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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은 정말 과학적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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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1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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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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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실내 마스크 강제 착용 의무를 자율 권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강제 착용 정책을 폐기해버리겠다는 대전‧충남의 거센 반발에 정부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7차 유행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마스크 착용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우리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일찍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버린 미국‧유럽‧남미 지역의 사정이 모두 그렇다.

 

  실내 마스크 강제 착용에 대한 방역 당국의 입장은 확고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확진자‧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학 방역의 최고 책임자를 자처하는 정기석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의 입장이 특히 단호했다. 그러나 내년 봄까지는 실내 마스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서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마스크 생산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조정 방향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개최할 전문가 공개토론회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로드맵을 마련하고, 유일한 방역 대응 법정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정부가 거창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더라도 고위험군의 의료시설과 대중교통은 예외가 될 수밖에 없다. 특별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다.


‘과학 방역’과 ‘정치 방역’

 

  정부가 떠들썩하게 자랑하던 ‘과학‧표적‧정밀 방역’의 정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 정책의 기본 철학을 일방적인 희생‧강요가 아니라 국민의 자율‧책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가 강조한 과학 방역의 핵심이었다. 과학 방역에 처음부터 ‘과학’은 없었다. 더욱이 실내 마스크 강제 착용 의무는 국민의 자율‧책임의 영역에서 배제시켜 놓았다. 29개 OECD 회원국들이 속속 마스크 착용을 자율 권고로 바꾸었지만 우리 방역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에는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방역 당국의 경직된 입장에 거세게 반발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적 신뢰와는 거리가 멀었던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사라진 것과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전문성과 정체성이 모두 의심스러웠던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해체된 것은 다행이었다. 밀실에서 신속한 백신 도입을 거부했고, 허울뿐인 ‘방역 패스’를 앞세운 성급하고, 조악했던 ‘일상회복’으로 세계 최악의 6차 확산을 촉발시켜버렸던 ‘정치 방역’을 확실하게 폐기하겠다는 의지도 반가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팬데믹의 방역에 과학적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역 정책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을 뿐이다. 확진자를 신속‧정확하게 선별해내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격리‧치료해주는 방역 현장을 과학적‧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핵심이다. 

  요란하게 ‘과학’을 강조하는 정치적 구호는 의미가 없다. 방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국무총리와 특정 전문가의 어설픈 ‘발언’이 방역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지침’이 되고 있는 현실은 과학‧표적‧정밀 방역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과학적 인과성’을 핑계로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는 이상 증상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왔던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상 증상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충분히 보상해주는 것이 백신 접종율을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이다.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는 이상 증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서둘러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 이상 증상을 경험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임상‧부검 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과 보건소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경직된 관료주의와 전문가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확진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속 항원검사 키트와 신속 PCR 키트의 활용을 끝까지 거부했던 질병청 전문가들의 옹졸했던 이기주의는 몹시 부끄러운 것이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는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진단 키트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더욱이 세계 최초로 진단 키트를 개발한 우리 바이오 산업계의 역량을 충분하 활용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엉터리 전문가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과학 방역’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실망스러운 과학 방역의 현실

 

  언제나 방역 정책의 중심에 서있어야 하는 질병관리청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렸다. 백경란 청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국민적 신뢰 확보에 실패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학‧표적‧정밀 방역을 구체화시켜 실행하는 막중한 책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낯 뜨거운 개인사 논란에 휩쓸려서 전전긍긍하는 방역 책임자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했듯이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과정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단장 한 사람만으로 출범한 ‘코로나19특별대응단’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적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특별대응단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실제로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질병청에 설치했다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역할도 불안하다. 촌각을 다퉈야만 하는 방역 대책을 자문하는 기구의 이름이 지나치게 길다. 특별대응단장을 겸직하고 있는 정기석 자문위원장의 공식 직함은 ‘코로나19 특별대응단 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이다. 빈칸까지 포함하면 무려 35자나 되는 직함이 찍힌 명함의 무게감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기석 특별대응단장 겸 자문위원장의 언행도 심각하다. 놀라울 정도로 거칠고, 경솔하다.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을 뺨칠 정도다. 우리나라를 ‘백신‧치료제 후진국’이라고 선언했던 지난 8월의 발언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코로나 3년 동안 겨우 백신 하나 만든 게 전부고, 치료제 개발 소식은 전무하다’는 그의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땀을 흘린 과학자들에게 고약한 구정물을 쏟아부어버린 셈이다.

 

  오히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던 역사적 성과를 인정해주는 발언이 필요했다. 2020년 1월 20일에 중국에서 첫 감염자가 입국하고 2주일 만에 PCR과 신속 진단키트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던 것은 우리 과학계의 자랑스러운 쾌거였다. 그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특별대응단장 겸 자문위원장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지난 정부의 K방역에 대한 평가도 어설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치 방역’의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없다. 요란했던 K방역을 실패로 끝나게 만든 진짜 이유는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K방역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어설픈 방역 전문가가 섣불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평가는 어쩔 수 없이 정치판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

 

  자문위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적·합리적·전문적’이고, 냉정하고 겸손해야만 한다. 실제 감염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실패에 대한 가혹하고 선정적인 평가를 이용해서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겠다는 치졸하고 어쭙잖은 시도는 부질없는 것이다. 자신을 ‘한국의 앤서니 파우치’로 착각하는 모습은 몹시 볼썽사나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 인구의 최소 90%가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단이다. 그러나 팬데믹은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야만 안심할 수 있는 법이다. 여전히 과학 방역 노력을 섣불리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다. 서둘러서 질병관리청의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과학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특별대응단과 자문위원회는 당장 해체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학 방역’을 통한 질서 있는 팬데믹 종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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