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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14> 나쁜 놈들, 추잡한 놈들, 정신 나간 놈들 1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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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0월23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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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추잡하네.”

“회사는 지들이 말아먹고 자기들만 빠져나가다니….”

“아래 직원들만 불쌍하지….”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걱정(국정) 홍보처’ 폐지가 추진됐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 내내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했던 고위직들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탈출을 시도하다 언론에 발각된 것이다. 교수 출신인 ○○○국정홍보처장은 학교로 돌아간 뒤 교환교수 자격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기자실 통폐합 등 ‘기자실 대못질’의 주역인 ○○○ 홍보협력단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홍보 참사관으로 내정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던 기관이 없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윗사람의 도리다. 그런데 세월호 선장도 아니고 아래 사람들은 조직이 없어져 뿔뿔이 흩어지고, 별정직 공무원 상당수는 그만둬야 하는데 자신들은 먼저 살길을 찾아 도망친 것이다. 그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실제로 ○○○국정홍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비난이 커지자 “관료는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말이 또 여론의 질타를 불렀다.)

  하지만 출입 기자로서 바로 옆에서 내가 본 ‘걱정 홍보처’ 고위직들은 결코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아직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남아있는 동안 자신들의 살길을 마련해서 빠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6·25전쟁 때 국민에게는 정부를 믿으라고 하고 먼저 한강 다리를 건넌 모 정권의 수뇌부들 같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 달 정도까지 국정홍보처 직원 188명 중 68명이 갈 곳이 없어 대기상태였다.)


  여론은 당연히 들끓었고, 결국 외교통상부는 최종 인사 결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협력단장의 미국행을 막았다. 학교로 가려던 처장은… 동료 교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나 복직을 막은 끝에 사표를 냈다. 이분의 스토리가 좀 긴데, 그는 해당 학과가 신설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학과장을 맡았는데 새 학기 시작 20여일 전에 국정홍보처장에 취임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도 강의 한번 하지 않고 휴직을 하는 건 특혜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찌 됐든 홍보처가 폐지되고, 정권도 바뀌니 다시 교수로 돌아오려고 한 것인데 이번에는 학교와 학생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강의 한 번 하지 않고 휴직을 한 것도 문제지만 ‘언론 탄압’의 주역으로 알려진 사람이, 그것도 언론 관련 학과의 교수로 복직한다는 게 내 친구 조진상이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당시 모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 ‘국가를 해코지한 공직자는 갈 곳 없어야’였을까. 해당 대학 교수협의회는 물론이고,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그는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다. 좀 시끄러웠지만 그렇게 정리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아는 것처럼 만만한 게 아니었고, 난사람들의 ‘난’ 행동은 나 정도의 머리로는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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