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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보 시대, 전략산업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 방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13일 12시54분

작성자

  • 경희권
  •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

메타정보

  • 3

본문

<요약>

 미중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미래 지정학(국제정치) 구도 및 우리 주요 전략산업은 장기간 구조적인 글로벌 지형 재편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안보 시대, 세계 산업 공급망의 격변기를 도약의 전기로 활용하기 위해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의약품 전문가 45인과 함께 각 업종의 미래 지형 전망과 선제적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주요 현안 및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반도체산업의 현안은 첨단 제조 기반 유지·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수준 고도화, 미래차산업은 신속하고 유연한 생태계 전환 및 글로벌 수준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 확보, 바이오의약품산업은 지정학·수요 측면 기회 요인을 맞아 제조 경쟁력(CDMO) 기반 고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대내외 혁신 기반 강화이다. 조선, 철강, 통신장비, 가전(IoT), 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요 제조업 분야 역시 각국의 전략 논리와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른 지형 재편을 마주하고 있어 미래 전망에 기초한 전략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1. 서론1)

 

1980년대이후 국제정치와 세계 경제 공급망구조의 큰 틀을 규정해 온 미중 관계의 본질적 변 화와 함께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의약품 등 주요 전략산업 내재화를 위한 각국의 전례 없는 공격적 산업정책 강행 추세가 계속됨에 따라 우리 전략산업의 현(現) 글로벌 분업 체계는 구조적 전환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산업 지형 격변기를 도약의 전기(轉機)로 활용한다는 목적의식 하에 산업연구원 연구진은 업종별 전문가 45인과의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통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미래 지형을 전망하고, 향후 핵심 경쟁 우위의 선제적 초격차 확보를 위한 정책 시사점을 정리하였다.

 

2. 주요 전략산업의 현재와 미래 지형


(1)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의약품산업과 지정학(국제정치)

 

전략산업은 이제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어, 한 국가의 외교안보상 입지 즉 생존 가치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반도체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기 경제사회 전 분야의 지능화(AI 결합) 및 혁신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기반이며, 현재 한국이 보유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은 국제관계상 타 분야의 이익까지 일정 부분 보장하는 강력한 지렛대(Leverage)이다. 미래차(자동차)산업은 국가 경제와 고용의 견인차이며, ICT 융합에 따른 모빌리티로의 진화에 따라 생태계 외연과 부가가치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이오의약품산업은 우리 국민의 첨단 기술 기반 의약품 접근성(생존권 보장)과 직결되며,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는 초정밀 생산기술과 까다로운 무결성 장벽(Integrity Barrier)으로 인해 비용우위 제조업 위주 개도국의 추격이 어렵고 수익성이 높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상기 3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미래 지형 변화를 바라보는 본 연구의 시계(視界)는 공급(기술), 수요(시장), 지정학(국제정치) 등 3대 변화 동인의 복합 작용에 의한 업종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대강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향후 10년 전후의 시점으로 설정하였다. 산업별로 가치사슬 관점을 도입하여, 기저에서 진행되고 있는 밸류체인 주도 단계 및 핵심 경쟁우위 결정 요소의 변화 방향을 파악하고, 미래 지형 변화 대응의 주요 현안을 정리하였다(<표 3-5> 참조). 129fbf61eb1d852b9f836dd4974b26f2_1676257 

 전통적인 산업분석의 틀인 수요-공급 요인 외에, 지정학(국제정치) 요인을 미래 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추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우선 미중 패권경쟁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지리적 입지, 소재부품장비 및 지식재산의 조달(소싱) 체계, 국가 간 분업 구조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심 요인으로 작용3)하고 있다. 중단기 공급망 교란 및 전환에 따르는 비용 등 경제 논리보다 장기적 제조·혁신 기반의 역내 확보라는 전략 논리의 우세가 관철되고 있어 기존 수요-공급 요인 중심 산업 분석과 전망의 유효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무역의 확장 시기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 경로를 채택함으로써 산업과 대외 여건(오일쇼크, 국제무역 거버넌스 변화, 국가 간 경쟁 등) 간 연관 구조를 그 본질적 성격으로 내재화하였다. 정리하면 상기 3대 국가첨단전략산업은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最前線)으로, 미래 지형 전망에서 지정학(국제정치) 요인은 필수적이다.

 

(2) 주요 전략산업의 변화 동인과 미래 지형4)

 

전문가 설문 종합 결과, 미래 지형 변화의 3대 동인(공급, 수요, 지정학)은 업종별 영향력 수준에서 분명한 격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지형 재편 과정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산업 각 분야의 핵심 현안과 현상(現狀)에 대한 진단,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 역시 상이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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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도체산업의 미래 지형


반도체산업의 미래 지형 변화를 추동하는 1순위 핵심 동인으로는 FGI 참여 전문가들의 만장일치로 지정학(국제정치) 요인이 선정되었다. 이는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요 구성 국가들의 제조시설 입지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격적 지원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2순위는 초미세 공정, 첨단 패키징(후공정),인공지능 반도체 등 공급(기술), 3순위가 ICT 최종 세트산업 판매 등을 고려한 수요(시장) 요인으로 나타났다.

가치사슬 관점에서 미래 지형 변화의 주된 방향성은 첫째, IDM(종합반도체) 단계의 부상이다. 이는 인텔과 삼성전자 등 IDM 기업들의 파운드리 분야 진출 및 대규모 시설투자로 1987년 이후 위탁제조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대만 TSMC의 독점 구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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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세계 반도체산업 및 로직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단계 역시 국가별 반도체산업의 위상과 경쟁우위 확보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5)되었다. 

 핵심 가치사슬 단계로 지목된 IDM, 파운드리,팹리스 부문의 미래 주요 변화 방향은 우선 IDM기업들의 파운드리 및 팹리스, 그리고 일부 첨단 후공정 기능의 수직계열화이다. TSMC와 달리 인텔과 삼성전자는 각기 PC/서버용 CPU 및 메모리사업과 클라우드, 5G 통신장비, 사물인터넷 등 설계 역량이 필요한 다양한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협력업체들이 결여한 대규모 자금 동원 능력으로 첨단 후공정 역량 역시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둘째, 미국 내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시설투자로 인해 2025년 전후 미국제조 점유율의 가시적 상승이 전망된다. 셋째, 팹리스 분야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생태계 진출 가속화가 예상되며, AI음성인식 스피커, 전용 태블릿, 스마트 전자제품 등 각종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용 회로설계 역시 점차 플랫폼 기업의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 원내외 전문가들은 미래 지형 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 반도체산업의 주요 현안을 메모리반도체 수익성 유지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특히 첨단 후공정과 팹리스 단계 경쟁력 강화로 꼽았다.

 

2) 미래차(자동차)산업의 미래 지형

 

자동차산업 미래 지형 변화의 1순위 핵심 동인은 공급(기술) 요인으로, 이는 향후 전기동력화 추세 진전 전망에 따른 ICT 플랫폼과의 결합과반도체, 전기부품 및 SW의 전체 부가가치 내 구성 비중 상승 등이 주된 이유이다. 2순위는 수요(시장)로,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내연차 등의 주요국 기업별 점유율과 판매 대상 지역 등이 중요 고려 요소였다. 3순위는 지정학(국제정치) 요인으로, 이는 현재 주요국의 전기차와 배터리산업 제조 기반 내재화 정책의 영향을 고려한 결과6)이다.

가치사슬 관점 자동차산업 미래 지형 변화의 주요 방향성은 첫째, R&D/설계 단계의 우위 지속이다. 전기동력화, 자율주행 기술 및 전장화 부문 자원 투입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 둘째, 조달(부품 소싱) 및 생산 단계보다 서비스 단계의 부가가치 상승이 전망된다. 이는 빅테크 플랫폼 및 SW와 차량의 결합으로 인해 사용자경험(UX) 서비스 즉, 인포테인먼트(콘텐츠 소비), 지급/결제, 자율주행 포함 각종 소프트웨어 사용료 증가 등 추세를 반영하였다.

주요 가치사슬 단계인 R&D/설계, 서비스, 조달(부품) 단계의 미래 변화 방향성은 우선 R&D/설계 부문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퀄컴, 엔비디아 등 팹리스 기업들의 역할 증대를 꼽을 수 있다. 차량 통합제어를 위한 두뇌 역할을 하는 AP, 자율주행 관련 대용량 연산용 GPU, 기존ICT 디바이스 대비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메모리반도체, 5G 모뎀칩 등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팹리스 기업 간 협력 관계가 양적 및 질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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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서비스 단계에서는 SW 융합으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 즉, 기업들의 주 수익원 구성 중 생산과 판매 대비 서비스의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 셋째, 조달(부품) 단계는 반도체,전기전자, SW 등의 비중이 높아지며 자동차산업공급망의 성격 및 글로벌 공급망 참여국 간 분업구조 역시 크게 변화7)할 것으로 보인다.자동차 및 배터리 업종 전문가들은 미래 변화 대응의 주요 현안으로 우리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유연한 전환과 미래차 신사업 창출을 제시하였다.


3) 바이오의약품산업의 미래 지형


바이오의약품산업 미래 지형 변화의 1순위 핵심 동인으로는 FGI 참가 전문가의 절대 다수가 공급(기술)을 지목하였다. 미(美)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8)과 미 증시 상장 중국바이오 기업 대상 제재 및 최근 대통령 과기자문회의(PCAST) 전략문건9) 등 지정학적 요인의 작용도 크지만,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은 엄밀한 과학적 기반과 주요 규제기관의 검증 절차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반영10)되었다. 지정학 요인은 2위, 수요(시장)는 3위를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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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확대가 전망되나, 화학 합성의약품 대비 높은 단가와 북미 및 유럽의 선진적 자금조달 및 개발과 유통구조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였다.

가치사슬 관점에서 바이오의약품산업 밸류체인 주도 단계는 향후에도 R&D/설계 부문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암, 치매 등 주요 질환과 희귀질병 치료제 및 개인 유전자 맞춤형 의약품 개발에서 미국 및 스위스 등이 미래에도 높은 경쟁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기업들의 신약이 미국 및 유럽 규제기관들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 자본(금융)시장 접근이 크게 제한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향후 연구개발 부문에서 서방과 중러간 블록화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국이 경쟁우위를 보유한 위탁개발생산(CDMO) 역시 바이오의약품 밸류체인 내 핵심 단계로써 그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신약은 물론, mRNA 백신과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인데,CDMO 생산설비는 반도체에 버금가는 정밀 생산기술과 노하우는 물론 미 FDA, EU EMA 등 규제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 인증이 필요해 후발 개도국의 진입과 추격이 어렵다는 점이 우리 전략산업으로서의 큰 경쟁우위 구성요소로 평가되었다. 

셋째, 수요(시장) 단계에서는 미국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및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 규모의 소폭 상승이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산업 전문가들은 미래 변화 대응의 주요 현안으로 GVC 내 전략적 포지셔닝 및 기술 패권 주요국과의 연계 전략 구축을 제시하였다.

 

3. 우리 전략산업은 미래 지형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11)

 

(1) 반도체 주요 현안: 앵커 기업의 생존

 

1) 반도체 전국시대 돌입, 지원 수준 고도화 시급 

 

지정학적 고려 즉, 전략 논리에 따른 최근 주요국 기업과 정부의 대규모 자원 투입은 우리 반도체산업에 미증유(未曾有)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 기반과 생산 경쟁력의 유지·강화를 위해 정부 지원 수준 고도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였다. 특히, 현재진행형인 분업 구조 재편과 선단공정 주도권 경쟁에서 낙오 시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선단공정 제조업의 집중화(Consolidation)는 성패(成敗)의 결과,즉 생존과 수익성 측면에서 극단적이며, 과거 지형 재편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은 첨단공정(3nm)양산 능력 보유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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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반도체 제조업의 주도권 쟁탈전은 미국,대만, 일본 등 우리 동맹 및 파트너 국가 기업들과의 경쟁이 될 전망이다. 우리가 제조업 분야 정책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사이, 파운드리 제외 가치사슬 전(全) 단계 완결성을 구축한 미일(美日) 간 협력이 심화되고 있으며,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팹리스(디자인·설계) 분야 대상 300억 달러의 연방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12)하여, ‘제2의 반도체지원법’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앵커 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의 생존과 세계 무대에서의 공평한 기회(Level Playing Field) 보장을 위해 보다 전향적인 지원수준 제고가 필요하다.

 

2) 주요국 대비 파운드리 생태계 경쟁력 열위 (팹리스, 첨단 후공정)

 

팹리스(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가 투입되는 세트산업(스마트폰, 태블릿PC, IoT기기, 자동차, 산업용 등)에서 요구되는 설계를 구현하고 이의 위탁생산을 파운드리 기업에 발주한다. 즉, 우리 파운드리 수요 저변 확대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력과 평판(Reputation)을 축적한 디자인 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후공정(OSAT)은 반도체 칩의 모듈 실장 및 배선 과정이자, 수요산업 제품투입의 전(前)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미세공정화에 따라 첨단 후공정 기술의 난도와 중요성이 급상승하고 있어 후공정 분야 역시 산업 지형재편이 전망된다. 대만은 전자제조(EMS) 산업의 역사가 깊어 반도체 수요의 창출 및 확보(디자인)와 최종재 연계(후공정-EMS) 분야 핵심 기업군을 보유한 것이 파운드리 생태계 경쟁우위의 주요 구성요소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첨단 제조·혁신 역량의 열세 극복과 미래 도약을 위해 팹리스 및 후공정 분야에도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대규모의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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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차(자동차) 현안: 생태계의 전환과 생존


1) 전환의 역동성 제고: 신구(新舊) 플레이어 결합을 통한 진화

 

전기동력화 및 전장화, 즉 ICT 기술과의 급격한 융복합 추세로 인해 기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물론 이종(異種) 분야 기업들의 신규 진입으로 자동차산업 내 다층적·입체적 구도의 주도권 경쟁이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연산 400만 대를 하회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내연차 중심 협력업체의 유연한 사업 전환 및 우리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 전기전자 부품 핵심 기업군의 신규 진입을 통한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총량 유지 및 확대를 핵심 현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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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전후방 연관산업 및 고용 등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향후 미래차의 생산 역량 및 글로벌 위상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사업환경의 개선 및 입지매력도 제고와 함께 전문가들은 협력업체 사업 전환 측면에서 자동차의 변화 양상을 기회 요인으로 포착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적극적 관점을 주문하였는데, 자율주행 기술 진전과 실내 구조 변경에 따라 인테리어, IoT기기, 디스플레이 등이 거론되었다. 전장화 대응 측면에서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를 맞아 SW, 서비스 등 타 분야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정책 거버넌스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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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포테인먼트 및 SW 서비스 분야 글로벌 플랫폼 확보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제조(조달 및 생산)에서 서비스로의 중심 이동, 즉 ‘업의 본질’ 변화에 직면했음을 강조하였다. 2007년 아이폰(iPhone)등장 이후,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대중 소비에 기반한 거의 모든 산업의 정보 유통 경로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 역시 모바일 혁명 (Mobile Revolution)으로 인한 산업 지형 재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AI 솔루션과 통신, 인포테인먼트 포함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단계의 부가가치 구성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실제 차량 생산과는 아무 접점이 없는 기업들이 점차 미래차산업 가치사슬의 주요 플레이어로등장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 업계 및 정책의 관점을 탈피하여, 수천만 혹은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User Base)을 보유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과의 연계 및 국내핵심 기업 육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한 자율주행 기술의 빠른 발전 혹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차량 외주생산 방식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차산업에서 수많은 분야의 융복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정책 역시 분야 간 경계를 허물고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3) 바이오의약품 현안:고도 성장의 촉매(Catalyst) 투입


1) CDMO,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서 잠재력 개화 임박

 

연구 진행 과정에서 연구진이 새삼 자각하게 된 사실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분야이나 가치사슬 구조가 유사한 업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산업을 들 수 있으며, 비단 밸류체인 각 단계의 기능이 비슷하다는 점뿐 아니라 초기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이후 유의미한 이익을 내는 회임 기간 역시 10년 전후로 매우 긴 편이다. 곧 기술 및 시장신뢰 요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해당 분야 국내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이익률을 크게 상회13)한다. 특히 CDMO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지정학 및 수요(시장) 측면에서 한국에 기회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장기간 민관의 각고로 확보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의 불씨를 확산하기 위한 대내외 혁신 기반 강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우선 지정학(국정치)과 관련하여, 코로나-19백신 생산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주요 제약 기업들의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역량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하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팬데믹 상황하에 개인용보호장비(PPE), 원료의약품(API), 기타 원부자재 수급 난맥상이 발생한 가운데, 우리 산업계가 안정적 백신 공급에 성공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분야 수준의 노골적 대중국 제재 움직임은 없으나 최근 미국 증시 상장 중국 바이오 기업 대상 회계감사자료 제출 요구, 신약 및 시밀러 합작 개발 중단, 중국 내 개발 바이오의약품의 미(美) FDA 심사 지연 및 취소 사례가 발생하는 등 중국 견제 흐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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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장)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주요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대거 만료로 우리 CDMO 기업들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의 대폭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특허 보유 기업들의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14)에 효과적인 대응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재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 시밀러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타 분야 기업들 역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신규 진입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 공급망의 양적·질적 수준 고도화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하였다.​ 

 

2)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의 전제: 국제 신뢰자산 및 네트워크 축적

 

요약하면 우리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제조·혁신 역량 잠재력 개화를 위한 대내외 여건이 완전하진 않지만 상당 부분 성숙한 상황이다. 성장 촉진을 위해 전문가들은 대내적으로 송도 등 우리 핵심 클러스터 내 해외 소부장 기업 생산시설과 제약사 R&D 시설 유치 등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제안하였다. 사업장 부지 포함 시설·장비 투자 지원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소득세 혜택 및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언급되었으며, 향후 동북아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허브로의 도약을 목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유럽 관산학연과의 접점 확대 및 중장기 국제 신뢰 자산 축적 노력15)을 더욱 심화·확대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단순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친 고위험·고수익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성공하려면 제조 역량뿐 아니라 주요 질병 분야를 대상으로 정교하게 설계 및 식별(Identified)된 과학적 연구 성과의 공유와 병원·약국 등 유통망, 의료보장제도 등 제반 분야

의 지식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 결언16)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한 정책으로는 우선 타 분야와의 급격한 융복합 추세 대응을 위한 통합 조정기능을 갖춘 정책 거버넌스의 마련을 들 수 있다. 부처 간 조정 실패 및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사업의 방향성 혼선 방지 역시 중요한 제언 배경이다. 한국은 각 분야에서 그간 기존에 창출된 시장에서 특정 성능·규격에 맞춘 표준품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으나, 존재하지 않던 신제품·서비스를 이제는 개발해야 하므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중장기 민간 주도 혁신 기반 관점의 강화를 권고하였다.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의약품산업뿐 아니라,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가전(IoT), 통신 등 우리주요 제조업 분야 역시 지정학(국제정치), 공급(기술), 수요(시장) 작용에 따라 각국의 전략 논리와 글로벌 지형 재편을 마주하고 있다. 후속 연구와 각 분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미래 변화에 대한 전망과 이에 기초한 현안 도출 및 전략적 방향 정립과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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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이후 주요 부처, 기업, 연구계로부터 주요 전략산업 미래 지형 변화에 대한 전망과 정책적 대안 마련 연구 수요가 쇄도하였으며, 본고는 이에 대응하여 수행한 출연금 연구과제 「글로벌 산업지형 변화에 대응한 전략산업 발전 방안」의 결과를 요약, 보고한다

2)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미 공화당의 하원 장악 이후, 마크 갤러거(Mark Gallagher)를 의장으로 하는 중국문제위원회(U.S. House Select Committee on 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Chinese Communist Party)가 2023년 1월 10일 설치되었다.

3) The Diplomatic Service of the European Union(2022), “The Diplomatic Service of the European Union”, 10.10. 

4) 총 45인의 기업 및 관학연(비기업) 전문가 대상 FGI, 문헌 연구, 원내외 세미나, 연구 자문단 회의 결과를 업종 담당자 및 연구책임자가 종합 정리(미래차 관련 배터리 산업 별도 FGI 실시).

5)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2022년 11월 29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800억 달러 수준이며, 2026년경 약 7,800억 달러(약 1,000조 원)를 돌파할 전망

6) 자동차 및 배터리산업 전문가 FGI는 인플레감축법(IRA) 통과 전후를 포함하는 2022년 6월~10월 기간 실시.

7)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분야 팹리스-파운드리 관계와 유사한 빅테크플랫폼-차량외주생산업체 분업 구조 등장 가능성을 제기하였으며, 홍하이정밀(폭스콘)이 최근 전기차 플랫폼 3종을 발표한 바 있다.

8) The White House(2022), “Executive Order on Advancing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novation for a Sustainable, Safe, and Secure American Bioeconomy”, 9.12.

9) The White House(2022), “Report to the President, Biomanufacturing to Advance the Bioeconomy”, 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 12.

10) 첨단 컴퓨팅 역량이 결합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및 현재 치료 난관에 부딪힌 주요 질병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RNA기술 적용의 잠재력 등도 고려되었다.

11) 업종별 전문가 집단 설문조사 내 우리 기업과 정부의 미래 변화 대응 수준 진단과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우위 및 미래 변화 대응 수준 문항 답변을 종합 정리.

12) SIA(2022), “The Growing Challenge of Semiconductor Design Leadership”, 11. 28.

13) 2021년 기준 우리 제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83%, 이 중 의약 분야는 13.34%, 반도체는 21.70%, KISVALUE 및 한국신용평가정보 자료기반 산업연구원 산업통계 분석시스템(ISTANS).

14) 신약개발자가 후속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여 특허에 의한 시장독점 기간과 범위를 확대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며, 이외에 역지불합의(Pay-for-Delay) 등도 사용되고 있다.

15) 2022년 9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美)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에 한국바이오혁신센터를 개소하고 우리 기업들에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6) 보다 구체적인 업종별 정책 제언은 본 연구 보고서 참조.


 ※ 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하는 [월간 KIET 산업경제 1월호] 산업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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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13일 12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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