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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 호조; 배경과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1월2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19일 15시11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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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국 경제가 예상외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조는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 금리 수준 역전으로 자금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 상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경제의 호조는 활발한 소비 활동에 기인하고 있는데 미국의 소비가 활발한 배경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추세 등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Ⅰ. 최근 미국 경제의 특징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였다. 2023년 5월까지 9차례 연속으로 페더럴 펀드 금리를 인상하였다. 결과적으로 그 이전의 사실상 0% 수준에서 현재에는 5.25% 수준까지 인상하였다. 당시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빨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쳤다. 그에 따라 조만간 세계 및 미국 경제가 불경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좀처럼 위축되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성장세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3.9%(전기비 연율)에 달하였다. 전년동기대비로도 2.9%나 성장하였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개인소비 증가세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정부 소비 증가세가 높아진 것이 두드러지지만 규모면에서는 개인소비가 절대적으로 우위(GDP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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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개인소비가 예상과는 달리 활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미국 경제만이 유독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당초 미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IMF도 최근 들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였다. 지난 10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춘 IMF는 유독 미국 전망을 상향 조정하였다.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만이 유아독존식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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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추세와 달리 유독 호조를 보이는 것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국 경제 호조 지속으로 미국이 고금리를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데 그에 따라 미국채 가격의 하락 등으로 금융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미국의 고금리는 달러화 강세를 통해 다른 나라의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금융부문의 규모가 한층 커진 상황에서 금융 자금 이동의 변동성을 키움으로써 불확실성도 높아지게 된다. 


Ⅱ. 소비 호조의 원인과 배경


   최근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개인소비가 예상과는 달리 매우 활발하기 때문인데 그 원인과 배경을 몇 가지 요인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1. 고용 사정 양호 


   최근 실업급여 신청자는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신규 실업의 규모가 잠재실업률 수준에서 실업자가 나오는 정도에 불과한데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고용사정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먼저 기업들이 가능하면 고용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행태 변화가 미국 가계의 안정적 소비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변동에 따라 해고를 통해 인력을 신축적으로 조정해왔던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관행을 포기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코로나 기간 중 종래의 관행대로 종업들을 해고하였지만 경기 회복기에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한 일종의 대응 행태로 볼 수 있다. 즉 고금리로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기업들은 고용을 축소하지 않았다.


   공급자 위주의 노동시장이 형성되면서 자연적으로 임금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1%p 이상 높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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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코로나 충격을 벗어나 회복하는 기간 중 서비스업이 활발하였던 것도 공급자 우위의 노동시장 여건이 형성된 배경이 되었다. 봉쇄가 해제되면서 나타난 보복 소비가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사실 인력 부족 문제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가시화되었다. 인구 증가 속도가 현저히 둔화된 데다 이민의 유입도 억제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에도 많은 인력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음으로써 노동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아직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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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득분배 구조 개선


   노동시장 여건 개선은 저임금-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반면 거대 기술 기업(Meta, Amazon, Google 등) 등의 고임금 직종에서는 대대적인 해고가 단행되었다. 코로나 기간 중 IT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여유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였다. 그에 비해 최근에는 금리 인상 등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불경기가 예상됨에 따라 거대 기술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고용을 조정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득불균형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 최근의 소비 호조의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3. 저축 누적


   소비가 호조를 보이는 데에는 누적 저축액이 상당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봉쇄조치로 인하여 소비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1년 이상 2년 가까이 저축이 누적되었다. 2020년 3월 이후 2022년 12월까지의 기간 중 평균 저축률은 13.7%에 달하였다. 코로나 이전의 평균 저축률은 5.9%였다. 반면 코로나 피해 대책과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하였다. 결과적으로 가계는 저축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2021년 8월까지 약 2조 달러의 저축이 축적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현재 초과저축률은 3.9% 내외이다. 코로나 이전 수준(5.9%)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저축을 인출하여 소비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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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견고한 금융 기반


   미국 가계가 전체적으로 고금리에 대한 내성을 갖추었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하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규모가 상당폭 축소되었다. 그에 더하여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대출이다. 게다가 상당수 가계는 금융자산의 규모가 금융부채를 능가하는 순채권 지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부채 상환 등으로 인한 부담이 과히 크지 않다고 하겠다. 


5. 소비 행태 변화


   최근 미국의 소비활동에서 집단적 활동 참여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막상 코로나 기간중 봉쇄 및 격리를 경험한 이후에는 사회적 소속감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에는 외부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연 예술, 영화, 스포츠 등 집단활동을 즐기려는 경향이 크게 높아졌다고 조사되었다. 이에 따라 각종 공연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외식 등도 이에 해당되는데 이를 통해 친지나 친구 등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세 자기만족 추구 경향도 크게 강화되었다고 한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보다 현세적 만족과 향유를 선호하게 된 데에는 위기나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새롭게 형성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에 대한 지출(자기 만족을 위한 지출)을 대폭 확대하였다. 통상적인 관점에서의 합리적인 지출 패턴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지출 규모를 대폭 늘린 소위 “집중적 소비 현상(splurge)”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코로나 기간 중 주변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을 겪은 소비자들이 현세 중심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힘들여 저축한들 죽고 나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고 본인을 위하여 현재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6. 시장 기반 확충


   서비스업 등의 요금 체계가 정비되기도 하였다. 옵션 방식의 추가 요금 징구(extra charges) 혹은 부가서비스 등에 대한 비용(hidden junk fees) 청구 관행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었다. 예를 들면 백안관이 이 주제와 관련하여 상당한 신경을 쓰기도 하였지만 공연기획사 등에서도 행사 입장 가격을 낮추기 위한 묘안들을 다각도로 강구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소위 단일 요금제('all in' pricing)가 시행되어 소비자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한 데다 사실상의 요금 인하효과를 가져오면서 각종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었다. 


7. 기타 요인


   대학 등록금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아직도 시행되고 있는 것도 소비를 자극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금년 10월 이 조치의 시행이 중단되었는데 이것이 앞으로 소비 지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령자를 위한 사회보장금의 인상률을 높인 것도 물가 상승 효과를 다소 상쇄하는 데 기여하였다. 금년도 사회보장금은 8.7% 인상되었는데 이는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인플레이션 지속성에 대한 일시적 대응으로 소비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지금 소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소비지출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지도 모른다. 미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에 대하여 미리 소비하거나 구매하였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평가도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기여하였을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에만 하더라도 불경기를 예상하다가 경착륙 정도의 경기 하강이 예상되면서 소비활동이 위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Ⅲ. 소비 호조 지속 가능성


   앞으로도 소비가 계속 활발할 것인지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소비 여력이 소진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반면 상당 기간 소비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1. 소비 여력이 소진되었다고 보는 시각


   지난 9월 연준이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가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 논거로 비필수(非必須) 재화에 대한 소비가 줄고 있고 저축액이 상당 부분 소진됨에 따라 차입에 의존한 소비도 점차 많아지는 것을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대출 등의 부도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상승한 것도 소비 여력이 소진된 징조로 보았다.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6개월 후 사정)가 80 아래로 하락한 것도 앞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논거로 이용되고 있다. 이 지수가 80 아래로 하락하면 통상적으로 1년 이내에 불경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게다가 고금리 등으로 경기부진이 본격화되면 옛날 고용 관행이 살아나 고용사정이 급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개인부문 실질 가처분소득이 종전에 비해 더디게 증가하는 것도 소비를 지속적으로 받쳐줄 소득이 생각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는 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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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채권시장 불안 등이 심화되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 “MOVE index”가 최근 들어 급상승하였는데 금융부문의 경색 등을 통해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 배제키 어려운데 이 경우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소비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 “MOVE index”는 메릴린치가 개발한 미국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인데 VIX(Volatility Index), CVIX(Currency Volatility Index) 등과 더불어 투자자의 불안감을 나타내 '공포지수(fear index)'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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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활발한 소비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


   이 시각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금의 타이트한 고용시장 사정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앞으로 고용 증가율이 둔화되겠지만 이는 경기부진의 징후가 아닌 공급 측면의 인력 부족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임금 상승 속도가 종전에 비해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의한 신산업정책 추진으로 노동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초과 저축 누적액이 아직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3~2019년 평균저축률 5.9%를 적용하여 초과저축을 계산한 후 2022년 1월 이후 저축이 인출된 것으로 보고 현재의 초과저축을 계산하면 여전히 120% 수준에 달한다. 즉 한달치 월급 이상의 여윳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과 저축 인출 비율이 매달 2%p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60개월 이상의 지출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표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초과저축 누적액이 상당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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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한번 시작된 소비 열풍은 좀처럼 식기 어렵다. 따라서 경제 여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소비 지속 효과(hangover effect on consumption)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Ⅳ. 요약과 시사점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비교적 단기간 내에는 미국 소비가 순식간에 식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저축 누적과 같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요인에 더하여 코로나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고용 유지 행태)도 나타남으로써 활발한 소비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당분간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고물가도 이어질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고환율의 문제와 아울러 급격한 자본 이동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정통적인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환율 상승, 자금 유출 등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개발하고 동원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경제의 기초 체질을 다지고 강건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미시정책(구조조정정책과 산업정책)을 선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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