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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적용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7월25일 13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25일 13시22분

작성자

  • 이정두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7

본문

 <주요 내용 요약>

► 가상자산시장 침체(crypto winter)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상자산거래 관련 각종 범죄 발생,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 전통 금융시스템으로의 리스크 전이 우려,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공정성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 필요성이 커짐. 
► 지난 6월 국회에서 의결된 가상자산법은 이용자의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향후 2차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의 발행 및 상장,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 및 영업행위, 각종 시장 인프라의 작동 등에 대한 제도 보완이 추진될 예정임. 
► 이와 관련하여 향후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기능별로 관련된 금융규제를 적극 원용할 필요가 있음. 
  -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자국의 규제환경을 고려하여 가상자산의 기능에 따라 기존의 금융규제를 적극 적용하고 있음. 
►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상자산의 기능, 구조, 규제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가상자산을 유형화하고, 유형화된 가상자산별로 리스크와 규제목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 
  - 또한 지급결제 · 투자권유 · 자산운용 등 유사 기능에 적용되는 금융규제를 참고하여 가상자산 별로 내재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감독시스템 마련이 필요함. 
► 아울러, 합리적인 규제비용으로 규제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들의 가입이 의무화된 사업자단체에 의한 자율규제(self-regulation)와 수탁사업자 등을 통한 시장규제(gatekeeping)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음. ​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상자산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를 둘러싼 납치 ‧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정에 따른 리스크가 전통적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개연성을 둘러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특정 국가의 규제를 벗어나고자 출발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태생적 특성으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설계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자금세탁방지(AML/CFT)나 공직자 윤리와 관련한 가상자산 법제 및 불공정거래 규제에 중 점을 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법제는 신속히 정비가 추진되었다.1) 

한편, 이번에 제정된 「가장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은 우선 시급한 불공정거래 규제에 중점을 둔 1차 입법으로 향후 가상자산 발행, 사업자 규제, 산업 규제 등을 포괄하는 2차 입법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규제법인 MiCA(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 Assets)가 제정되고, 미국, 일본, 홍콩 등도 AML/CFT 목적 외에 투자자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가상자산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2) 

그리고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가상자산에 대해 ‘동일기 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접근이다. 이는 향후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도 견지되 어야 할 원칙이다.3) 이하에서는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와 관련하여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금융규제의 적 용 필요성과 최근 해외 주요국의 규제방식을 살펴보고 향후 국내 가상자산 규제체계 설계와 관련한 규제 방향을 논의한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의 적용 필요성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은 서로 다른 금융업권 간 또는 금융업자와 비금융업자 간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 해소를 통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level playing field)하는 취지로 강조되었다. 이는 은행 ‧ 증권 ‧ 보험 등 금융업권 간 유사한 겸영 ‧ 부수업무 범위의 확대, 전통적 금융업으로의 빅테크 등 비금융업자의 진입 확대 등에 대응해 사업의 주체(entity)가 아닌 개별 영업행위(activity)를 중심으로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림자 금융 등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시스템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비금융기관의 유사 금융기능에 대한 규제 필요성 측면에서 ‘동일기능-동일리스크-동일규제’ 원칙이 보편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나 금융서비스로 분류되지 않음에 따라 금융규제를 준용해서 ‘동일기능-동일규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주체들 간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의 관점이나 금융시스템 안정 성의 관점이 아닌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은 기능 및 구조 등에 따라 자산준거토큰, e-머니토큰, 유틸리티 토큰, 증권형 토큰, 스테이블토큰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가상자산의 유형에 따라 거래 목적 및 관련된 리스크가 상이하기 때문에 규제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먼저, 증권형 가상자산에 대해서 기존의 증권규제법을 적용한다는 점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아울러 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e-머니토큰의 경우 기존의 전자지급수단에 관한 규제가 적용된다. 가상자산 중에서도 통화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우에는 통화발행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가상자산거래 상황에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에 따라 이하에서는 이러한 ‘기타 가상자산’을 전제로 규제원칙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의 발행은 프로젝트 개발, 가상자산 생태계의 유지 및 수요 증진 등 관련 사업의 추진을 목적으로 하는 발행인의 자금조달 행위로 볼 수 있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가상자산을 이용한 물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 가치의 이전,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중 투자 목적의 경우에는 기업이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증 권의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투자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 투자의 대가로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이 지급된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엄연히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사업자금 조달’과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증권발행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규제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적용의 어려움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폭증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 유지 등을 위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 가상자산 격인 비트코인 등이 특정 국가에 의한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설계됨에 따라 본질적으로 규제적용이 어려운 가상자산의 특성들로 인해 규제체계의 마련이 불가피하게 지연되었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측면에서의 규제설계는 결국 가상자산에 대한 적극적 규제를 전제로 하는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지연된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여전히 불명확하다. 가치이전 및 투자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은 별론으로 하고, 가상자산의 장점이기도 한 가상성(virtuality)으로 인해 기존 법률 체계의 등기 ‧ 등록 ‧ 점유 등을 통해 보호받는 권리의 객체로 편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다수의 가상자산은 백서 (white paper)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소유자는 발행인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한다고 백서에 명시하고 있다. 증권발행과 유사한 자금조달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보유자가 발행인에 대해서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하는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서 투자자 보호 근거가 불명확해진다. 

둘째, 가상자산 거래 참가자를 보호해 줄 필요가 있는지도 논란이 있다. 가상자산은 주식, 채권 등의 금융투자상품처럼 내재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금, 원유 등 현물처럼 고유의 가치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의 가치나 관련된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평가해 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비이성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투자 보다는 투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거래에 참가하는 이용자를 공적 비용을 들여가면서 제도적 틀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셋째,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 산업 육성 간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가상자산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분산원장, 블록체인 등은 가상자산의 기반기술임과 동시에 미래 금융산업 발전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역량기술로 인식되고 있다.4) 이에 따라 가상자산에 관한 섣부른 규제가 자국내 가상자산 관련 기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각국의 감독당국은 규제설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넷째, 규제 도입과 별개로 집행의 한계가 존재한다. 가상자산은 외환이나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정부 당국이나 전통적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도 국경 간 거래가 용이하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발행자 소재지, 투자자 소재지, 거래 발생지 등이 복수의 국가 관할(jurisdictions)에 걸쳐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발행지나 거래 이행지는 관할을 특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아가 국가별로 감독체계가 정립되거나 국제적 협의 기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규제를 마련해도 집행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자산의 특성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증권의 발행 ‧ 유통에 관한 증권법규제를 비증 권형 가상자산에 확대 적용하는 데 한계로 작용해 왔다. 

증권시장 규제 발전과정으로부터의 시사점 

유럽에서 동인도회사와 같은 초기의 주식회사가 설립될 때만 해도 국왕이나 의회의 특별 허가가 필요했다.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에 대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출자한 자금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주주들의 책임이 제한되는 회사설립을 특별히 허용했다. 
그로부터 4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주주의 유한책임이 당연시 되고, 주식시장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서 성장동력을 얻으려는 기업들과 리스크를 감내하고 적극적인 투자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 간의 건설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다. 

한편, 20세기 초반 경제와 산업이 급성장하던 미국에서는 기존의 회사법제와 구분되는 별개의 증권법 규제체계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회사법은 회사의 자본조달 수단으로서의 주식과 회사의 주인으로서의 주주의 지위에 중점을 두었다면, 증권법은 주주의 투자자로서의 지위를 강조하고 회사의 명목상 주인인 동시에 경영보다는 투자수익에 관심이 있는 주주 보호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 증권법 도입의 배경에는 불투명한 사업구조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회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로 피해를 보는 일반 투자자들의 보호 필요성이 있었다. 

초기 증권법은 창공법(blue-sky law)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런 회사들의 사업계획은 마치 하늘을 구획해서 파는 것만큼이나 사기성이 크다고 보고, 이런 행위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의 근간은 공시의무 부과였다. 투자판단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의 몫이지만, 투자자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투자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하늘의 지분’을 파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전망 있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자본을 조달하는 것임을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공시규제가 도입되고 나서 증권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별도의 규제법인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34년 증권거래법)’가 제정되고 증권규제 전문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가 설립되면서 증권의 발행,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체계는 물론 증권회사, 거래소, 청산 ‧ 결제, 운용, 투자자문, 신용평가 등 시장참가자들과 시장인프라 기능들에 대한 감독체계가 확립되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증권시장 규제체계는 미달러화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으로 진출한 미국 자본과 함께 유럽 및 아시아 등 주요 국가들에 이식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발전해 왔다. 비증권형 가상자산의 경우 전통적 증권개념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인이 존재하고 발행인의 사업계획을 신뢰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점, 발행시장과 구분되는 별도의 유통시장이 존재하며, 증권회사나 거래소, 투자자문 ‧ 운용, 예탁 등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 양한 서비스제공업자들이 활동한다는 점 등에서 증권시장의 작동구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자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발행인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각종 수수료를 받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과의 이해상충을 통제해야 하고 정보우위나 전문성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서는 안된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 자본이 집중되기 위해서는 발행 및 유통에 있어서 시장의 신뢰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의 발행 ‧ 유통 및 서비스제공업자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도 ‘동일기능-동일규제’ 차원에서 증권시장 규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의 국가별 적용방식

 미국식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의 적용은 가상자산을 ‘증권(securities)’과 증권이 아닌 ‘상품 (commodity)’으로 구분하여 기존의 규제체계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면서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따른다. 미국 SEC는 33년 증권법 및 34년 증권거래법상의 증권 중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 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다수의 가상자산을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발행, 중개, 거래소, 투자권 유 등에 있어서 증권발행인이나 증권회사 등에 적용되는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발행인이 가상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켜 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품게 하고 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유인한 것이라면 증권의 발행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SEC의 조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단계이지만 미국의 경우 ‘투자계약’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따로 없고 증권규제의 목적에 맞게 법원과 감독기관이 증권에 포섭되는 범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에 따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의 감독을 받게 된다. 

반면, EU의 MiCA는 별도 법률을 통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서비스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기능과 리스크에 상응하는 차별적 규제체계를 마련하였다. 증권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범위를 확대하기보다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유럽식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은 미국식과 구분된다. 

MiCA는 증권형 가상자산에는 증권 법규제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비증권형 가상자산에 부과하는 공시의무 내용을 살펴보면, 발행인, 매출인, 프로젝트, 리스크 요인, 매수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들을 상세하게 백서에 기재하 도록 하고,5) 증권공모규제 적용기준인 투자권유자 수(150인) 및 모집 금액(100만 유로) 기준을 백서 작성의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증권규제를 적극 원용하고 있다.6

동시에 자금조달을 위한 증권발 행과 유사하게 백서의 작성인이 백서의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한다. 나아가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규제와 유사하게 가상자산사업자의 건전성 및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관련 의무를 부과하고, 고객 최선 이익의 원칙(best interest of clients) 준수, 이해상충 방지체계의 구축 및 운영 의무와 서비스 유형별 영업행위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7) 아울러, 가상자산 자문 및 운용업자에게는 고객에 대한 적합성 심사(suitability assessment) 의무를 부과하고 부적합 고객에 대한 자문 등을 제한한다.8) 

일본의 경우에는 가상자산을 성격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증권형 토큰, 기타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가상자산의 기능을 고려하여 은행법, 자금결제법, 신탁업법, 금융상품거래법에 등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9) 특히 기타 가상자산의 경우 자금결제법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서는 증권과 유사하게 금융상품거래법에서 규율하는 등 기존의 유사한 서비스 또는 상품에 적용되는 규제 체계를 가상자산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암호자산거래업협회(JVCEA)도 자금결제법 및 금 융상품거래법에 따른 자율규제기관으로서 각각의 법률에 근거하여 암호자산과 관련 파생거래에 대한 자율규제기준을 집행한다.10) 

홍콩도 최근 증권선물위원회(SFC, Securities and Futures Commission)에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포괄적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증권법규제 적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실질주주 및 주요 경영진의 적격성 심사(fit & proper test)와 건전성 규제, 영업행위 규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에 관한 규제를 도입했다.11) 아울러 일반 개인에게 가상자산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상자산거래 적격성을 테스트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일반투자자 거래 가능 가상자산은 SFC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가상자산거래소가 수행하는 ‘중개, 체결, 예탁’ 등의 기능과 이해상충 등의 리스크를 고려하여, 증권법상의 증권회사에 준하는 고객정보확인(KYC), 상장가산자산에 관한 주의의무(due diligence), 고유자산 거래제한, 임직원 거래제한 등의 자본시장규제를 선별해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적용 방향 

국내의 경우 2020년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기존의 금전을 통한 자금세탁방지규제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하여 증권 불공정거래에 관한 자본시장법상의 규제를 원용하였다. 나아가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해상충과 정보불균형 시정을 위한 발행규제, 사업자규제, 공시규제 등은 향후 2차 입법과제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MiCA를 통해 별도 규제체계를 도입한 유럽방식이 우리나라에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기존 국내 금융규제법상의 제도들을 참고하고 우리나라의 투자문화, 가상자산산업 현황, 규제환경, 최근의 다양한 사고사례 등을 고려한 세부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가상자산의 기능과 리스크에 따른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가상자산의 유형화가 필요하다. 현재 가상자산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이나 최근 제정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의 포괄적 개념과 적용 범위를 정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의 구체적 유형화는 포함하지 않아 국내 금융규제체계와 해외 각국의 분류체계를 참고한 유형화가 선제작업으로 요구된다. 

둘째, 유형화된 가상자산별로 투자자, 산업, 금융시스템 등과 관련된 리스크와 규제목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제정된 가상자산법은 신속한 입법의 필요성으로 인해 이용자의 자산 보호12) 및 시장질서 유지에 관한 핵심적인 일부 내용만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이 지급결제, 사업자금 조달,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짐에 따라 향후 입법화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지급결제, 증권시장, 전자금융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비추어 규제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가상자산이 금융시스템의 건전 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관리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기능별로 유형화된 각각의 가상자산에 내재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세부적인 감독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는 발행된 가상자산을 전제로 자금세탁방지 및 불공정거래 규제와 함께 가상자산서비스업자에 대한 영업행위규제 내용들이 일부 법제화되어 있지만,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의 발행 및 상장,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 및 영업행위 규제 등을 포괄하는 규제체계의 설계가 필요하다.

 끝으로, 합리적인 규제비용으로 효과적인 규제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제체계(Regulatory Governance)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태동단계에 있는 가상자산 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관련 기술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투기성을 통제하고 이용자들을 보호하면서도 급변하는 규제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에 명시적 근거를 두고 가입이 의 무화된 사업자단체에 의한 자율규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13) 이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상의 자율규제나 수탁사업자 등을 통한 시장규제(gatekeeping)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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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직자의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지난 5월 24일 소관 위원회를 통과하고 하루만인 5월 25일 국회 법사위와 본회를 통과한 후 6월 13일 공포되었다. 그리고 가상자산 이용자 등을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은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2) EU의 MiCA는 조문별로 2024년 6월 30일 및 2024년 12월 30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3)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거래질서를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2023.6.30. 
4) 가상자산의 개념 정의에 기술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입법된 EU의 가상자산규제법(MiCA)는 가상자산(crypto-asset)을 분장원장기술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or similar technology)을 사용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또는 저장이 가능한 가치 또는 권리의 디지털화된 표창으로 정의한다. 
5) MiCA Annex I. 기타 가상자산(자산준거 토큰 및 e-Money 토큰 이외의 가상자산) 백서 기재 항목
 Part A: 매출인 또는 상장신청인에 관한 정보 (식별정보, 재무정보 등 10개 항목) 
 Part B: 발행인에 관한 정보 (식별정보, 지배구조 등 8개 항목)
 Part C: 가상자산거래소가 백서를 작성하는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에 관한 정보 (9개 항목)     Part D: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 (프로젝트 개발, 자문,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한 개인 및 법인의 구체적 정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자금 사용 계획 등 6개 항목)
 Part E: 가상자산의 공모 또는 상장에 관한 정보 (최초 발행가, 발행 수수료 등 19개 항목)   Part F: 가상자산에 관한 정보 (가상자산의 특성 등 2개 항목)
 Part G: 가상자산에 부여권 권리 및 의무 (적용 법률, 준거 법원 등 10개 항목)
 Part H: 기반 기술에 관한 정보 (컨센서스 메커니즘, 기술 검증 등 5개 항목)
 Part I: 위험에 관한 사항 (공모, 상장거래, 발행인 등과 관련된 리스크 등 5개 항목) 
6) EU, Regulation on the Prospectus Article 1.  
7) MiCA Article 66 & 72.
8) MiCA Article 81.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하여 금융투자업자에게 부과되는 적합성 원칙과 유사하게, 고객의 가상자산 관련 투자경험, 지식, 투자목적 , 위험 감내능력, 금융상황 등을 고려해서 가상자산 거래의 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며, 최초 거래 이후에도 최소 2년에 1회 이상 재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9) 일본금융청, Regulating the crypto assets landscape in Japan(20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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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본암호자산거래업협회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거래소에 신규상장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사전심사 절차를 운영한다. 
11) Securities & Futures Commission of Hong Kong, Guidelines for Virtual Asset Trading Platform Operators(2023.6). 
12) 고객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맡겨둔 예치금과 가상자산의 안전한 보관 및 원활한 입출금의 보장, 해킹 ‧전산사고 등에 따른 가상자산사업 자의 책임 이행 확보방안 등을 포함한다. 11 
13) 법률에 근거한 자율규제시스템을 통해 자율규제에 관한 정당성, 공정성, 집행력 등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14호 ](2023.7.21.)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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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25일 13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25일 13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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