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HMM의 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1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12일 10시07분

작성자

  • 전준수
  • 서강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

메타정보

  • 19

본문

HMM 매각에 앞서 전체 해운 환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혹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에서 보여준 매각 시기를 놓친 데 따른 시행착오를 또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과 해운을 구별하지 못한다. 말로는 구분한다고 하지만 잠재되어있는 의식 속에는 여전히 구분하지 못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제조업이고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세계적 조선기업이 우리나라에는 둘 이상 존재한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하여 다른 조선업기업 들이 분할 인수했어도 한국조선업의 위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업의 HMM(구현대상선)은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국 국적 원양해운기업이다. 과거 한진해운이 세계 7위의 해운기업이었지만 지금은 HMM이 세계 8위에 컨테이너 선복량이 79만TEU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2.9%인 반면 세계 1위 선사인 MSC(스위스국적)는 컨테이너선복량이 540만TEU에 세계 시장점유율은 19.5%이다. 이렇게 많은 격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섬나라이다. 많은 분들이 애써 이 사실을 외면하지만 우리나라는 실제적으로 섬나라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한이 위협적으로 북에 존재하고 있어 육로로의 모든 통행이 막혀있으니 섬나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84.5%이고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바다를 통해서 운송된다. 0.3%를 항공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국가 비상시 우리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생명선을 유지해주는 것이 해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의 이런 전략적 중요성이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해운인들이 HMM의 매각에 분노하는 것은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이 너무 은행의 채권회수라는 시각으로만 이문제를 조속히 처리하는 것에 대해 분노 하는 것이다. 

 

HMM 매각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나라 유일한 원양해운선사인 HMM이 매각후에도 건전하게 발전해나가고 세계 해운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해나가는 것이다. 만일 HMM이 다시 부실화된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다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 왜? 우리나라는 섬나라이기 때문이다. 섬나라치고 자국해운을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도 없다. 일본이 조선업은 포기하더라도 해운은 계속 유지 발전시키고 있고 영국도 해운에 대한 지원은 예외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외국 선사들에게 국가 비상시 우리의 물자수송을 의존할 시 비상 전쟁보험료를 운임에 부과할 것이다.  이로 인해 운임은 몇배 상승하고 운송의 횟수도 현저히 줄어 결국은 일본항구로 부터의 환적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때  환적료와 운송시간의 지연은 전략물자의 적시 수송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재정위기에 처해 있을 때 3조8천억의 특별구제금융을 HMM에 제공하였을 때도  정책자금에 어울리지않게 시중이자보다 2~3% 높은 이자를 받아내었다. 원금회수와 상당한 이자를 받았으면 그것으로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그런 예가 많지 않을 것이고 산업은행 정책금융 대출의 성공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제 HMM 매각으로 더 추가적인 보상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HMM이 좋은 인수자를 만나 건실하게 육성되어 HMM을 도운 보상을 받는 것이 국책은행으로서 더 보람 있는 일이다. 

 

현재 인수자로 하림, 동원, LX 등이 적격 인수후보로 선정되었다. 이 세 기업 모두 HMM에 비해  자산규모가 작고 현금성 자산도 하림이 1조6119억원 LX가 1조2132억원 동원산업은 5169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5조내지 7조원까지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위해 자사빌딩을 매각하거나 자사소유 선박을 매각하고 제2금융권과 제휴하여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인수후 인수자가 과연 HMM의 14조에 달하는 이익보유금을 계약에 의해 5년내지 7년간 손대지 못한다 하더라도 펀드와 협업하여 어떤 식으로든 교묘하게 이용하게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산업은행이 어느 인수자를 선택하든 이 인수자를 우선 협상자로 선정해놓고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 포스코나 현대자동차 구룹등 해운불황에도 버텨낼 수 있는 구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그들이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최대한 절충하여 성사시킬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HMM도 결국 종합해운회사를 거쳐 육해공을 아울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해운업종의 다각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보완 해줄 수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컨테이너시장은  손익분기점이하로 운임이 설정되고 있으며 약한 유럽경제와 확대되는 지정학적 혼란으로 향후 몇 년간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여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1만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대부분의 컨테이너 선사들은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따라서 HMM도 이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축적된 14조 유보금은 전액 HMM의 체질개선과 미래를 위해 투자되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이번 HMM 매각이 한국해운의 운명을 결정 짖는다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적정 인수자를 선정해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ifsPOST>

 

 

19
  • 기사입력 2023년11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12일 10시0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