제이다. 우리 언론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연내에 이루어 질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시 주석의 방한은 4.15총선 직전 이루어져서, 현 집권당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 된바 있을 정도로 국내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제츠 정치국원의 한국방문은 어느 정도는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설왕설래가 많지만 일단 ‘시 주석의 방한 문제가 논의되었으며, 어느 정도 시기가 성숙된다면 올 수도 있다’는 정도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과거 행보로 본다면 한국이 원한다고 움직이는 국가는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 한다면 언제라도 올수 있다. 

 

  중국 측으로서는 시 주석 방한 의제 보다는 한국을 더 끌어들이려는 수를 둔 것으로 판단  된다. 중국의 주요 정책 결정은 중국공산당이 주도한다. 특히, 중국공산당 최고의 정책은 25인의 정치국원회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1950년생인 양제츠는 거의 대부분의 외교관계를 미국과 관련된 문제에 매달려 왔었다. 지미(知美)파 중국의 최고위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트럼프 등장이후 시작된 미‧중 갈등 속에서 양제츠가 어떤 행보를 할지에 대해서 큰 기대가 있었다. 특히, 만 70세로 2022년 말이 되면 72세로 신규임명에서 배제 (만 67세를 초과)돼 현직에서 물러나야하는 그로서는 평생을 몰두했던 미중관계가 평탄치만 않은 것에 대해서 돌파구를 찾고 싶어 했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강경 입장이 더욱 확연해진 이상, 미국과의 섣부른 협상보다는 긴 호흡으로 대미 관계를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히,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떠오르게 되고, 아시아의 국가들을 돌면서, 아시아주의를 강화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양제츠의 중‧미 관계에 관한 입장은 정부공식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짧지만 입장은 확연하다. 

 

“양국 관계의 안정은 양국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 인류에게도 복지, 평화, 안정,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중국 내정에 관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의 몇 몇 소수 정객의 개인적인 이익추구를 위해서 미‧중 관계를 위험한 경지로 모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미‧중 관계의 원만한 진행은 지난 41년간 양국과 세계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준 바 있다. 중국민의 자국발전에 대한 희망과 아름다운 생활을 추구하는 중국인의 기본적인 발전권을 저해시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 글을 통해 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노선에 대한 양제츠 자신 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인식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북한문제 협력 요청에 中 ‘원론적 입장’…새로운 진전은 ‘글쎄’

 

  결국, 중국의 카드는 미‧중 양자대결을 최대한 회피하는 대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미 시작된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좀 더 내실화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잠재 협력자로서, 한국과 싱가포르를 지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한-중-일 3국 협력의 대일 지렛대로서, 싱가포르는 해상실크로드 협상 대상의 한 거점으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과 싱가포르에 대해서 미‧중 관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밝히면서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의 대외정책의 향후를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방향성이다. 경제적으로 14억의 인구를 가진 유일무이한 인구국가로서 내수경제를 더 살리는 한편, 대외적으로 구태여 미국시장이 아니더라도 주변국 시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잡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의 입장이다. 아마 우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협력을 요청 하였을 것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의제이기는 하다. 물론 중국은 원칙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입장이었겠지만, 이는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결국 ‘원론적인 입장의 재확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획기적인 진전은 ‘글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집착보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자산 키우는 공공외교 강화가 절실

 

  특히,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한 가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왜, 꼭 정상회의에 매달려야 하는 지의 문제다. 실제로 정상회담이란 거의 대부분이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상례(常例)다. 성과사업이라는 것들도, 이미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묶어주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과연 그동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추구하였을까? 의문이다. 이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소 우리의 민간교류 협력, 공공외교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 절실히 필요하게 느끼는 우리의 전략적 자산, 그것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그런 전략적 자산을 스스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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