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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란 무엇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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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0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02일 20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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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 사기가 화제다. 건별로 사기 규모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이 되고, 주범과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전세계약과 임대차 계약에 대하여 알아보고 어떤 법적 비난 가능성이 존재하는 지 살펴 보기로 한다.

 

2022년 인천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자기 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으로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하여 빌라 수십 채를 보유한 빌라왕으로 불리는 자였다. 임대차 보증금 규모만 1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켰다. 위 갭투자에는 부동산 전문가인 공인중개사 등도 범행에 가담하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갭투자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주택을 사들였고, 매매가 보다 높게 전세보증금을 받은 후 반환하지 않은 사건이다. 

 

아울러 부동산 임차인들 자살 보도가 이어지며 현재는 관련 수사뿐만 아니라 특별법까지 제정된 상태이다. 2023년 통계로 추산하면 1조8천억 원의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주택의 시세에서 부채비율이 80%에 가까운 전세주택이 서울시에만 50%가 넘고, 그중 이슈가 된 강서구는 79%, 인천과 경기도 역시 60%에 가깝다고 한다. 

 

전세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고유하게 발달한 관습상의 부동산 그 중 특히 주택 대차(貸借)의 형태이다. 부동산 용익물권이자 담보물권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제도로, 그래서 영어식 표현도 ‘Jeonse’이다. 보증금을 맡기고 남의 집을 임차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주택 대차계약을 말한다. 보증금으로 부동산 시가 의 5~7할에 상응하는 금원을 교부하고, 계약이 종료될 때에 그 보증금을 반환받는다. 보증금 이자는 차임(월세)과 상계된다. 즉, 월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조선 말기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발생한 주택 부족과 이후 6·25전쟁과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전세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본다.  

 

당시 금융권에서 일반인들이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웠기에, 전세금(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은 모자라는 주택 대금으로 활용하였다. 전세를 주는 자, 임대인과 전세를 얻는 임차인간에 자연스럽게 거래가 형성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임대인에게는 부족한 자금을 무이자로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사업자금으로, 대여하여 이자를 받을 수도 있었다. 임차인은 절반의 가격으로 주택을 이용하고, 매월 월세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목돈을 모아 향후 집을 구입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였다. 과거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전세제도가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전세제도가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바탕에는, 부동산, 즉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소유자는 전세금에 대한 이자수익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에 전세보증금을, 즉 가격을 올리게 된다. 여기에 은행권 금리가 내리게 되면, 전세 보증금의 추가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즉, 금리가 내리면 전세 보증금이 오르고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린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전세 보증금 하락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진다. 여기서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인하되었다가 다시 급격하게 인상되는 경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였다가 하락하지만, 보증금은 그렇게 수시로 변경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다. 예컨대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보증금은 특정 금원 그대로 유지된다면 대차 계약이 종료되었지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요약하면, 전세(임대차) 보증금이, 주택의 시가를 초과한 상태로,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인다. 이른바 비어있는 속 빈 깡통과 같다고 해서 ‘깡통주택’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우리나라 대부분 집주인은 부동산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다. 따라서 빚이 없는 집에 세를 들어왔더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 때문에 부동산 집값이 보증금보다 하락하여 깡통주택이 되기도 하고, 집주인이 갭 투자에 실패한 뒤 이를 세입자들에게 떠넘겨 대량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면, 신축빌라는 실제 가치가 낮음에도 이를 시가보다 높여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 실제 건물 신축 후 시세가 형성되기 이전에 이를 악용하여 진행한다. 시세 2억원 정도의 빌라를, 시세가 2억 5천만원정도라고 기망하고, 2억 3천만원에 전세(임대차)를 진행한 후 은행권과 정부가 마련한 주택미보유자,청년들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로 2억원을 받게 진행한다. 심지어 주선까지 한다. 이후 계약 만료 시점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깡통주택에 해당된다. 이때 은행권 대출과 국세 등 우선권, 담보권 있는 채권자들의 집행으로 임차인들은 자신들의 보증금 대부분을 잃어버리게 된다. 최초 계약시 사회적 경험이 적은 임차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부동산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비난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고의를 가진 악성 임대인들은 부동산 시세보다 한참 부풀린 가격으로 전세(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그것도 수십건에서 수백건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처음부터 임차인의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성 임대인들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어쩔 수 없다는 결과를 감수한다. 결과를 감수하고 용인한다는 점에서 ‘기망의 고의가 있다’라고 판단된다. 피해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였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들을 하지 않은 경우이고, 오히려 이를 알고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가담하여 피해를 양산하는 식이다.    

   

집주인들의 전통적인 갭 투자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난할 대상은 아니다. 피해 발생을 감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산업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사회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순기능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려졌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도 마무리 되었고, 산업구조도 이미 고도화 되었으며, 고도의 성장시기는 끝나고, 집값의 상승과 이자 상승도 이제는 끝물이다. 대한민국의 전세제도가 결국은 그 이별을 고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자들이 있어 전세사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은 시세 뿐만 아니라 금리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금리가 내리면 보증금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보증금은 하락한다. 여기서 보증금 하락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 전세는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임대인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연간 임대료는 세입자가 은행에 지불하는 전세대출의 연간 이자와 성격이 유사하다. 이러한 결과로 이론상으로는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 때 보증금은 무한대까지 갈 수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정반대로 급격히 하락한다. 향후 대한민국의 부동산 주택 시세와 이자의 변동성과 방향성을 고려할 때 결국에는 대한민국의 전세제도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월세 제도로 변경되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끝물에 사기꾼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최근 전세사기 사태의 원인은 여러 요인들이 있다. 앞에서 본 거시경제적 여건, 정부 및 규제당국의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 허술한 법과 제도, 금융기관의 욕심 등이 어울려 수많은 서민들을 울리는 조직적 악성 사기가 발생하였다. 부동산 시장은 불패라고 믿고, 가격은 우상향한다고 신뢰하고, 청년을 비롯한,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명분에 금융권의 부실 대출을 남발한 그동안의 수십년간의 상황을 악성 사기꾼들이 집중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경험이 부족하고 자본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이 집중적으로 당한 것이다. 

 

결국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인 접근이 이러한 전세 사기 폐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경제는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정부는 개입하더라도 최소한의 응급수술만 하여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정치가 경제 생태계를 근본부터 고치겠다고 달려드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세 사기에서 진행되는 내용들을 검토하고 있으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가조작 사건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보이스 피싱과 같은 조직적인 범죄로 의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계약하기를 주저하는 청년에게, “집주인이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녀요”라고 말하여 안심시켰다는 중개사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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