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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결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시사, 향후 난제가 산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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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07일 11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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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 2019년 Covid-19 발발 이후 유지해 온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결국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5일부터 지하철, 노선 버스 이용자들에게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증명’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 ‘일부’ 완화하는 조치로 보인다. 특히, 국가적 이벤트가 많은 수도 베이징에서는 제로 코로나 방역 대책이 보다 엄격하게 시행되어 왔으나, 지난 11월 말부터 돌연, 장기간 외출을 하지 않는 고령자 및 유아들을 PCR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단계적으로 완화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대해 대부분 해외 미디어들은 중국 정부가 최근 각지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反)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 사태가 자칫 ‘반(反) 정권’, ‘반(反) 체제’ 시위로 불붙을 것을 우려해서 기존 정책 스탠스를 할 수 없이 변환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혹은 전환’ 이후 중국 경제의 향방에 대한 전망도 관심을 끈다. 아래에 이와 관련한 최근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를 요약한다. 

 

■ 中 정부 방역 최고책임자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적정화 조치’ 시사  

 

지난 3~4일 주말을 전후해 해외 미디어들은 중국이 드디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4일, 중국 당국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 검사 의무를 완화하는 등 종전의 엄격한 정책 스탠스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베이징 시내에는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가 확산하는 데도 종전의 코로나 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covid pivot accelerate’)고 전했다. 단, 시진핑 지도부의 위신을 손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시나리오를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면 해제하는 경우,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사망자 수가 200만명 이상에 이를 수도 있다는 시산이 나오고 있어 적절한 제로 코로나 정책 출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리 용이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베이징市 외에도 금년 초 2개월에 걸친 지역 봉쇄를 경험했던 중국 최대 금융 중심지 상하이(上海), IT 산업 중심지 항저우(杭州) 및 정저우(鄭州), 제조업 중심지인 선전(深玔), 광저우(廣州) 등지에서도 지하철, 노선 버스 등 공공 교통 수단에 탑승하거나, 야외 공공 장소 출입 시에 종전에 요구하던 PCR 검사 음성 증명 제시 요구를 철폐했다. 상하이市 당국은 성명에서 “중앙 정부의 정책 및 지역 상황을 감안해서 ‘적정화’ 및 ‘조정’ 수단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주요 도시들 외에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일제히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중국 주요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중앙 정부 방역 최고책임자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지난 주 “코로나 대응 상황은 오미크론 변형 바이러스의 병원성(病原性)이 약화되는 등 예방 조치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고, 진전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어 단계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것” 이라고 언급한 뒤, 지방 정부들이 이에 따라 완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쑨 부총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지난 3일 3만명을 넘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나, 주요 도시 및 대학에서 벌어지는 ‘반 제로 코로나’ 시위에 엄중 경계 태세로 대처하면서도 규제를 완화해 시민 불만을 해소하려는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유독 제로 코로나에 집착하는 건 의료 제도 취약성 때문”  

 

중국 정부가 근년 실감하는 것처럼, 제로 코로나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이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그런 수법으로 초기 단계의 감염 확대를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따라서, 그런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여태까지 시진핑 주석의 주도 하에 진행해 온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우한(武漢)에서 처음 Covid-19 감염이 발생한 이후 변함없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중국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단적인 예로, 중국의 집중치료실(ICU) 병상(病床) 수는 인구 1,000명 당 3.6으로, 홍콩 7.1, 싱가포르 11.4에 비해 크게 뒤진다. 한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바로는 중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면 약 200만명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시산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의료 시스템은 방역 전환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취약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지금 중국의 백신 접종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이는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배경이 되는 한편,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는 데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대규모 검사 실시, 감염자 격리 시설 확충에 힘을 쏟아 왔기 때문에 백신 접종 및 추가 접종 확대는 정체되어 있다. 감염에 의한 면역 형성도 확대되지 않고 있다. 추가 백신 접종은 전체 인구의 60%에 그치고, 그 중 80세 이상의 추가 접종율은 40%에 그친다. 실제로, 지역 봉쇄 등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감안하면 비용이 대단히 높은 정책 수단이다. 이에 비해, 백신 접종율을 확대하는 것을 우선하는 정책은 비용이 낮은 감염 억제 수단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산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유럽산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을 거부하고 주로 중국 국내산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기는 했어도 미국이나 독일의 의약 기업들이 생산한 백신에 비해 유효성이 훨씬 떨어진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 백악관 방역 책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산보다 효능이 높은 외국산 백신을 수입하지 않는 한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외국산 백신 사용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 “中 당국, ‘反 제로 코로나’ 시위 확산으로 ‘출구’ 모색에 고심 중”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정권의 안정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자, 시진핑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궤도 수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긴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엄격한 통제 사회에서 ‘정권 퇴진’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1976년, 1989년에 일어났던 1, 2차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에도 민주화를 외치는 격렬한 시위는 있었어도 ‘반 정권’, ‘반 공산당’ 구호는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3년여 동안 각지에서 강압적 지역 봉쇄가 취해져 온 끝에 이번에 일어난 ‘反 제로 코로나’ 시위는 시민들의 인내가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진핑 정권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시위에 나서는 시민들은 제로 코로나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 중국의 방역 시스템으로는 이를 전면 수용해서 감당하기가 도저히 어려운 것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이미 지난 11월 11일에 코로나 방역 대책 완화를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실행이 늦어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 사이에 지역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정치 자유 확대’ 및 ‘시진핑 주석 퇴진’을 요구하는 극단적 상황에 이른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일, EU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항의 시위 이유는 “3년에 걸친 코로나 사태로 스트레스가 축적된 것” 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알려지나 이 자리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수정 표명은 없었고, 단지 ‘완화’ 방향으로 선회할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렇게 시진핑 정권이 정책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집단 면역 형성이 당초부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으로 이미 높은 집단 면역을 달성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 특히, 고령자들의 백신 접종율이 지극히 낮은 것이 문제다. 둘째; 중국 지도부는 미국 등이 생산한 백신 도입을 꺼리고 있으나, 효능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WHO 분석 결과, 중국산 백신은 60세 이상 중증 및 사망 방지 효율이 70%로, 미국이나 독일산 백신의 89%에 비해 20%P 정도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임에도, 지금 사회적 항의 분위기 고조와 함께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감안하면 마냥 지역 봉쇄 등 강경 일변도의 제로 코로나를 견지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 상황이다. 한 연구기관(Nomura Int’l HK)의 추계로는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68개 도시에서 약 5억3,000만명의 인구가 지역 봉쇄 및 행동 제한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개인소비도 냉각되고 있다. IMF도 최근 2022년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3.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 “현 시점에 해제하면 ‘200만명이 사망’ 추산, 철저한 대비 권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클로스업 되고 있는 가운데, 저명 과학 저널인 Nature誌는 중국이 ‘제로 Covid’ 완화 조짐을 보이는 것을 감안해서 방역 대책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3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보다 노령인 인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가속할 것, 둘째, 항(抗) 바이러스 약제 비축 확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료를 담당할 의료 시설을 대폭 확충할 것을 제안한다. 

Nature지는 최근 쑨 부총리가 Covid-19 방역에서 보다 수용적 자세를 시사한 것을 좋은 시그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중국 정부가 그 동안 취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인구의 작은 부분만이 Covid-19 SARS-CoV-2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을 뿐인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면역력이 소멸되는 상황에서 부스터 접종도 충분치 않은 현 시점에 제로 코로나 방식을 완화하면 심각한 중증 환자 발생 급증 및 사망자 폭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 봉쇄 완화를 시작한 11월 중 Covid-19 감염 사례는 급증해서 11월 29일 하루에만 71,000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BF.7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영국의 한 의료 기업도 현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는 경우, 오미크론 감염자가 160만~280만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성인 고령층 위주로 130만명~2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0만명 사망’ 추산과도 일치한다. 또한, Nature지는 이전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의료 시설 확충 미비 문제도 지적했다. 감염자가 절정에 이르면, 집중치료(IC) 시설 수용 능력이 현재의 15배나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는 경우, 감염 및 사망자 최소화를 위해 가장 우선할 것은 중증 위험성이 높은 고령자들에 대한 부스터 접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권고한다. 대부분 중국인들은 중국제 Sinovac 혹은 국영 Sinopharm 백신을 접종했으나, 이는 60세 이상 고령층에는 2차 접종만으로는 중증 예방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Nature Medicine 연구 결과로는 중국의 모든 60세 이상 성인에 3차 접종을 실시하면 사망자를 61%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현재 60세 이상 인구의 3차 접종율은 69%, 80세 이상은 40%에 그친다. 

 

다음으로, 감염자 등에 대한 격리 제도 완화를 권고한다. 현재는 모든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들을 별도 시설에 격리 수용하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는 자택에서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게 해서 의료 능력을 보다 위중한 환자들 치료에 할당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중 메시지 톤을 낮춰서 Covid-19에 공포를 완화할 것을 권고한다. 결론적으로, ‘제로 코로나(Zero COVID)’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 “’백지 혁명(白紙革命)’ 확산 국면에서 시진핑이 두려워하는 악몽”


한편, 지금 중국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 참가자들은 A4 규격 백지를 들어 올리고 정부 당국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 및 언론 통제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의미하는 것이다. SNS에 나돌고 있는 명단에는 이런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학들로 베이징(北京)대학, 칭화(淸華)대학을 위시해서 전국 100개 이상 대학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烏魯木斉)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시민들은 정부의 지역 봉쇄로 주민들이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엄격한 활동 통제로 인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고, 생활 불안이 커지는 데 따른 불만을 분출하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층 실업률은 무려 17.9%에 달하고 있어 제로 코로나 실시 이전인 2019년 실업률 5.5%에 비해 엄청나게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카타르 월드컵 축구 시합에서 관중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렬히 응원하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세계적으로도 지극히 이례적인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로 시진핑 주석의 ‘무오류(無誤謬)’ 신화가 시련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3기 연임을 확보한지 겨우 6 주 밖에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2010년 말 ‘아랍의 봄’ 당시에 중동 지도자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연상시키며 궁지에 몰려 있다고도 했다. 동 신문은 지난 2011년에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이 당시 미국 부통령 바이든(Biden)을 향해 ‘각국 지도자들이 자국 국민과의 연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것’ 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되새겼다. 

이 신문은 지금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해서 더욱 큰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리스크를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이에 굴복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혹시, 완화해도 자칫, 금년 겨울에 수십만 혹은 수백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는 ‘출구 파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대 과제에 처했을 때, 중국의 당 주도 정치 시스템이 미국 등 민주주의 체제의 나라들에 비해 우월하다고 호언을 했으나, 후자의 경우가 발생하면 그런 자부심은 일거에 사라지고 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 당 대회에서 마오(毛)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성공의 상징이자 간판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분석한다. 영 런던대학 중국 전문가는 “강권 독재자는 도전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억압 수단으로 대처하나, 시 주석도 예외는 아닐 것” 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진핑 정권은 시위 주동의 원천으로 보이는 주요 대학 학생들을 강제로 지방이나 고향으로 소개(疏開)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1989년에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무수한 사상자를 낸 ‘天安門 사태’ 당시와 유사한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또 하나, 시진핑이 경계하는 것은 중국에는 이전에 ‘12.10 세계 인권의 날’에 즈음해서 반체제 민주화 운동에 불길이 당겨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986년 팡뤼즈(方励之)가 주동한 민주화 운동, 2008년 류샤오보(劉暁波)가 주도해 중국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의거가 된 “08 헌장” 선언도 모두 이날을 전후해서 일어났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10일’ 중국 민주화 역사가 응축된 날을 맞게 된다. 향후 사태의 발전 방향 여하에 따라서는 시진핑 정권의 수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태에 이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 연동되어 당 내부 권력 투쟁이 재연될 악몽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Nikkei) 


■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경제 회복은 더디고 큰 대가를 치를 것” 


중국 내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은 중국 국내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등 세계 경제에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유지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 노선에 따른 엄격한 통제 조치로 인해 국민 생활은 이미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혹시 시 정권이 시민들의 항의 시위를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경우 이에 따른 인권 문제도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그럴 경우, 해외 각국에서 비난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편, 중국 경제는 이미 급속한 경기 둔화에 겹쳐서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거의 실속 상태에 처해 있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완화에 따른 ‘출구 파고’로 당분간 감염자가 폭증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에는, 차이나 리스크는 급등하고 해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예견된다. 이럴 경우에는 중국 내부 금융 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 및 상품시장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주게 될 것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특히, 중국 경제와 연계가 깊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통화 약세 및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홍콩에서 발행되는 SCMP(南華早報)가 중국의 코로나 대응 노선 전환 시사에 즈음해서 중국 경제 회복 가능성을 분석한 최근 기사가 눈길을 끈다. SCMP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근에 지금까지 취해 온 강경 노선을 완화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나, 설령 경제 회복의 핵심 요건으로 인식되어 온 경제 활동 통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해도 ‘완전한 경제 회복(full economic recovery)’의 길은 아직 요원하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엄격한 조치를 해제하고 난 뒤 초기 몇 달 동안은 코로나 감염이 급증하는 사태가 예상되어 경제 회복에 대해서도 보다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노무라라(Nomura) 연구소 팅(Lu Ting) 중국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이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로 가는 길은 더디고, 치러야 할 비용이 크고, 험난한(slow, costly and bumpy) 길이 될 것” 이라는 경고를 전하고 있다. 그는, 특히 코로나는 겨울철에 전염되기가 쉽다는 점에서 정책 변환은 시간이 걸리고 감염 폭증 및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제로 코로나가 종식되면 감염 건수는 거의 틀림없이 수 십만 건에 달할 것이고,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수 백만 건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 다음 단계에서 팬데믹이 전면적으로 해소되는 상황에 들어갈 것이고, 그 이후 감염세가 하향하는 시점이 되어야 경제 회복은 확연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중국 EU 상공회의소는 중국 정부가 지난 몇 해 동안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 기구는 만일 중국이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에 통제를 해제하면 Covid-19 관련 질환이 급증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 전체 국민들에 대한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일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더욱 엄격한 통제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에 제약이 따르게 되고, 경제 전반에도 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은 투명한 전환 절차를 따를 것과 시장의 반향에 귀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참고로, 최근 통계로는 현재 중국 GDP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가 봉쇄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어떻게 전환할 지는 몇 달은 더 지켜봐야” 


중국 상하이에서 본격적으로 ‘反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가 일어난 지 지난 3일로 만 1 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베이징, 톈진(天津), 광저우(廣州) 등 도시에서 시작된 제로 코로나 ‘완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 지도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적대 세력 침투, 파괴 활동 및 질서 교란 행위 등, 위법한 범죄 행위는 법에 의거 엄단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지방 정부들로 하여금 과잉 통제를 완화해서 시민 불만을 해소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당분간, 사회 안정 유지를 우선하려는 방침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권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온 이유는 철저한 격리 조치로 감염 및 사망을 억지하고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초기의 성공 사례에 집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확신은 전파력이 훨씬 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빗나가고 말았고, 이제 기존 정책 노선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후의 출구 전략에 대해 日 Mitsubishi Morgan Stanley 증권은 중국 정부가 22년 말, 23년 3월 말 두 단계로 나눠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및 의료 시스템 정비를 가속하는 한편, 입국자 등에 대한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내년 봄 무렵까지는 ‘제로 코로나를 제로化’ 할 것으로 전망한다. SMB-Nikko 증권은 ‘정책 변경은 시 주석의 위신에 관련된 문제로, 단시일 내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제로 코로나 간판은 유지한 채 서서히 완화하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비록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완화 방향을 시사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지금 국민들 간에 확산되는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아직도 수 천개 빌딩 및 주거 단지가 ‘고도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지역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이 실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전환을 어떻게 실행할지는 향후 몇 달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활동 정체가 장기화하면 국민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급격히 완화해서 감염 사례가 폭발하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경우에는 이로 인한 분노는 시진핑 정권으로 향할 수도 있어, 당분간 정책 방향타(舵)를 잡기가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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