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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윤석열 정부의 숙제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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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4월03일 18시01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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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남쪽 정원 헬기장.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대통령전용 헬기가 뜬다. 레이건 대통령이 부인 낸시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떠난다.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다. 1987년 워싱턴에서 보았던 풍경이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등 몇 명의 미국언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레이건대통령이 노는 것 같지만 열심히 전화번호를 돌린다고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야당의원들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레이건은 미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대통령이었다. 과감한 감세와 규제완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미국경제를 살리고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표방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결국 소련과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INF Treaty)에 합의하고 미국은 경기침체가 없는 최장의 평화시기 호황을 누렸다.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일으켰다. 여야 협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요즘 다시 회자(膾炙)되는 정치인이 있다.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라는 스웨덴의 총리가 협치의 아이콘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1946년부터 11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23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절망의 나라를 지금의 스웨덴으로 일구어낸 인물이다. 끊임없이 반대자들과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고 타협하며 국정을 운영했다고 한다.  

 

2022년 대한민국.

3월9일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정치 초년생인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운영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의석이 엇비슷한 여소야대가 아니다. 민주당 172석 등 야권은 180석이 된다. 여권은 국민의 힘 110석에 국민의당 3석을 합하면113석. 엄청난 차이의 여소야대 정국이다. 

 

보통의 정치적인 역량이 아니면 넘기 힘든 파고(波高)다. 집권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입법할 수 없다. 우리 정치에도 협치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또 기대되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협치를 통해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의 편에서 국정을 운영한다면 야당도 국민의 뜻을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이재명후보를 지지했고, 대선이후 윤당선인 지지도도 야권을 압도할 정도로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민주당은 벌써 윤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법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본부장특검법이다. 윤 당선인 본인은 물론 장모, 부인을 대상으로 특검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본부장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취임 초부터 특검으로 수사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처음부터 강공으로 나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를 뒤돌아보면 협치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적 정치상황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었나? 노태우 대통령은 아예 3당 합당으로 여소야대를 뒤엎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DJP연합으로 여소야대를 극복했다. 협치보다 정계개편이 편하고 확실한 여소야대 극복방안이었다.

 

우리 정치판은 국민을 위한 실리를 챙기는 것보다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이념 전쟁판처럼 변모돼가고 있다. 서로 자기 눈높이로 세상을 판단하고 상대는 공존의 대상이 아니다. 상대편은 소멸돼야 할 집단으로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한 집단에 소속되면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 집단이 판단하는 것은 옳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국회에서는 크로스 보팅이 없다. 당명에 따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타협점이 없이 흑백으로 갈린다. 그러니 정권을 잡은 소수당은 국정운영을 위해서 협치보다는 차라리 정계개편으로 같은 편으로 묶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번 대선도 어느 대선보다도 이념전쟁의 극치를 이룬 선거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대선은 끝났지만 무조건 상대를 없애기 위한 이념전쟁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윤석열 정권에서도 과거처럼 여소야대 극복을 위한 정계개편이 반복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지방선거이후의 정국흐름 등 여러 상황이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은 달랐으면 한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정계개편이 아닌 협상을 통한 타협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정치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도 선진화가 되어야 한다. 경제규모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의식수준이 한반도 주변에 머물러있는 소수의 집단이 큰소리치며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이 불러낸 정치인이다. 과거 관습에 절은 정치집단의 셈법보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따르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석열 당선인부터 대통령직을 시작하면 겸손한 자세로 진지하게 야당과 대화하고 국민들 앞에 진솔한 모습으로 나서면 타협과 협치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 정부는 출범부터 어떠한 철학으로 국정을 펼칠 것인지 명확한 국정운영 로드맵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 국정철학이고, 무엇이 먼저 해야 할 일인지도 분명히 밝히며,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새 정부의 인사들은 참신한 인물로 짜여져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인사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을 보며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에게 실익을 주고 ,미래를 열어가는 정책으로 야당과 대화하며 협치하는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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