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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환율 안정대책,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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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0월03일 17시14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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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237억 달러를 순매도했음에도 1400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1400원을 상회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다. 외환위기 가능성을 두고 수군거리는 이유다. 

 

□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별나게 오른 건 아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경쟁국 통화가치도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원화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중이다.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은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다.  

 

□ 강(强)달러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안정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26일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연설이다. 

 

□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행보에 한은이 동일한 크기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맞대응 못하는 모양새다.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면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한은 홀로 맞서기에는 힘든 전쟁이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대응책을 함께 고민하는 이유다.

 

□ 우선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화가 말라버리는 상황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달러화 가뭄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는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다. 9월 30일 스와프레이트(3개월물)는 –143.5다. 2020년 3월 19일 –247.5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20년 3월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마진콜 위기를 겪던 시절이다. 마이너스가 클수록 시장에서 달러 구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 외화유동성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대외건전성 지표를 점검하면 위기로 치달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 국내 거주자의 순(純)대외금융자산이 7,441억 달러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783억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1,406억 달러)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외환보유액 규모(4,386억 달러)는 전 세계 9위다. 

 

□ 국내 은행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122.8%다. 당국 규제수준(80%)을 큰 폭 상회한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30일을 버틸 수 있는 고(高)유동성자산을 국내은행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유 외화자산이 넉넉해 외화자금 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해석한다.

 

□ 특히 실질실효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구매력을 지녔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평가 절상, 이하면 평가 절하다. 

 

□ 국제결제은행(BIS)이 계산한 우리나라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8월 108.0이다. 금년 1월 대비 3.9% 하락했다. 명목 원화가치는 15% 떨어졌지만 실질가치로 환산하면 하락 폭이 3.9% 정도라는 의미다. 일본 엔화가치 실질 절하율은 –13.4%다. 원화가 경쟁국 통화에 비해 선방한 것이다.  

    

□ 달러 수급 개선 노력도 환율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한은-국민연금 간 100억 달러 외환스와프 체결,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방안, 민간의 해외자산 국내 유인방안 등이 시도 중이다.

 

□ 최근 금감원은 위기에 대비한 외화 유입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은행은 보험사 소유 미국 국채를 빌려 이걸 담보로 해외 은행에서 달러를 차입한다. 이 돈을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공급한다. 들여온 달러가 외화자금시장 유동성을 높이면 보험사의 차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더해 기업·금융기관의 해외보유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 금융·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 외환시장은 참가자의 ‘심리와 기대’가 흐름을 좌우하는 곳이다. 한·미 양국 간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상호 대화채널 가동중인 모습이다.  

 

□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 간 외환시장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liquidity facilities)를 언급한 바 있다. 

 

□ 또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합의 내용도 발표된 바 있다.

 

□ 9월 30일 추경호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컨퍼런스콜 내용을 보면  “금융 불안이 심화되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하고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한다. 

 

□ 진동이 있다고 모두 지진이 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동이 없는데 불쑥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최근 상황이 ‘진동’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와 한은은 시장심리를 안심시키면서 동시에 경계심은 더 크게 갖고 대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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